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세브란스병원 숙원사업인 새병원 건축이 인근 주민 반발로 또 다시 난관에 부딪혔다. 서울시에서 증축 허가를 받던 당시 벌어지던 갈등이 재현된 모양새다.
당초 병원은 도곡중학교 부지 내 다목적 시설을 세워주고, 해당 건물 지하 주차장을 사용키로 했으나, 도곡중 학부모들이 학생 안전과 학습권 침해를 주장하며 공사 자체를 반대하고 나섰다.
새병원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주차장 확보에서 잡음이 일면서 사업 추진에 험로가 예상된다.
18일 도곡중 학부모로 구성된 비상대책위원회는 입장문을 내고 오는 2030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강남세브란스병원 새병원 건축 사업에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이들은 "지난 8월 29일 도곡중 전체 학부모를 대상으로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에서 학부모 96%가 현 공사에 반대하고 있다"며 공사 중단을 요구했다.
특히 "강남세브란스병원이 전체 학부모 설문조사 없이 찬성 의견을 수렴하고 이를 협약 근거로 사용하고 있다. 최악의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며 거세게 반발했다.
비대위는 "도곡중학교 지하주차장 공사는 학교 건물 아래 어스앵커 150여 개를 박고, 덤프트럭 3000대 분량 토사가 배출되는 대규모 공사로, 강행될 경우 학교는 붕괴 위험에 처하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인근 재개발로 건물을 받치고 있는 석축 붕괴 우려가 제기되고 있는 경기 성남제일초등학교 사례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대위는 특히 "강남서초교육지원청이 한국경제정책 연구소에 의뢰한 타당성 평가에서도 경제적 이익만 강조됐고, 학생 안전에 미칠 영향에 대한 논의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힐난했다.
이 같은 내용은 지난 17일 열린 국회 교육위원회 국정감사에서도 언급됐다.
이날 국민의힘 이태규 의원은 "학교 인근에 삼호아파트 재개발과 강남세브란스병원 공사가 동시 다발적으로 진행될 예정인데 이에 대한 안전영향평가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어스앵커 공법이 적용되는데, 내진설계도 되지 않은 30년 된 노후건물인 도곡중학교 붕괴 위험이 있다는 전문가 지적이 있다"며 "안전에 대한 우려가 있다면 이를 해소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도곡중 비대위는 "향후 민원, 청원 등으로 도곡중 상황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최악의 경우 소송전도 불사하겠다는 각오로 가능한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안전'이 최우선 돼야 할 가치라며 무리한 공사에 대한 우려 불식에 애쓰는 모습이다.
강남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학생과 주민 안전은 새병원 건립 사업에서 1순위로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라며 "학부모 등 이해관계자와 지속적으로 발전 방향을 논의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