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경기도 성남 한 병원의 의료진 3인이 오진으로 인한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고 있는 가운데, 대한의사협회의 의료감정원 설립이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 단체인 의협이 독립된 의료감정원을 설립해 향후 의료분쟁 과정에서 감정을 맡고자 추진하고 있는 것이다.
의협 정성균 기획이사 겸 의무이사는 21일 한국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된 ‘바람직한 의료감정기구 설립을 위한 토론회’에서 의료감정원 설립 추진 현황을 공개했다.
의협은 지난 1991년부터 의료감정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의협 내 감정심의위원회를 통해 진료기록부를 근거로 한 서면감정을 하며 감정 결과는 의협회장의 명의로 보건복지부나 법원 및 검찰 심의 의뢰기관에 제출한다.
최근 5년 간 의료감정 현황을 살펴보면, 2013년 1232건에서 2015년 2040건으로 증가했고, 2017년에도 2510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증가세에 맞춰 효율적인 의료감정 조직 및 운영시스템을 구축을 위해 의료감정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의협은 의료감정원 설립 및 운영방안을 상임이사회에 보고하고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와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내년 4월에 감정원을 오픈하겠다는 방침이다.
정성균 기획이사는 “의료감정원의 독립적 운영체계 및 회무연계성을 확보하면 의료감정에 대한 공정성을 높이고 신속한 의사결정과 추진력을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여기에 감정원의 전문성과 연속성도 높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전문가들이 좌우하는 현행 감정체계 개선돼야”
의협은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 등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현행 감정 절차에 대한 사안도 지적했다.
의협 김해영 법제이사는 “중재원 감정제도의 가장 큰 문제는 비의료인 3인을 포함한 5인의 집단감정”이라며 “실체적인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의료감정에 의료 비전문가가 감정위원들의 60%인 상태로 감정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매우 비합리적”이라고 지적했다.
김 법제이사는 “현 의료감정제도는 회신 기간의 과도함, 감정의 정확성, 감정촉탁서 반송 및 감정인 보호체계 미비라는 제도적인 문제점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문제가 해결돼야만 의료감정제도가 효율성을 발휘할 수 있는데 의료감정원 설립이 적절한 방법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강남차병원 산부인과 정용욱 교수도 “중재원의 감정은 의료사고의 특수성을 간과하고 있다. 과정에 문제가 없어도 결과에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또한 객관성을 유지하기 보다 피해자 중심의 치우친 의료감정이 되기 쉽고 이는 분쟁의 조정 및 중재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의협의 의료감정은 전문학회를 통한 객관성 확보가 가능하며 의료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의료인에 대한 교육도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의료감정의 주요 의뢰기관 중 한 곳인 검찰은 의료감정원의 설립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면서, 결국 감정의 공정성이 핵심이 될 것이라 전망했다.
대검찰청 박대환 연구관은 “의협이 전문성, 객관성, 공정성을 보유한 의료감정기구 설립을 추진한다는 것은 국내 최고의 의료전문가단체로 사회적 소명과 공익적 역할을 다하는 것으로 환영한다”면서도 “한편으로 의협이 의료인들의 권익보장을 주장하는 과정에서 공공의 이익과 충돌을 보이는 사안도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박 연구관은 “이러한 상황에서 협회 산하에 의료감정기구를 설치할 경우 감정위원 인적구성 및 조직체계 등에 대한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국민으로부터 신뢰받을 수 있는 감정기관으로 거듭날 수 있다”며 “이를 위해 감정위원은 감정사건과 이해관계가 없는 자가 선출돼야 하며, 감정기구는 인사제도와 조직구성 예산책정에서 협회의 간섭없이 독립성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