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건립을 둘러싼 경쟁은 종종 있는 일이지만 이번 과천 사례는 좀 상이하다. 권역응급의료센터, 필수·응급의료체계, 인공지능(AI) 기반 스마트병원 등 각 기관 전략은 단순히 과천을 넘어 수도권 남부 전체를 겨냥하고 있다. 지역주민 입장에서는 응급환자 이송 불편을 해소할 계기가 마련되고, 의료계 차원에서는 미래 병원모델 경쟁의 시험장이기도 하다. 차병원과 아주대의료원이 맞붙는 과천 대전(大戰)이 경기 남부지역 의료 판도를 바꿀 중요한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과천 막계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에 차병원과 아주대의료원이 나란히 참여하면서 소위 ‘과천 혈투’가 본격화됐다. 수도권 남부 거점 병원을 선점하려는 두 기관 경쟁이 과천시의 향후 의료지형을 가를 핵심 변수가 될 전망이다. [편집자주] 

차병원, 권역응급의료센터 경험 강점…'원스텝 암진료'

차병원은 최근 마감된 과천 막계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민간사업자 공모에 사업참여의향서를 제출하며 본격적으로 출사표를 던졌다고 22일 밝혔다. 

약 4만평(13만㎡) 부지에 500병상 규모 병원을 설립하고, 재건축 예정인 강남차병원을 업그레이드해 과천으로 이전한다는 구상이다.

계획에 따르면 응급센터, 소아응급센터, 암·기억력센터 등 32개 진료과를 갖추고 카카오헬스, 차헬스케어와 협력해 AI 바이오헬스케어 허브도 구축한다. 

윤도흠 의료원장은 "차병원이 과천으로 진출하면 시민 사이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의료 서비스의 질적 격차'와 '접근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차병원은 글로벌 96개 병원 운영 경험과 65년 의료 전문성을 기반으로 맞춤형 종합병원을 세운다는 방침이다. 

특히 연간 12만명이 찾는 권역응급의료센터 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성인과 소아를 아우르는 응급의료체계를 과천에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과천시에는 응급의료기관이 없어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인근 도시로 이송돼야 하는 문제점을 안고 있다. 

윤도흠 의료원장은 "시민들이 어려워하지 않고 언제든지 찾을 수 있는 병원을 목표로 한다"며 "특히 강남차병원에서 '암환자 진단부터 수술까지 2주 내 원스텝 진료'를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시니어 인구 건강관리 서비스도 선보일 예정이다.

건강검진 후 질병이 있는 사람들은 치료를 하고, 질환이 없는 사람들은 관리하는 의료 서비스를 국내 최초로 소개한 차움 시스템도 과천에서 업그레이드해서 제시한다는 계획이다. 

중증질환 치료는 물론 운동처방, 푸드테라피, 스킨케어, 메디컬스파 등 다각적 건강관리 서비스를 통해 초고령화 사회에 대응, 인공지능(AI) 기반 디지털 헬스케어 플랫폼을 도입할 예정이다. 

김재화 차움 원장은 "차움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중장년층 건강관리 시스템을 운영해 본 경험이 있다"며 "15년 노하우를 과천에 접목해 시민들에게 명품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아주대의료원, 4대 필수·응급의료체계 보유

이에 맞서 아주대의료원도 같은 공모에 도전, 정면 승부에 나섰다. 의료원은 지난 21일 "과천 막계동 특별계획구역 개발사업 병원 건립 2차 공모에 참여했다"고 밝혔다. 

의료원 측은 "지난해 초부터 현황 분석과 검토를 거쳐 참여를 확정했다"며 "IBK투자증권·하나은행·기업은행·한화·대우건설 등과 협력해 재무적 안정성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아주대의료원은 필수·응급의료 역량을 전면에 내세웠다.

권역외상, 권역응급, 소아전문응급, 권역모자의료센터 등 4대 필수·응급의료체계를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 상급종합병원임을 강조하며 이를 기반으로 과천에 응급대응 시스템 구축을 자신했다. 

의료원은 "과천과 평택 신규 병원이 모병원과 유기적으로 연계되면 의왕·군포·오산·안성까지 필수·응급의료망을 확장해 경기 남부권 응급의료 환경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주대의료원은 과천·평택·수원 일대를 연계한 첨단 디지털 헬스케어 클러스터 조성도 구상 중이다. 

LG전자, 카카오브레인과 협력해 스마트병원 모델을 구축하고, 고령화 사회를 겨냥해 '계속 거주(Aging In Place)'를 구현할 실버타운 계획도 내놨다.

또한 제약·푸드테크·ICT 산업과의 융합을 통해 지속 가능한 의료·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목표도 세우는 등 앞으로 행보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