[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최근 국내 의료계서 수혈 적정성에 대한 질 관리와 함께 무수혈·최소수혈 수술론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고대안암병원 등 일부 대학병원에서는 무수혈센터를 개소하는 등 혈액 수급이 부족한 현실을 감안한 효율적 환자혈액관리 움직임이 본격화 되는 모습이다.
대한환자혈액관리학회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선진국에 비해 혈액 사용량이 많으며 수혈의 질 관리에 대한 인식이 아직 부족한 편이다.
혈액관리학회 엄태현 회장은 “호주에서는 수혈을 받지 않은 환자군의 수술 후 합병증·재원 기간이 30% 정도 낮아졌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수혈을 최소화하면 이에 따른 부작용을 줄일 수 있고 혈액공급 부족 문제에도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고관절골절 수술의 경우 무수혈 수술이 일반수술과 비교했을 때 사망률 및 합병증 등 수술 결과에 큰 차이가 없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됐다.
인제대 서울백병원 정형외과 윤병호 교수팀이 2003년부터 2014년까지 65세 이상 고관절 수술 환자 314명 가운데 나이와 성별, 동반질환 및 수술부위 등이 비슷한 무수혈 수술환자와 수혈 수술환자 각 50명을 비교한 결과 수술시간과 입원 기간에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수술 후 사망률에도 유의미한 차이가 없었으며 평균 헤모글로빈 수치 또한 큰 차이 없이 2주 이내 완전히 회복했다.
의료기관 가운데서는 최근 고대안암병원이 최소수혈 외과병원 준비에 본격적으로 들어갔다. 다학제 협력과 체계적 환자혈액관리를 목표로 한 무수혈 센터를 개소한 것이다.
병원 측은 “고대안암병원은 이미 2013년부터 가이드라인에 맞지 않는 관행적 수혈의 문제를 파악하고 수혈관리프로그램을 구축해 왔다”며 “반드시 수혈이 필요한 환자에게는 수혈을 시행하고, 수혈을 하지 않아도 지장이 없다면 이를 대체할 수 있는 치료법을 활용해 부작용 및 후유증을 최소화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병원의 이 같은 움직임은 박종훈 원장의 시각과도 일치한다. 박 원장은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최소수혈외과병원으로의 도약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박 원장은 “2000년도 이후 수혈이 환자 감염률 및 사망률을 높이는 중요한 원인이라는 것이 잘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는 수혈 가이드라인이 잘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가이드라인보다 더 엄격하게 수혈을 관리하는 최소수혈(적정수혈) 외과병원 설립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렇듯 기준에 따른 적정수혈 개념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지만 보편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비과학적인 무수혈에 대한 편견이 남아 있기 때문이다.
前 수혈 관련 학회 관계자는 “의료계 내 무수혈에 관한 논의는 종교적 이유가 일부 반영돼온 탓에 비과학적인 주장이라는 시각이 있고 자연히 학회에서도 큰 목소리를 내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최근 수술법이 발달하고 과다한 수혈을 지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번지면서 전적인 무수혈보다 적정수혈, 최소수혈 개념에 힘이 실리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