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치과의사·한의사도 '본인 어필 시대'
토크쇼·연애프로 등 예능 출연 증가…입담 뽐내고 고민 토로
2022.11.10 10:50 댓글쓰기

보수적인 의료계도 옛말일까? 과거 의사들은 자문 수행 또는 의료현장 체험기 콘텐츠 등을 위해 뉴스·다큐·건강프로그램 등에 출연해 전문가로서의 모습을 보여줬다. 이와 달리 최근에는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자신을 뽐내거나 고민을 털어놓는 경우가 다수 포착돼 관심을 끈다. 개인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는 경우도 많지만, 전국민이 시청하는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 개인의 삶을 소개하거나 상대 출연자에게 매력을 어필하는 다채로운 모습이 펼쳐지고 있다. 데일리메디가 근래 대중 콘텐츠에 출연한 대학병원 교수부터 의사회 임원, 개원의 등의 모습을 정리해봤다.


예능 프로 소개된 대학병원 교수·개원의가 걸어온 길 


금년 1월 방영된 tvN 예능 토크쇼 ‘유퀴즈 온더 블록’ 명의(名醫) 편에는 다양한 진료과의 대학병원 교수들이 출연해 화제가 됐다. 


다태아 분만 최고 권위자인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쌍둥이 4000명, 세쌍둥이 450명, 네쌍둥이 8명을 받은 이력에 이어 금년 초 서울대병원에서 탄생한 34년만의 다섯쌍둥이를 받은 경험을 소개했다. 


전 교수는 산부인과 의료진으로서 “산모들에게 안정과 태교를 권하지 않는다”는 철학도 밝혔다. 


그는 “임산부가 움직이지 않으면 혈전증 위험이 높고 삶의 질도 떨어지며, 태교는 근거가 없다. 일을 해야 하거나 태교할 시간이 없는 여성들이 죄책감을 느끼지 않아야 한다”고 소신을 밝혔다. 


해당 회차에는 강창무 세브란스병원 간담췌외과 교수도 출연했다. 췌장 절제술 분야 논문 수로 전세계 상위 0.1%라는 타이틀을 보유할 정도로 연구에 몰두 중인 그는 “가족처럼 진료하겠다는 말로 환자들을 안심시킨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뿌리를 과거 어머니가 준 교훈에서 찾았다. 강 교수는 “의대생 시절 어머니가 직장암을 진단받고 수술하셨지만 재발 후 결국 돌아가셨다”며 “암환자 가족으로서 느꼈던 마음을 바탕으로 진료현장에서 가족처럼 진료하겠다고 말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미란 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도 지금의 전공을 선택하게 된 계기를 소개했다. 김 교수는 “인턴 시절 새벽에 아기를 받은 경험이 있다”며 “간호사에게 아기를 건네고 산모에게 가야 하는데 아기가 잡고 놓지 않았다”고 회고했다.


이어 “생명의 힘에 감동해 소중한 자궁을 지켜 여성 건강에 이바지하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며 “수술 욕심이 많아 양손잡이가 되기 위해 노력하기도 했다”고 말해 감동을 자아냈다. 


정선근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교수도 금년 6월 방영된 유퀴즈 온더 블록 ‘똑바로 살기’ 편에 출연했다. 


‘척추의 신(神)’이라고 불린다는 정 교수는 척추에 좋은 운동법과 나쁜 운동법을 제대로 알려주는가 하면 “환자들에게 100만원 이하는 줍지도 말라, 정 굽혀야 한다면 작게 천천히 구부리라고 조언한다”면서 재치를 뽐냈다. 


노영선 서울대병원 응급의학과 교수(서울중증환자 공공이송센터장)는 금년 7월 같은 프로그램 ‘개척자들’ 특집에 ‘달리는 중환자실’을 만든 장본인으로 소개됐다. 


달리는 중환자실은 특수 구급차에 응급의학과 전문의, 응급구조사, 간호사가 한팀이 돼 거리에서 필요한 처치를 하는 응급의료 서비스를 말한다. 


그는 “전공의·전임의 시절 해외에서 응급의료체계를 공부하다가 프랑스·독일 사례를 참고해 특수 구급차 사업을 고안했다”며 “2015년 시범사업에 이어 2016년 본사업 시작했다”고 소개했다. 


