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下] Q. 보험회사에서 하고 있는 '의료 자문'을 의료계 자체적으로 할 수 없는지.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의학적인 판단은 의료계에서 해야한다. 의협에서도 오래전부터 내부에서 추진하고 있으나 현실적이지 못하고 도움을 빠르게 줄 수 없다는 점에서 어려움이 있다. 의견을 내주고 여론이 형성된다면 구체적인 방법을 의료계 주도적으로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의협 산하에도 의료감정원이 있으나 활동에는 한계가 있다. 현재 의료감정을 하는 기관은 의협, 소비자원, 분쟁조정위원회 등이 있는데 모두 감정 시간이 오래 걸린다. 사설 감정원도 4곳 정도 있으나 모두 보험사 측이다. 의료계 주도로 감정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시니어 분들이 참여하고 충분한 대우를 받을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고도일 서울특별시병원회 회장
환자들이 피해를 보고 금감원에 민원을 넣어도 소용이 없다. 의료계에서 억울한 환자를 위해 봉사하는 마음으로 비용을 들이더라도 객관성 있는 자문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의료사고가 아니다 보니 위원회를 만들어 자문만 해줘도 억울한 일은 많이 사라질 것 같다.
권정택 중앙대병원 원장
감정을 누가 하느냐가 중요한데 감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뻔하다. 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서는 감정단을 100명 이상 300명 이하를 두도록 법으로 정했지만 자문을 어디에 요청하든 실제 감정하는 사람은 같은 경우가 많다. 1000명 정도 늘려야 한다는 얘기가 나오지만 현실적으로 쉽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감정을 할 때 근거를 갖고 해야한다는 것이다. 가이드라인을 줘서 누구에게 감정을 받든 차이가 없도록 해야한다. 특히 감정을 하는 사람은 엄격하게 선발하고 시험을 보고 자격을 유지하는 시스템이 필요한데 별도 교육이 없다는 점도 문제다. 공공기관까지는 아니더라도 의료계 내부적으로 기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보험사가 따를지 의문이다. 만약 한다면 금육감독원과 연계가 돼야 한다. 공신력이 있는 기관에 바로 요청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과거에는 드러나지 않았던 문제들이 실손보험 가입자가 나이가 들면서 나타나고 있다. 굉장히 많은 보험청구가 생기고 있는 것이다. 의료개혁특위에서는 실손보험 상품 구조를 정상화하는 작업이 시급하다는 데 공감대를 형성한 상황이다. 어떤 기준을 가지고 어떻게 심사를 하고 어떤 그룹에게 심사를 받을 것인지 개선해갈 예정이다.
특히 계약 조건이나 약관은 구세대 가입자가 다수인 상황에서 심사나 관리 부분에서 근본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태다. 가장 좋은 것은 보험사들이 심사할 수 있는 기구를 자체적으로 만들어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것이지만 그렇게까진 어려우니 몇몇 부분에서는 의료계 전문성을 활용해야 한다고 본다.
"부도덕한 의료기관 처벌 등 의료계 자정 노력도 병행돼야"
Q. 의료계에서도 자정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데
권정택 중앙대병원 병원장
의료기관도 문제가 있다. 환자가 오기만 하면 실손보험 가입 여부를 물어보고 청구를 하는 경우도 있다. 보험 청구가 가능한 기준이 있는데 이 기준을 무시하고 청구가 가능한 진료만 하는 것이다. 환자가 요구한다고 다 해주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에 적용할 기준도 분명히 필요하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공급자 측면에서 과잉 청구도 분명한 문제다. 특히 소위 말하는 '쩐주'(투자자)가 뒷받치고 공장식 의료를 하면서 도덕적 해이를 일삼는 경우가 많다. 이렇게 보험사기와 같은 의료 생태계를 왜곡 시키는 부분에 대해서는 명확하게 짚어내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 중요한 것은 의료소비자들 비용 인식이다. 현재 의료비에서 본인 부담이 멈춘지 오래됐다. 응급실 과밀 문제도 본인 부담이 없기에 생긴 문제인데 실손보험도 마찬가지다. 이미 계약을 마친 구세대는 해당이 안되지만 차세대 가입자에게는 최소한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의식을 심어줄 수 있다. 이는 정책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Q. 실손보험을 둘러싼 갈등 문제, 어떻게 해결할 수 있다고 보는지
서인석 대한병원협회 보험이사
실손보험은 대기업들이 만든 민간 상품인 만큼 공공 가치로 평가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반대로 민간에서 심평원이 만든 급여 기준 및 고시, 행정 해석을 임의로 활용하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의료계에서도 어쨌든 기준을 만드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야 된다고 본다. 현실적 장벽이 있다면 작은 것부터 시작하면 된다.
정혜승 법무법인 반우 변호사
일례로 어느 보험사에서는 환자에게 그 병원에서만 치료를 안 받으면 돈을 주겠다고도 한다. 그 병원이 워낙 진료를 많이 하니까 보험금을 주지 않겠다는 것이다. 아까도 말했지만 보험사에서 약관이 불확실성이 가장 큰 문제다.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약관 내용을 구체적으로 바꿔야한다.
이태연 대한의사협회 부회장
실손보험 입원 적정성 문제도 있지만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법안이 이제 시행됐다. 아시다시피 의료계에서는 법이 통과될 때 강하게 방어했지만 이미 통과된 법이고 따라야 하는 상황이다. 의료계에서는 환자 청구 편리성을 높이는 데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문제는 보험회사에서 청구 간소화 시스템 주도권을 행사하려는 것이다. 이럴 경우 환자들 민감 정보를 수집해 악용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사에 환자 정보가 쌓이게 되면 결국 환자들이 보험을 이용하거나 갱신하는데 많은 불이익이 생길 수 있다. 여기에 대응하기 위해 의료계도 노력을 하고 있는데 정부에서도 힘을 실어주길 바란다.
이재학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 위원
입원 적정성에 대한 논의 기구를 여러 단체가 힘을 합쳐 객관성을 확보해 출범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실손보험 약관에서 입원과 외래 통원 치료를 분리하는 약관도 통합하는 쪽으로 조정할 필요가 있다.
강준 보건복지부 의료개혁총괄과장
현장 목소리를 들으면 밖에서 봤을 때보다는 심각한 얘기가 많다. 정부도 실손보험 구조를 바꾸는 데 책임감을 갖고 임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하루 이틀 내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닌 만큼 계속해서 관심을 가져나갈 예정이다. 정부가 함께 관리하는 체계를 갖춰야 실손보험 자체가 살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