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치의 판단 뒤엎는 보험사 '의료자문'…신뢰도 '하락'
실손보험 '지급 보류·거절' 악용사례 증가…醫 "전형적 업체 편의주의" 비판
2024.11.11 05:20 댓글쓰기



[기획 中] Q. 보험회사들이 입원 적정성 판단 근거로 제시하는 '의료자문' 신뢰성을 짚어 봐야 할 것 같다.


'의료자문'은 피보험자에게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보험금 지급여부를 결정하기 위한 의학적 판단이 어려운 경우 제3 의료기관(종합병원, 대학병원) 전문의에게 의학적 자문을 받는 것을 말한다. 자문의 선정은 보험사가 하고, 자문 과정에서 자문의는 환자 대면 없이 서류로만 환자 상태를 판단한다. 하지만 과다한 의료비 청구나 보험사기를 걸러내기 위해 도입된 의료자문이 되레 보험금 미지급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자문은 자문일 뿐 한계가 분명하다. 환자를 직접 보지 않고 서류로 보는 건 참고만 해야 한다. 법원에서도 실제 참고만 할 뿐 판결을 내리진 않는데 보험사에서는 대부분 자신들에게 유리한 자문을 마치 판결처럼 소비자에게 설명하고 있다. 현장에서 들은 바로는 자문을 하더라도 환자가 요청하면 제3자에 자문을 지정해 할 수 있다. 하지만 보험 가입자들은 대부분 잘 모르기에 보험사에서 지정하는 대로 따른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가 자신들에게 호의적이거나 친절한 의사들에게 자문을 구하게 된다. 


입원료심사조정위원회 이재학 위원

'통증'의 경우 매우 주관적이기에 의무기록만 가지고 판단하기는 상당히 어렵다. 예를 들면 우울감이 있는 환자의 통증은 검사를 통해 정량적으로 판단하는 것보다 더 클 수 있다. 그렇기에 주치의 판단이 우선시 돼야 한다. 감별진단(주어진 정보를 이용해 환자가 어떤 질병이나 의학적 상태에 놓여있는지 판단하는 과정)도 주치의 의학적 소견을 존중해야 한다.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대표변호사

가장 큰 문제는 환자들에게 자문을 구하지 않으면 보험금을 줄 수 없다고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어느 약관에도 자문을 받아야만 보험금을 지급할 수 있다는 내용은 없다. 결국 보험사 스스로 약관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보험금은 건강보험과 다르기에 달라고 강제할 수가 없다. 특히 환자가 소송을 하면 보험사에는 더욱 돈을 줄 수 없다고 얘기한다.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부회장

보험사에서 입원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해 의료자문 제도를 활용하고 있는데 업계에서 공유되는 의학적 가이드라인이 없어 자문 결과가 보험사마다 다른 경우가 많다. 이는 소비자에게 보험 보장 혜택에 대한 불확실성과 잠재적인 불공평성을 야기한다. 결국 보험회사가 자체 개발한 보험금 지급 기준에 대한 소비자 신뢰가 낮아지면서 분쟁이 끊이질 않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학 총무위원장, 정혜승 대표변호사(위), 이태연 부회장(아래), 고도일 회장, 강준 과장(위), 서인석 보험이사(아래), 권정택 병원장.

계약 위반 패널티 부재…금융감독원에 민원 제기해도 수개월 소요


Q. 환자 입장에서 정말 필요해 치료를 받았는데 보험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은 어떻게 하나.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대표변호사

금융감독원 민원과 보험사 청구소송을 하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사실 한 가지만 해도 되지만 환자에게 어느 것도 실효적이지 않는다. 민원을 처리하는 과정이 너무 오래 걸리고 분쟁이 걸린 상황에서는 보험사에서 다음 청구를 안해주는 경우도 있다. 진료에 대해 설명도 해야 하고, 제3 의료기관에 감정도 해야 한다. 또 소송대리인이 필요한데 보험비가 아무리 커도 1000만원 안팎이고, 1심만 1년 이상 걸리는 탓에 변호사 입장에서도 고민이 큰 게 사실이다. 


대한의사협회 이태연 부회장

보험사가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한 손해배상청구 소송이나 채권자대위소송, 양수금소송 등도 늘어나고 있다. 대법원 판결에 따라 기각되거나 각하되고 있지만 결국 실손보험은 보험사와 소비자 사이 계약이며 보험사가 환자 동의 없이 소송을 대위하는 것은 사보험 본질에도 맞지 않는다. 실손보험사는 보험사기신고 혹은 의료기관 공문 발송을 통한 합의 종용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분쟁이 이어가고 있다.


보건복지부 강준 의료개혁총괄과장

실손보험을 들여다보면 굉장히 관대한 구조로 돼 있고 관리도 엉성하고 해석도 자의적인 경우가 많다. 계약이나 약관을 뜯어본 적이 있는데 '이게 끝인가'라고 할 때도 있었다. 보험사 입장에서는 여러 방식을 활용해 가입은 시켜놨지만 보험금 지출이 이어지면서 재정에 대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 같다. 이러다 보니 가입자와 의료기관 모두 피해를 보는 경향이 있다.


Q. 보험금 미지급 문제에 대해 금융당국도 역할이 있을텐데.


법무법인 반우 정혜승 대표변호사

사실 금융감독원에도 문제가 많다. 금감원에서는 1차적으로 소비자 민원을 처리해야 하는데 그들 얘기를 들어보면 사건이 너무 많아서 민원이 접수되면 처리하는데 기본적으로 1년이 든다고 말한다. 금감원 공무원들이 매일 밤새 일할 수 없는 노릇이다. 결국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보험사를 따를 수밖에 없다. 하지만 보험사에서는 자신들이 원하는 의사에게 자문을 구하고 대부분 보험사에 호의적인 답변이 온다.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보험회사도 민간회사다 보니 환자에게 계약거부와 보험금 환급을 제시하면 환자 입장에서는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계약 위반에 대한 패널티가 필요한데 권한을 갖고 조치할 수 있는 기관이 없는 게 아쉬운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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