의사회 임원이자 개원의도 브라운관에 모습을 드러냈다. 임익강 대한외과의사회장(굿모닝함운외과의원 원장)은 금년 3월 유퀴즈 온더 블록 ‘뜻밖의 재능’ 편에서 활약했다.


그는 급작스러운 대변 배설 위기를 이겨내는 법 등을 소개할 뿐 아니라 대장항문외과 전문의로서 개원 초창기 겪은 애로사항도 소개했다. 


그는 “개원하고 5년 정도는 오후가 되면 머리가 아팠다”며 “하루종일 대변 냄새를 맡고 진료 중 대변이 얼굴에 묻을 때도 있지만 환자가 민망해할까봐 얼른 닦기도 했다. 지금은 공기청정기를 여러 대 놔서 괜찮다”고 너스레를 떨기도 했다. 


최근 가장 활발하게 대중 콘텐츠에 모습을 드러내는 비뇨의학과 개원의도 있다.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 과감한 입담으로 화제를 모은 홍성우 닥터조물주 비뇨의학과의원 대표원장이다. 


그는 SBS ‘집사부일체’, MBN ‘속풀이쇼 동치미’, KBS 2TV ‘살림하는 남자들’, SBS 라디오 ‘두시탈출 컬투쇼’ 등 굵직한 프로그램에 출연하며 인기를 누리고 있다. 


“경제적으로 어렵다, 꿈을 찾고 싶다”…고민 털어놓는 의사들 


예능에 출연해 입담을 뽐내는가 하면 고민을 들어주는 프로그램에 의뢰인으로 등장해 말 못한 속사정을 털어놓는 의사들도 있었다. 


금년 2월 KBS Joy 고민 상담 예능프로그램 ‘무엇이든 물어보살’에 패션디자이너 꿈꾸는 40대 치과의사가 등장했다. 


그는 20~30년간 묵혀왔다는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수십년 간 패션디자이너를 꿈꿔왔지만 20대에 학업, 30대는 직업에 인생을 바쳤고 40대가 되니 육아 때문에 꿈을 펼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어렵게 가진 아이를 키우는 것도 좋지만 이렇게 살다가는 어느새 50대가 돼있을 것이다”며 “지금이 아니면 평생의 꿈을 이룰 수 없을 것 같아 괴롭다”고 슬퍼하며 조언을 구했다. 


지난해 4월에는 “너무 동안(童眼)이라 병원이 어렵다”는 고충을 안고 있는 의사 부부가 출연하기도 했다. 


10년차 성형외과 의사인 남편 반호경 씨는 “너무 동안이라 환자들로부터 무례한 일을 겪고, 환자가 발걸음을 돌려 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다”며 “내가 응급의학과 의사라면 얼굴을 보고 도망가지 않을 텐데 성형외과 의사라서 환자가 거부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가정의학과 의사인 아내 이미라 씨는 “여태껏 남편이 돈을 벌어온 적이 없고 내가 벌어 겨우 메우고 있다”며 “남편이 마이너스가 아니라 0원이라도 벌어왔으면 좋겠다”고 말하며 씁쓸함을 표했다. 


“당신이 좋습니다”…짝 찾아 나선 의사들 솔직함 눈길 


근래 결혼을 원하는 남녀가 출연하는 일반인 데이팅 프로그램 SBS Plus ‘나는 솔로’가 화제다. 


이 프로그램에도 자신의 직업이 의사라고 밝힌 일반인들이 가명으로 출연해 인간적인 모습을 보여줬다. 


금년 방영된 8기에는 서울 강남에서 한의원을 운영하는 한의사 ‘현숙’이 출연했는데 그는 조용하고 차분한 모습으로 연출됐다. 분량은 적었지만 한의사라는 이유로 방영 내내 화제가 됐다. 


최근 종영한 나는 솔로 9기에서는 종합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라고 자신을 소개한 ‘광수’가 이성 출연자들에게 다수 선택받는 ‘옴므파탈’로 그려졌다. 


그는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을 뿐 아니라 카메라 앞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이기도 해 누리꾼들로부터 폭발적인 관심을 받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가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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