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체외진단 의료기기 업체들이 실내 마스크 해제 등 엔데믹 시대에 접어들면서 미래 성장전략 수립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업체들은 인수합병(M&A), 신제품 개발을 넘어 최대주주 지분까지 양도하며 대대적인 체질 개선에 나서는 모습이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 진단키트 관련 기업들이 엔데믹 전략 수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먼저 업계 1위인 에스디바오센서는 미국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로 미국 시장 안착을 앞두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당초 인수 대급 지급을 사모펀드 운용사 SJL파트너스와 공동으로 추진했으나 이달 말로 계획된 계약 완료 기한을 맞추기 위해 100% 회사 보유 자금을 활용키로 했다.
자체 인수 대금은 늘어났지만 자금 여력은 충분한 상황이다. 지난해 3분기 기준 에스디바이오센서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1조3632억원에 달한다.
에스다바이오센서는 메리디안 항원, 항체, 의약품 원재료 생산·공급 사업에 에스디바이오센서 진단 플랫폼 연구개발 능력을 더해 글로벌 시장을 섭렵하겠단 목표다.
업계 2위로 평가받는 씨젠의 경우 '신드로믹 검사'를 핵심 비전으로 지향하고 있다. 신드로믹 검사는 비슷한 증상을 일으킬 수 있는 모든 병원체를 한 번에 검사하는 증상 기반 검사법이다.
회사는 특히 '분자진단 플랫폼 기업'으로 탈바꿈하고 분자진단 생활화를 이루겠단 각오다. 지금까지 분자진단 기업들의 시약 개발은 아날로그 방식으로 이뤄져 신속한 개발이 어려웠던 만큼 이를 플랫폼 기반 방식으로 전환해 이루겠단 구상이다.
이를 위해 씨젠은 진단 시약을 모두 적용할 수 있는 완전자동화 검사시스템을 전 세계에 공급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영 체제에 변화를 주며 재도약 의지를 드러내는 곳도 있다. 휴마시스와 랩지노믹스가 대표적이다.
휴마시스는 화장품 제조 및 경영컨설팅 업체 아티스트코스메틱을 새 주인으로 맞이하며 체질 개선에 나섰다.
아티스트코스메틱이 취득하는 휴마시스 주식은 259만3814주로 취득금액은 650억원이다. 계약 완료 시 아티스트코스메틱은 휴마시스 지분 7.65%를 확보해 최대주주가 된다.
남궁견 미래아이앤지 회장은 휴마시스 주력 사업인 체외진단 의료기기 사업에 매진해 제품 개발, 판로 개척 등 역량을 강화하겠단 구상이다.
특히 소액주주와 겪고 있는 분쟁 등 경영상 불안 요소를 해소해 신규사업 진출에 속도를 내겠단 구상이다.
랩지노믹스 역시 지난해 하반기부터 이어온 경영권 이전 계약을 최근 마무리했다. 거래 대상자는 진승현 대표와 사모펀드 루하프라이빗에쿼티다.
루하PE는 진 대표 지분 8.8% 600억원, 제3자배정 유증 227억원, 전환사채(CB) 400억원 등 총 1227억원을 랩지노믹스에 투자했다.
루하PE는 진 대표 남은 지분인 3.88% 의결권도 위임받았다. 지분율은 현재 16.16%, CB가 100% 전환되면 30.22%가 된다. 루하PE는 유입된 자금을 기반으로 미국 클리아랩을 인수하고, 랩지노믹스 기업가치를 높이는데 주력하겠단 포부를 밝혔다.
업계에서는 국내 진단키트 업체들이 특수한 상황속에서 성장한 만큼 옥석가리기가 본격화했다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 전체가 급격하게 성장하다 보니 업체들도 단계별 기반을 다질 시간이 없던 것도 사실"이라며 "실적 하락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엔데믹 대응에 따라 기업들 운명도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