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서 지난 17일 서울행정법원에서 진행된 복지부-남광병원의 ‘수련병원 취소소송 2차 변론’에서 복지부는 일부 언론 보도를 참고자료로 제출함으로써 남광병원이 거의 폐원 수준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병원 측은 환자 급감 요인으로 ‘리모델링 공사’를 거론하며 반박에 나섰다.
당시 병원 측은 “남광병원 진입로 공사 및 리모델링 등으로 환자 수가 일부 줄어든 것은 사실”이라며 “복지부 처분이 알려지면서 병원은 일부 매도당하는 수밖에 없어 환자들도 심리적으로 오기 힘들어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제출 사진을 본 재판부의 “복지부 참고자료 사진 속 병원과 전혀 다른 병원 모습이다. 리모델링 공사는 다 끝난 것인가”라는 질문에 “리모델링 공사는 다 끝났다. 남광병원이 큰 규모의 병원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것을 알아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기자가 방문한 남광병원에서는 병원 측이 강조한 ‘노력’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총 1~9층까지(지하1층 제외, 4층 없음) 층별로 확인해본 결과 리모델링을 진행한 1, 5층을 제외한 나머지 층수에서는 복지부 제출 자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화려한 샹들리에와 새 병원 느낌으로 공사한 1층, 병동 5개층 가운데 유일하게 리모델링 공사를 마친 5층만 있는 ‘보여주기식 리모델링’ 모습이 역력했기 때문이다.
특히 8층 스테이션의 경우 입원 환자 현황판이 바닥에 떨궈져 있었으며 적혀있는 환자들 대부분은 지난해로 추정되는 입원 날짜들이 쓰여 있었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듯한 스테이션을 손가락으로 밀어보자 먼지가 가득 밀려나기도 했다.
응급실 내부에도 하얀 침대들만 줄지어 있었으며 아무도 없는 듯한 중환자실은 어둡고 조용한 상태에서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반 층을 병동으로 쓴다는 9층에 올라서자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병동 쪽을 제외한 나머지 반 층, 즉 교수 연구실 쪽에 대한 리모델링 공사가 진행 중이었다.
공사를 하고 있는 인부는 “도서관, 교육실 등 9층의 반쪽만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곳을 끝내면 2층 외부 쪽 공사에 들어갈 것 같은데 나머지 층수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아직 들은 바 없다”고 말했다.
또한 1층에 있던 남광병원 간호사에게 기자가 5층 외 나머지 병동은 공사할 계획이 없는지, 왜 안 하는지 물어보자 가만히 쳐다보기만 할 뿐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병원 외형보다 더 중요한 수련기관 내적 여건 충족하는지 의문
병원의 문제점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과연 수련병원의 존재가치 여부가 ‘리모델링’이라는 외형적인 요소로만 그칠 수 있을까.
앞서 2차 변론 당시 복지부 관계자는 “과연 ‘리모델링’ 때문에 1년에 입원환자가 10~20명으로 감소한다는 게 말이 되나. 외관을 많이 꾸몄다고 해서 수련병원 지정 기준을 만족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
즉, 수련병원으로서 남광병원이 주력해야 하는 부분은 리모델링이라는 외형적 부분보다는 얼마나 많은 입원 환자들과 수술 케이스 등을 전공의에게 제공할 수 있는지에 대한 내형적인 부분이라는 것이다.
특히 6층 병동의 경우 입원 환자가 단 한 명뿐이었고 나머지 층수도 입원 환자 수가 손에 꼽힐 정도로 적었다. 스테이션도 6~7층을 제외한 나머지는 간호사가 존재하지 않았다. 이는 인근 소재의 여타 대학병원들의 모습과 극명하게 대조됐다.
또한 병원의 실태는 주변 대학병원들과 인근 거주하는 주민들의 증언을 통해서도 언급됐다.
이날 찾아간 인근 A대병원 관계자는 “우리 병원은 남광병원과 비교적 가까운 곳에 위치하지만 비교할 만한 사안이 아니다”고 전제한 뒤 “남광병원은 환자는 물론 존재감도 없는 곳인데 비교한다는 발상 자체가 이해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인근 병원인 B대병원 측도 “이 근처에서 대학병원을 방문할 때에는 A병원과 B병원을 대부분 찾을 뿐 남광병원을 가는 사람이 있긴 하나”라고 반문한 뒤 “산재 중심의 환자들이 많다고 들었다. 병원의 존재 가치를 잘 모르겠다”고 평했다.
"환자도 없는데 다른 건물 짓고 있는 병원 이해 안돼"
주민들도 남광병원에 대한 의구심과 불만의 목소리를 높였다.
인근에 30년 가까이 살았다고 밝힌 주민 D씨는 “지난 4년간 꽃집을 한 적이 있다. 당시 하루에 3번꼴로 A병원과 B병원에 꽃배달을 가곤 했지만 남광병원은 4년 동안 단 한 번도 가 본적이 없다”며 “환자 발걸음이 끊기고 적막이 흐른 지 10년 정도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결국 남광병원은 외형적 문제 뿐 아니라 병원 및 수련병원으로서의 위상도 찾기 힘든 수준이라는 해석이 가능했다.
이를 두고 E대학병원 관계자는 “수련병원으로서 전공의 트레이닝도 못하고 시설도 안 된다면 지정병원 취소가 당연한 것”이라며 “전공의들만 불쌍하다. 인력자원 등을 구축도 안 해놓고 병원 지정만 해놓으면 무슨 소용이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편 오는 7월19일 남광병원 수련병원 지정 취소에 대한 소송이 최종 선고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