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5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는 2002년도에 벌어진 ‘여대생 공기총 청부살해 사건’을 재조명하면서 국민들에게 분노의 불씨를 지폈다.
그 분노의 불씨는 살인 교사죄로 무기징역을 선고받은 윤모씨(영남제분 회장 사모님)에게 허위 진단서를 작성해 형집행정지로 교도소가 아닌 병원 특실생활을 할 수 있게 도와준 연세대학교 세브란스병원에게 번졌다.
국민들이 분노하는 가장 큰 이유는 죄 값을 치러야 할 죄인이 최고급 병실에서 그에 응당한 값을 치르지 않고 호화생활을 누렸기 때문이며, 이를 도와준 주치의 박모교수에 대한 비난 역시 수위가 높아졌다. 이후 검찰은 병원 진료기록 등 압수수색 후 박 교수를 구속 기소해 조사 중이다.
그렇다면 박 교수는 왜 윤 씨의 허위진단서를 작성했을까? 검찰의 말대로 박 교수가 대가를 받고 허위진단서를 작성한 것일까?
진단서를 작성한 주치의 박 교수는 2008년 6월부터 윤 씨의 남편 류 회장으로부터 미화 1만불, 우리돈 1000만원을 받고 10여 차례에 걸쳐 윤 씨의 허위 및 과장 진단서를 발급해준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류 회장이 박 교수에게 돈을 건넨 구체적 증거와 윤 씨의 진료기록을 확보해 조사 중”이라고 발표했다.
그런데 국내 유방외과 실력자로 인정받던 대학병원 교수가 한달치 월급정도인 1000만원을 받고 이 같은 범죄에 동참한 것일까?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동료 교수들 "회유와 협박 등 받고 마지못해 응했을 수도"
사건이 일파만파 퍼지고 국민들의 비난이 거세졌지만 박 교수와 같은 병원에서 근무하는 동료 의사들은 이 같은 상황을 믿기 힘들다는 반응이다.
아쉬울 것 없는 박 교수가 고작 1000만원 때문에 범죄에 동참했을 리가 없다는 것이다. 만약 박 교수가 허위진단서를 작성했다면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첫 번째 가설은 의사의 소신으로 죄인이긴 하지만 요양이 필요하다고 판단해 대가없이 진단서를 썼다는 것이다.
세브란스병원 한 교수는 “죄인이기 이전에 암환자였기 때문에 치료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소신껏 진단서를 작성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대부분의 의사가 환자 상태만을 고려해 진단서를 작성한다. 죄인이라고 치료가 필요한 상황을 외면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번째 가설은 당시 박 교수가 회유와 협박을 이기지 못하고 진단서를 작성했다는 것이다. 영남제분이 정재계 인사를 동원해 박 교수를 회유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이야기다.
세브란스병원 다른 교수는 “영남제분이 정재계 두터운 인맥을 이용해 박 교수를 회유하지 않았겠냐”면서 “박 교수가 1000만원 때문에 허위진단서를 한 번도 아닌 여러 차례에 걸쳐 작성했다는 것은 납득이 안된다”고 추측했다.
세 번째는 돈을 줬다는 사람만 있고 받은 사람이 없는 배달사고다. 한 교수는 “박 교수는 평소 동료 의사들과도 시시껄렁한 농담 같은 건 하지 않는 까칠한 성격의 소유자”라면서 “까칠하다는 것을 다르게 말하면 타협 없이 철저한 원칙을 가지고 자신의 주장을 펼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박 교수가 죄질이 나쁜 사건에 휘말려 곤혹을 치르고 있는 것”이라면서 “아직 사건이 진행 중이기 때문에 결론이 나기까지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박 교수도 피해자일수 있는데 왜 주치의였다는 이유만으로 비난하고 헐뜯는지 모르겠다”며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박 교수가 구치소에 구속 기소된 후 세브란스병원 몇몇 보직자와 교수들이 면회를 다녀왔지만 “잘 지내는 것 같다”는 말만 전할뿐 사건 진행과 관련된 상황은 일체 말을 아끼고 있다.
한편, 박 교수는 사건이 불거진 후 5개월여 만에 연세대학교로부터 직위 해제된 상태며 대한의사협회 윤리위원회에 회부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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