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기징역수 사모님은 아무 의학적 문제가 없어 입원 치료할 필요가 없었고 수감이 불가능한 상황은 더더욱 아니었다."
여대생 청부살해 사건의 주범 윤길자(68,여)씨 주치의인 세브란스병원 유방외과 전문의 박 모 교수와 함께 진료를 도운 협진의들이 "진료당시 윤씨의 메니에르병과 골다공증 정도는 수감생활이 가능해 입원할 수준은 아니었다"고 증언했다.
8일 서울서부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하늘)는 세브란스병원 박 모 교수의 허위진단서 관련 4차 공판에서 그와 함께 윤씨를 협진한 세브란스 소속 의사들의 증언을 토대로 범죄 유무를 심리했다.
검찰에 따르면 박 교수는 윤씨가 실제로 메니에르병(어지럼증, 이명, 난청 등이 복합되는 원인불명 질환)과 중증 골다공증을 앓고 있지 않는데도 이를 진단서에 포함시켜 윤씨의 합법적 탈옥을 돕고 병원 특실에서의 호화생활을 가능케 했다는 것이다.
이 날에는 공판 시작 30분 전부터 박 교수 대리 변호인들이 서부지법 형사대법정을 찾아 증거 채택 및 증인 신문 순서를 조율하는 등 분주한 움직임을 보였다.
검찰은 "박 교수 진단서에 따르면 안과와 이비인후과 치료가 적극 필요해 수감생활은 불가능하다고 기재됐는데 협진 기록에 대한 정직한 증언을 해달라"며 증인 신문을 시작했다.
세브란스병원 이비인후과 김 모 교수는 검찰 신문에서 "지난 2009년 3월 경 박교수로부터 이명, 어지러움증을 동반한 메니에르병 관련 협진 의뢰를 받았지만 검사 및 진찰상에서는 청력에 특별한 문제가 없어 약물치료보다는 보존적 치료만을 결정했다"며 "메니에르병에 따른 심각한 어지러움 상태가 아니라 확진한 사실이 없다"고 증언했다.
이어 "의학적으로는 입원치료는 필요 없었고 이비인후과적으로도 입원과는 전혀 관계가 없었다. 윤씨는 현훈(어지럼증) 증상을 보이긴 했지만 당장 급하게 치료해야 할 상황은 아니었고 약물 치료도 필요없었다"며 "입원이 필요한 상황도 아니었고 수감이 불가능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다"고 말했다.
또 "유방암, 파킨슨증후군, 우울증, 위산역류, 천식, 백내장, 황반원공, 골다공증, 위역류, 불면증, 당뇨병 등 진료 과목을 섞어 진단서에 쓰는 경우가 없어 이를 모두 포괄했을 때 윤씨가 입원해야할 상황인지는 판단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검찰은 사모님 윤씨의 골다공증 협진의 이 모 교수에게도 병환에 따른 입원 필요성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골다공증 전문의 이 교수는 "윤씨는 2008년 낙상으로 인한 압박요추골절상을 입었는데 진단서 작성 시기인 4년 뒤만 판단한다면 입원치료가 필요한 수준은 아니었다"며 "압박요추골절은 골절 당시 극심한 통증이 동반되긴 하나, 시간이 지나면 통증이 사라져 일상 생활에 큰 문제는 없다"고 피력했다.
다만 이 교수는 "그러나 윤씨는 유방암 치료 항암제를 복용하고 있어 근골격계 통증이 유발된데다 골흡수 억제제를 투여하는 상황이고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손실이 매해 진행되고 있었으므로 모든 질환을 복합적으로 판단한다면 수감생활에 대해서는 무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고 증언했다.
즉, 골다공증 질환만을 놓고 봤을 때 윤씨의 입원치료는 필요없지만 항암, 당뇨 등 치료 전반을 유기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어느정도 입원 필요성도 인정된다는 것이다.
이에 검찰은 "이씨는 앞서 진술 기록에서 윤씨가 더이상 골절이 발생하지 않고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한다면 수감생활에는 문제가 없다고 인정한 바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검찰-증인 간 변론을 심리한 김하늘 판사는 "이씨 주장대로라면 골절의 위험성 부분을 제외한다면 윤씨 수감 생활 등에 큰 문제는 없다는 것인가"라며 "고도 골다공증을 앓고 있다고 해서 수감자들을 무조건 입원시킬 수는 없는 일"이라며 재판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