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평원 적정성평가 잇단 '패(敗)'
고법 항소심도 '신뢰성·공정성' 문제삼아
2014.04.10 20:00 댓글쓰기

적정성평가 결과 하위 20%로 선정돼 급여 환류 처분을 받은 요양병원들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상대로 낸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은 물론 항소심에서도 줄줄히 승리, 사건 추이에 관심이 쏠린다.

 

요양병원들은 "전수조사를 하지 않는 심평원 측 적정성평가 방법은 신뢰도와 공정성이 떨어진다"며 행정처분의 위법성을 주장했고 사법부가 이를 수용해 잇딴 심평원 패소 판결을 내 놓고 있는 것이다.

 

심평원 측은 "현실적으로 전수조사를 이행할 행정력이 없고 20%로 뽑힌 의료기관들은 실제로 진료질 등이 크게 낮다"며 1심에 불복해 항소를 진행하고 있지만 고등법원마저도 심평원 패소를 판결해 향후 줄을 이을 수 십여개 환류 취소 소송에서 패색이 짙은 상황이다.

 

서울고등법원 제11행정부 최규홍 부장판사는 최근 모 사회복지법인이 심평원을 상대로 낸 환류대상취소 소송에서 "1심 판결은 정당하다. 심평원 측 항소를 기각한다"고 선고했다.

 

요양병원 및 의료기관들의 진료 질과 원내 시설 등 수준을 가늠하는 심평원 측 적정성평가의 신뢰성과 공정성이 떨어진다는 1심 행정법원의 입장에 전적으로 동의 한 것이다.

 

요양병원 적정성평가는 심평원이 지난 2008년부터 의료의 질과 서비스 향상을 위해 실시해 왔고 전국 937개 요양병원의 시설·인력·장비 등 구조(치료환경)와 진료(과정·결과)부문을 평가한 후 등급을 산정, 이를 기준으로 급여를 차등 지급하거나 환류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하위 20%로 뽑혀 급여 환류처분을 받은 의료기관들은 △심평원 측 행정처분의 절차상 문제 △상대평가방식의 위법 △전수현장방문이 아닌 조사방식의 하자 등을 이유로 심평원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사법부는 심평원 적정성평가의 절차와 상대평가 방식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조사방식에 하자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의료기관이 스스로 작성하는 웹조사표를 토대로 평가하는 점과 요양병원의 전수 현장조사가 이뤄지지 않은 점이 '객관성과 공정성이 담보되지 않은 위법한 방식'이라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심평원은 의료기관 구조부문 영역을 평가할 수 있는 공신력 높은 외부기관을 지정해 전국 요양병원을 현장방문하는 등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얼마든지 있었다"며 "웹조사표를 전수조사를 통해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심평원 주장은 적정성평가의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했다고 볼 수 없다"고 적시했다.

 

또 "전국 요양병원 937곳 중 70곳만을 표본조사하는 방식은 선정되지 않은 의료기관에게 허위로 웹조사표를 작성하게 만드는 유혹을 부른다"며 "이 같이 위법한 조사방식에 근거한 심평원 측 사건 처분은 취소를 면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한편, 법원 판결에 대해 심평원 측은 "구조부문, 진료의 질 부문 모두 하위 20%로 선정된 의료기관에 대한 환류 결정은 당연하다"며 "환류대상 통보는 병원 병상, 시설 등 물리적 부분 외에도 의료서비스의 질이 크게 떨어질 때 시행된다. 질 나쁜 의료기관에 대해 환류가 없다면 누가 우리 부모님을 요양병원에 맡기겠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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