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의료결정법, 요양병원에서는 1%도 시행 어려워'
“설비 조건 까다롭고 윤리위원회 수가 없어 실시하기 힘든 실정”
2019.07.25 15:1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연명의료결정법이 시행된 지 약 1년이 지났지만 요양병원에서는 실행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목소리가 제기된다.
 

현재 국내 병원계에서 의료기관윤리위원회를 설치, 연명의료계획서를 수용하는 기관은 상급종합병원이 대부분이다.
 

마찬가지로 임종이 임박한 환자를 주로 돌보는 요양병원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진행이 극히 드문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이 최근 발표한 연명의료결정제도 운영현황에 따르면 시범사업을 시행한 2018년 2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연명의료계획서 총 1만2366건 중 약 54%에 해당하는 6758건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작성됐고 요양병원은 37건에 불과했다.
 

요양병원들은 이 같은 연명의료결정법 시행 불균형 관련, 현행 제도로는 당연한 결과이며 개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박진노 대한요양병원협회 호스피스연명의료위원회 위원장은 요양병원의 연명의료계획서 수요에 대해 “급성기 병원의 경우는 다르지만 만성질환자 또한 임종을 오갈 수 있기에 연명의료에 대한 결정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요양병원에서 연명의료계획서 취급이 어려운 이유로 박진노 위원장은 먼저 대상 기관의 시설 조건을 지적했다.
 

현재 연명의료결정법에서는 연명의료를 ▲심폐소생술▲인공호흡기▲혈액투석▲항암제투여 4가지 행위로 정의한다.
 

이에 따라 복지부는 이 4가지 의료행위를 행할 수 있는 투석실, 인공호흡기 등의 시설 및 장비가 갖춰진 의료기관만을 대상으로 연명의료계획서를 다룰 수 있게 했다.
 

박 위원장은 “이 모든 시설과 장비를 구비한 요양병원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며 “해당 조치가 시행규칙 해석에 따른 것인 만큼 복지부 및 국가생명윤리정책원은 급성기 병원에만 맞춰진 시설기준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연명의료계획서에 대한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의료기관윤리위원회 운영 지원도 요양병원에서는 사실상 전무하다.
 

박성국 대한요양병원협회 사업이사는 “위원회 운영에 자금은 필수인데 관련 수가는 대학병원에만 지급되고 요양병원에는 지원이 없다. 요양병원들은 손해를 우려해 위원회를 선뜻 가동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요양병원에서는 연명의료계획서 실행을 원하는 환자가 있을 시 급성기병원에 환자를 보내는 방식으로 조치를 취하고 있다.
 

결과적으로 의료기관 특성에 맞지 않는 환자를 배정해 비효율적인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사회적 손실을 초래한다는 것이다.
 

박성국 이사는 “연명의료결정만을 위해 급성기병원을 방문하는 것은 개인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비효율적이다. 급성기병동 포화로 의료진은 진정 위급한 환자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염려했다.
 

현재 대한요양병원협회에서는 호스피스연명의료에 관해 한시적으로 특별위원회를 마련해 요양병원에서의 연명의료결정시행에 대한 사안을 논의 중이다.
 

박진노 위원장은 “요양병원계 전반에서 요양병원 환자들이 연명의료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 “요양병원 규모에 따라 재단 수익 유지 방식이 다른 만큼 공용윤리위원회를 이용할 수 있게 하는 정부 지원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박성국 이사는 연명의료결정법 취지에 대해 환자의 선택권 이외에 개인적·사회적 의료비용절감 효과를 제시했다.
 

그는 “최근 고령화로 보험재정 부족이 우려되는 만큼 연명의료결정법에 대한 선택범위를 확대하는 것이 선택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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