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 위법 확신"
이재희 법무법인 명재 대표 변호사
2024.03.18 05:11 댓글쓰기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분노한 전공의들이 진료현장을 떠난지 한 달째다. 정부는 의료공백에도 불구하고 각종 행정명령을 발동하는 등 이번 사태가 봉합이 아닌 갈등만 커지는 형국이다. 전공의들은 법률 자문을 구하거나 변호사 선임에 나섰지만 정부와 대립을 원치 않는 대형로펌들이 눈치를 보고 있는 사이 법무법인 명재 이재희 변호사[사진]가 구원투수를 자처했다. 그는 "사직한 전공의들에 대한 정부 행정명령이 위법하다고 확신했다"며 아미쿠스 메디쿠스 출범 배경을 설명했다. 


Q. 대형 로펌들이 꺼린 전공의 보호에 뛰어든 이유는

2018년 무렵 대한공중보건의사협의회 법률고문을 맡은 게 인연의 시작이다. 이후 2020~2021년까지 대한의사협회 법제이사도 역임했다. 2020년 의사 파업을 직접 겪은 몇 안 되는 변호사다. 이런 과정에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임현택 회장과 소통하며 지냈고, 그가 변호인단 구성을 요청해 수락했다. 이후 '아미쿠스 메디쿠스'가 출범하게 됐다. 


Q. 변호인단 규모가 꽤 커졌는데

14개 로펌 변호사 25명 규모로 출발했다. 이후 법무법인 로고스나 여운국 전(前) 공수처 차장이 있는 동인처럼 큰 규모의 로펌들도 합류했다. 현재 200명 정도 된다. 


Q. 실제 전공의들 문의가 많은가

그렇다. 게시판 댓글, 카카오톡, 법률 플랫폼 로톡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전공의들에 대한 상담이 이뤄지고 있다. 자신의 상황과 관련한 법률 자문을 구하는 경우가 상당하다. 


Q.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에 대한 처분이 적법한가

정부가 의사와 병원을 상대로 일괄적·포괄적으로 발령한 각종 행정명령은 위법하다. 이렇게 확신하기에 지금 전공의 편에 서 있는 것이다. 죄없는 사람을 고소, 고발하는 것 자체는 고발인 혹은 고소인 자유다. 정부도 처분을 할 수 있다. 다만, 나중에 법원에서 무효 또는 취소로 판명될 처분이라고 확신한다. 


Q. 헌법에 명시된 국가 보건책무가 인정된다는 주장도 있는데 

공익을 위해 개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것은 '필요한 경우'로 국한된다. 이 사안이 '필요한 경우'에 해당하는지 판단 과정이 필요하다. 공익을 위해 사익을 제한하는 국가의 권력작용은 1차적으로 국회가 제정하는 법률로, 그 다음으로 행정부 법률에 따른 집행행위로 구체화된다. 이후 사법기관이 법령과 처분의 위헌 및 위법성을 판단한다. 사실 모든 제도는 공익을 목적으로 하기에 대체로 정당하다. 그렇다면 이번 사례를 보자. 지금 전공의 사직을 일괄 금지하고, 계약서도 안 쓴 전공의를 강제로 면허 등록 시키고 있다. 그 목적이 '의대 증원'이다. 의대 증원이 그렇게 대단한 공익을 가져올까. 정부는 이제 와서 '전문의 중심 진료체계'를 구축하겠다고 하는데, 그 얘기를 의료계가 언제부터 주장해왔나. 게다가 전공의들을 사직하지 못하게 사직서 수리를 일괄 금지했지만 의료대란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런데 의대 정원은 2배를 늘려야 할까. 앞뒤 논리가 맞지 않는다. 


"국가가 죄없는 사람 처벌,  전공의 위해 당당히 싸우겠다"

"정부 강제 행정명령 목적은 의대 증원. 증원이 정말로 대단한 공익을 가져올까" 

"사직서 제출은 의사 표현 방식으로 문제 안된다"

"전공의 행정처분은 무효 또는 취소 확신, 의사 인터넷전화 사용금지 명령도 나올 듯"


Q. 사직서를 제출 직후 병원을 나간 것은 문제 없나

전공의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수련규칙에 '퇴직'에 관한 사항을 반드시 담아야 하고, 표준안보다 전공의에게 불리한 수련규칙을 정한 병원이 있다면 시정 대상이 된다. 이에 대부분 표준안보다 전공의에게 유리한 수련규칙을 갖고 있다. 수련규칙은 근로계약서와 함께 근로계약 내용을 구성한다. 따라서 근로계약상 30일 전에 사직의 의사를 표시했는지가 중요하다. 사직서 제출은 가장 명확하게 사직 의사를 표시하는 방법이라 수련규칙 표준안은 사직서를 소속 진료과장에게 제출토록 하고 있다. 

다만 사직서 수리 여부는 수련병원 재량이다. 수련병원장은 사직 절차를 준수하지 않은 전공의를 해임할 수도 있다. 그리고 이는 사인 간의 계약에 불과해 위반사항이 발생한다고 하더라도 단지 민법에 따른 손해배상 의무만이 발생할 뿐이다. 그런데, 만약 단체 또는 다중의 위력을 행사해 사직서를 제출한 것이라면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형사적 사안도 함께 검토하게 된다. 대법원 판례는 업무방해죄 성립을 위해 집단성·전격성·손해막대성 등 3가지 요건을 필요로  보는데, 백번 양보해 집단성이 인정되더라도 이미 전공의 사직을 수련병원이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다. 대 인력을 구할 수 있었으므로 전격성도 인정되지 않으며, 또 천번 양보해 전격성이 인정된다고 하더라도 교수들이 진료를 보고 있어 오히려 의료전달체계 정상화가 이뤄졌으므로 손해막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Q. 행정처분을 받으면 기록이 남아 해외 취업 시 제약이 될 수 있다고 하는데

행정처분이 무효 또는 취소될 것이라 확신하지만 무효 혹은 취소가 되지 않더라도 대한민국 정부가 위헌, 위법한 명령을 내린 것뿐이고, 이 시기에 전공의였던 모든 이들에게 남아 있는 기록인데, 무슨 문제가 될까. 개인이 문제가 있어서 받은 처분이 아니다.


Q. 정부가 전공의 법적 지원을 위한 기부금 모금을 제한하고 있다

기부금품 모집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으는 회비나 성금은 기부금품에 해당하지 않는다. 따라서 법률상 제한은 없다. 성금 모금 금지 명령 같은 명령이 의료법 59조 1항에 근거를 둘 수 있는 '필요한 명령'이라고 진짜 생각하는지 되묻고 싶다. 당연히 '필요한'이라는 비례의 원칙을 어긴 위법한 명령이다. 요즘 보면 매일 필요한 명령이 계속 생기는 정부가 곧 의사 인터넷과 전화 사용을 금지한다는 명령까지 나올 것 같다. 정부 입장에서 필요한 것과 공익을 위해 필요한 것을 구별하지 못하는 것이다. 


Q. 마지막으로 전공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여러분이 맞다"는 말을 꼭 하고 싶다. 잘못했다고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제가 이 말을 했으니 저는 여러분을 복지부적인 개념으로 '공모·교사·방조·선동'한 사람이 됐다. 다음 피고발인은 제가 맡아두겠다. 새치기 하지 말아달라.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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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ㅇㅇ 03.18 08:01
    정부 눈치 보느라 머뭇거리는 대형로펌보다 훨씬 낫습니다. 앞날을 응원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