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3 비상계엄 선포 전 일부 국무위원들이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이른바 '계엄쪽지'를 받았다는 증언이 나온 가운데, 보건복지부 장관도 이를 받은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계엄사 포고령 5항목 중 1항목을 전공의 등 의료인 관련 내용이 차지하는 만큼 이를 주무부처인 복지부에 사전에 언질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는 주장이다.
오늘(2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선민 조국혁신당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에게 이를 질의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당일 최상목 권한대행이 받았다는 쪽지에 숫자 8이 적혀 있었다"며 "1~7까지의 쪽지가 더 있을 수 있다고 충분히 유추할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까지 비상계엄 선포 전(前) 계엄쪽지를 받았다고 밝힌 이들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기획재정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등 2명이다.
해당 쪽지에는 계엄 이후 각 부처에서 해야 할 지시사항이 담겨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은 "조규홍 장관은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계엄 당일 쪽지를 받은 바 있느냐"고 물었다.
이에 대해 조규홍 장관은 "지난 22일 국정조사특별위원회 청문회에서 동일한 질문을 받았지만, 저는 받은 바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시 김 의원은 계엄사 포고령 내용을 언급하며 납득할 수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그는 "포고령 5번이 '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현장을 이탈은 의료인은 48시간 내 복귀해야 하고, 이를 위반하면 처단한다는 내용 아니냐"며 "이와 관련해 복지부 장관에게 쪽지를 주지 않았다는 게 쉽게 납득되지 않는다"고 추궁했다.
전체회의장에는 소란이 일었다. 여당 의원들이 김선민 의원 질의에 항의하고 야당 의원들이 반박하며 고성이 오갔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취지에 맞게 질의하라"고 항의했지만, 야당 의원들은 "충분히 할 수 있다. 계엄 해제 표결 당시 본회의장에 들어오긴 했느냐"고 맞받아쳤다.
박주민 보건복지위원장은 상황 정리에 나서며 "김선민 의원께서는 현재 법안 관련 대체토론 시간임을 감안해 법안에 초점을 맞춰 질의해달라"고 주문했다.
소란이 진정되자 조규홍 장관은 "쪽지를 받은 바 없다"고 재차 답변했다.
한편,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2일 탄핵심판 3차 변론과 18일 구속 전 심문에서 쪽지와 관련해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쪽지를 준 적이 없다", "내가 썼는지 가물가물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태열 외교부 장관이 지난 22일 국회 국정조사특별위원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4명의 국무위원이 앉아있는 자리에서 쪽지를 받았다"고 증언했다.
앞서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받은 쪽지에는 예비비 확보, 국회 관련 자금 차단, 국가비상입법기구 관련 예산 편성 등의 지시사항이 적혀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