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대란 장기화로 응급의학과 의사들이 응급실을 떠나고 있다. 이 상황이 지속될 경우 대한민국 응급의료 시스템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을 맞이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실제 응급실에서 근무하는 의사 수가 1년 만에 절반 가량 줄었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번아웃된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불어민주당 의료대란대책특별위원회가 보건복지부로부터 받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전문의·전공의 현황을 살펴보면 지난해 4분기 910명이던 의사 수는 올해 8월 기준 513명으로 줄었다.
즉, 의료대란 이후 의사 수가 43%가량 줄어든 것이다. 의사 수가 감소하다보니 자연히 의사 1인당 평균 진료 환자 수는 증가했다.
올해 2월 기준 의사 1명 평균 진료환자 수는 160.9명이었지만, 3분기가 지나면서 197.9명으로 대폭 늘어났다. 전공의에 이어 전문의까지 이탈하면서 남은 의사들이 무거운 짐을 진 것이다.
전문의와 전공의를 나눠서 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전국 권역응급의료센터 내 전문의 수는 응급의학과 전문의 446명, 타과 전문의 43명으로 나타났다.
8월 21일 기준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443명, 타과 전문의는 48명이었다. 전공의의 경우 같은 시기 응급의학과 322명에서 21명, 타과 99명에서 타과 1명이 대폭 감소했다.
문제는 남아 있는 의사들도 이제 버틸 여력이 없다는 점이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의료개혁에만 속도를 내고 있다. 이날 의료개혁특별위원회는 구체화된 상급종합병원 구조전환 계획을 공개했다.
국내는 희망없어 해외로 가려는 의사들
응급의학과 의사들은 정부가 계속적으로 내놓는 개혁안을 보며 해외 탈출까지 염두에 두고 있다. 30일 응급의학의사회 학술대회에서 마련된 해외 진출 관련 강의에 많은 의사들이 관심을 보였다.
이형민 회장은 "전세계적으로 응급의학과 전문의가 부족한 실정"이라며 "이에 한국에서 양질의 교육을 받은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에 대한 관심이 높고 처우나 근무환경도 더 낫다"고 말했다.
이어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바라는 것은 단순이 처우 개선이 아니다"라며 "우리가 환자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의료 전문가로서 가치를 인정해주고, 신뢰 및 존중해 달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의료 공백은 응급의학과 전문의 대신 타과 전문의로 메울 수 있다고 하는 의사 출신 국회의원의 발언을 들으면서 허탈했다. 저도 기회가 되면 해외로 가야겠다 생각했다"고 했다.
"119 유료화,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필요"
그렇다면 응급의학과 전문의와 전공의가 더 이상 응급실에서 사리지지 않게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응급의학의사회는 여러 해법을 내놓았다.
응급실 전담전문의 전문과목 표시 법제화, 응급환자 강제배정 중단 및 119 유료화, 중앙응급의료센터 독립 및 상설논의기구 설치 등을 대책으로 꼽았다.
그는 "다수의 응급의료기관에서 전담전문의 전문과목을 제대로 표시하지 않고 있어 국민들의 알 권리를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응급실 이용은 선택적 이용이 불가능하기에 홈페이지나 게시판에 응급실 전담 전문의 전공과목을 표시해 양질의 응급진료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응급환자 강제배정을 전면 중단하고 119 유료화를 즉각 실시해야 한다"며 "현장에서 병원 이송에 많은 비용을 청구하는 선진국과 달리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아 도덕적 해이가 있다"고 분석했다.
우리도 다른 나라들처럼 현장에서 병원까지 이송하는 경우에 대해 119를 유료화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는 "중앙응급의료센터를 독립시켜 정책 조율에 있어 주도적 역할을 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현재 국립중앙의료원 산하에 있다 보니 공공의료 장악시도까지 있어 독립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