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사무장, 병원장 등 연대책임을 물어 병원이 문을 닫아도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
대통령까지 공개적으로 나서서 '적폐'(積弊)로 지목한 요양병원 비리.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반부패정책협의회’에서 요양병원 비리 관련 대책을 발표했다.
병원 문을 닫는 한이 있더라도 반드시 국민들의 혈세를 환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메시지다.
문 대통령은 이날 요양병원 비리에 관한 보고를 받고 “통계를 보면 지난해 환수결정액 대비 징수율이 4.72% 미만”이라며 “이는 문제가 된 병원들이 소위 ‘먹튀’를 하고 있다는 반증”이라고 표현했다.
단순히 비리 몇 건을 적발하겠다는 대책은 미봉책이라며 철저한 준비를 촉구했다.
문 대통령은 “특히 불법의 온상으로 뿌리 깊게 자리잡아온 사무장병원의 경우, 해당 사무장은 물론 병원장까지 연대 책임을 물어야 한다”며 “부정하게 새어 나간 금액은 반드시 환수해야 한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
이어 “기존과 똑같은 대책이 아닌 본질적인 대책을 보고하라”고 국민권익위원회를 비롯한 반부패정책협의회 참여 기관들에 주문했다.
지난 1일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국회 시정연설에서도 문 대통령은 “청와대는 국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민생과 직결된 분야에서 불공정을 바로잡는 일에 주력할 방침”이라는 뜻을 밝힌 바 있다.
특히 권력적폐를 넘어 생활적폐를 청산해야 한다는 의지를 내비쳐 온 만큼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며 과당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는 요양병원의 대대적 수술을 예고했다.
사실 요양병원은 2000년대 후반 우후죽순 생겨났다.
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국내 요양병원 수는 장기요양보험제도가 도입된 2008년 690곳에서 지난해 1531곳으로 약 10년 만에 2배 이상으로 늘어났다.
요양병원을 이용한 환자들 때문에 건보공단이 최근 5년간 부담한 비용은 2조4025억원에 이른다.
문제는 국민 건강권을 침해하고 의료비 상승을 유발하는 사무장 요양병원이 근절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는 점이다.
실제 경찰청은 지난 15일 특별단속을 통해 총174건 317개 병원을 적발하고 무려 1935명을 검거(구속 22명)했으며 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불법적으로 편취한 요양급여 3389억원을 적발했다.
△비의료인에 의한 요양병원(한방병원) 설립·운영 행위 △요양급여 부정청구 및 보험사기 행위 △무자격자 등에 의한 불법진료 행위 △기타 사무장병원 관련 각종 불법행위 등이 판을 치고 있다는 의미다.
대한요양병원협회가 “일반인이 운영하는 불법 사무장병원이 전체 요양병원 이미지를 훼손하는 만큼 내부적으
로 단호히 대응해 나가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미지수다.
여기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김승희 의원(자유한국당)은 “여전히 전국 요양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상당 수가 입원치료가 불필요한데도 불구하고 입원해 치료를 받고 있다”며 받았다”며 “이들의 진료비는 날이 갈수록 늘고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3년새 치료가 필요 없는데도 요양병원에 입원한 노인환자는 3년 사이에 35% 급증했고, 국가가 지출해온 건강보험료와 국고부담은 6800억에 달했다.
김 의원은 “정부의 저수가 정책으로는 더 이상 요양병원 사회적 입원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불필요한 사회적 입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보다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