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수가제(DRG) 의무적용에 반대한 의료계가 여론전에서 역풍에 휘말리고 있다. 반면 복지부는 DRG 관련 설명서를 배포한 데 이어 주요 매체와 전문지 등을 대상으로 한 여론전에서 우위를 점하려는 모습이다.
의료계 내부에서는 이번 DRG 반대와 건정심 탈퇴 선언의 향배는 여론전에서 결정될 것이란 의견이 많았다.
의협 집행부는 큰 그림을 그리려면 초기에 불리한 여론에 흔들려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모았다는 전언이다. 의협은 건정심 구조 자체를 뜯어고치는 것이 DRG 정국을 돌파하는 묘책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대한의사협회가 지난 24일 DRG 의무적용에 항의하며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를 선언한 이후 초기 여론이 좋지 않다.
주요 매체들이 잇따라 의협 집행부를 비판하는 사설과 칼럼을 보도하고 있다. 복지부 논리와 비슷한 내용도 많다.
의료계를 압박하는 여론은 크게 건정심 탈퇴를 선언한 것과 합의된 사안을 뒤집었다는 비난으로 요약된다. 파업 등 집단행동에 대한 우려도 쏟아지고 있다.
건정심 탈퇴 선언은 명분이 부족하며 의료의 공공성을 고려할 때 복귀해서 다시 논의하라는 주문이다. 이에 대해 의협 측은 건정심 의결구조가 정부에 매우 유리하게 구성돼 있어 불가피한 선택이었음을 주장한다.
때문에 시간을 갖고 건정심 구조를 개편하는 작업에 나서겠다는 게 의협 집행부의 입장이다. 올해 연말까지 이런 갈등이 불가피하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전임 의협 집행부가 있던 자리에서 DRG를 합의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현 집행부는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하고 있다.
전임 집행부도 건정심에서 수차례 DRG에 반대했으며 일방적인 의결사항을 마치 합의로 포장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전임 집행부 관계자는 "DRG를 찬성한 적이 없다. 이는 의료계를 압박하기 위한 여론전의 한 형태"라고 말했다.
의료의 질 하락에 대해선 의견이 분분하다. 복지부는 DRG에 대한 환자 만족도가 행위별수가보다 높다는 점을 강조한다. 의원급 의료기관의 84% 정도가 DRG에 참여하고 있음을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가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를 벌이고, 의료공급자 정서를 왜곡한다는 반박 논리를 펼쳤다.
복지부는 오는 30일 차기 건정심 회의에서 DRG를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이다. 지난 23일 건정심 위원들이 의협을 비판하는 결의문을 채택했다는 점에서 일단 DRG 통과는 유력해 보인다.
29일에는 전문언론 간담회를 열고 복지부 입장을 전할 예정이다. 복지부는 과거 만성질환관리제에 대한 의료계의 여론이 악화되자 직접 의협 기자단과 만나 정부 입장을 전달하는 등 여론전에 공을 들여왔다.
복지부 핵심 당국자는 "DRG에 대한 의협의 주장이 내부 정치적인 요소가 전혀 없다고 볼 수 없다"며 "정부 입장은 확고하며 예정대로 추진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