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경험평가 '점수제→등급제' 전환 가능성 촉각
일반 국민들 평가 이해도 증가‧병원들 평가결과 수용성 향상 긍정 효과
2025.01.27 06:50 댓글쓰기



사진제공 연합뉴스
상급종합병원을 비롯한 의료기관 핵심 마케팅 수단으로 자리 잡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환자경험평가에 등급제 도입 필요성이 제기돼 실현 가능성이 주목된다.


현행 병원별 점수 제도를 5등급 Star 등급제(1~5스타)로 변경할 경우 일반 국민들의 평가 결과 이해도를 높이면서 병원들의 결과 수용성도 제고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연구를 위탁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내부는 물론 의료계 안팎으로도 등급제가 상급종합병원 쏠림 및 병원 서열화를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 구체적으로 실행되기 위해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최근 연세대학교 산학협력단(연구책임자 전우택 연세의대 교수)은 환자경험평가 위탁연구 보고서 ‘환자경험 평가도구 개발 및 평가확대 방안 마련’을 통해 평가 등급제를 제안했다.


산학협력단은 등급화를 위해 도입 초기에는 3~5스타만 발표하는 방식으로 시작해 상위 30%에 해당하는 병원에 5스타를 부여하고, 이후 점차 기준을 강화해 5스타 병원이 상위 15% 이내로 제한‧조정토록 권장했다.


또 등급 부여 시 평가 문항별 가중치는 점수제의 기존 방식을 그대로 활용해 병원들이 등급 기준에 익숙해지도록 설계하는 등 평가 공정성과 신뢰도에 초점을 둬야 한다고 부연했다.


협력단은 “(환자경험평가) 등급화로 발생한 의료문화 변화는 단순히 (국민들) 병원 선택에 도움을 주는 것을 넘어 의료계 전반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킬 것”이라며 “대중에게 공개된 결과는 의료서비스 품질 개선 동력이 되고 환자중심 의료문화 확산의 계기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병원계 쏠림 우려에 대해서는 등급화된 결과가 오히려 점수보다 수용성이 높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항목별 상세한 점수는 민감한 반면, 등급은 상대적으로 부정적 인식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와 관련, 협력단은 “병원급에 대한 환자경험평가는 전문 진료과, 진료 절차 및 진료시간, 환자들 중증도 등이 다양해 상급종합병원과 종합병원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는 문항 및 각 병원에 따라 추가로 사용할 별도 문항을 개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령층 응답률 제고 등 환자경험평가 개선 사항 많아


이 외에도 환자경험평가 개선을 위한 방안들로 ▲고령층 응답률 제고 ▲평가 대상 확대 ▲맞춤형 설문 문항 도입 ▲조사 방식 효율화 등이 지목됐다.


먼저 특정 연령층에 쏠린 환자경험평가를 진정한 대국민 평가로 만들기 위해서는 고령층 응답률 제고 방안이 필수적이라는 진단이다.


이를 위해 75세 이상 환자들을 위한 설문 환경 개선을 핵심으로 지목했다. 대표적 예로 큰 글씨체, 간소화된 문항 구성, 보호자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설문 방식 등으로 노령층 응답률을 높이는 방안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미다.


협력단은 “환자경험평가가 더 효과적으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의료진, 특히 의사들의 환자경험평가의 필요성과 내용, 의의 등에 대한 교육과 홍보가 필요하다”며 “병원들이 홍보용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참여율이 높은 병원에 대한 보상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 호텔 등급제…영국, 연령별‧성별 세부화


또 연구에서는 미국, 영국, 네덜란드, 프랑스 등 주요 국가 사례를 분석해 각국이 사용하는 설문 도구와 조사 방법을 비교했다.


미국 HCAHPS(Hospital Consumer Assessment of Healthcare Providers 호텔 등급 체계를 본떠 환자들이 병원을 이해하기 쉽게 설계됐고, 영국 PAF(Performance Assessment Framework)는 연령과 성별 등을 고려한 가중치를 적용해 세부적 분석을 가능케 한다.


해외 사례는 한국 환자경험평가 개선에 귀중한 벤치마크로 작용하며 맞춤형 설문 항목 개발의 필요성을 시사한다는 해석이다.


협력단은 “기존 종이 기반 설문에서 벗어나 모바일 및 온라인 조사 방식을 적극 활용해 시간과 비용을 절감하고 환자와의 접근성을 높여야 한다”며 “조사 수행 시 전화번호 수집 등 병원 행정적 부담이 줄어들도록 CI 방식을 활용한 상시 조사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점수제 vs 등급제, 실효성 “아직 모르겠다”


현장 홍보 관계자들은 환자경험평가가 홍보 효과가 좋은 평가 중 하나라고 인정하면서도 등급제에 대해서는 여러 의문을 표했다.


기존에 서열화된 병원계 상황에서 작정하고 대형병원이 환자경험평가에 달려들 경우 기존 서열화가 더욱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다. 결국 대형병원 쏠림이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것이다.


병원계 관계자는 “등급제의 취지에 대해서는 공감하지만, 병원들이 작정하고 평가에 참여하면 기존 병원 서열이 크게 바꾸지 않고 쏠리만 부추길까 봐 우려된다”며 “또 평가의 중요도가 지나치게 처지면 병원 행정부담 심화 등 기타 부작용 등도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병원 관계자는 현행 환자경험평가가 갈수록 무의미해져 등급제의 효과가 기대된다는 상반된 의견을 냈다.


병원 관계자는 “오히려 초기에 병원들이 잘 모를 때 시행했던 환자경험평가는 의미가 있다고 보지만 이제는 다들 준비하고 익숙해져 의미가 퇴색된 느낌”이라며 “등급제라고 지목할 수는 없지만 변화는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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