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 주된 증상과 약물에 대한 반응을 고려한 개별 맞춤진료가 필요하다. 환자의 다양한 임상 증상에 대처하려면 교과서에 언급되는 과학적 원칙에 더해서 시기에 따라 적절한 치료 방침을 선택해야 한다. 이때 임상의가 가진 선택의 폭이 매우 넓어서 마치 '예술가적' 감각이 요구된다.
Q. '예술가적 치료 방법'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 부탁
파킨슨병 치료는 환자 나이, 직업 및 질병 중증도를 고려해서 현재 해결해야 할 문제와 장기적으로 풀어야 할 사안으로 나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약물치료 목표는 환자가 일상생활을 무리 없이 하는 데 있고, 최소한의 약물을 사용하는 것이 원칙이다. 예를 들어 사회적 활동이 적고 증상이 경미해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경우 약물을 최소로 사용한다. 정기적인 운동만 하면서 증상 변화 추이에 따라 약물 투여 시기를 늦추기도 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젊고 사회활동에 활발하면 일상생활을 유지하기 위해 약물용량 조절을 좀더 적극적으로 하게 된다. 뿐만 아니라 파킨슨병에 동반되는 비운동증상은 매우 다양하고 질병 시기에 따라 증상의 중증도가 다르다. 변비와 같은 증상은 파킨슨병 진단 전에도 발생하지만 질환을 진단받고 약물 사용 후 악화되기도 한다. 따라서 파킨슨병 환자에서 나타나는 새로운 증상이 파킨슨병 또는 파킨슨병 치료와 관련성이 있는지를 먼저 파악한 후 원인이나 중증도에 따라 치료 방침을 결정하게 된다. 장기적 치료 목표는 중증도, 기능장애 정도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고 사회 활동 능력 등을 감안해 수립한다.
Q. 1960년대 레보도파 등장 이후 많은 약물이 개발됐다. 파킨슨병 치료 약물요법을 소개하면
파킨슨병 치료에 일차 약제로 흔하게 사용되는 것은 레보도파, 도파민효현제, 도파민대사억제제(MAO 억제제) 등이다. 환자의 연령, 중증도 주증상의 차이(떨림이 있는 환자도 있고 없는 경우도 있다)에 따라, 한 가지 약물 또는 조합해서 사용하는 것이 가능하다. 질병 초기 약물이 잘 듣지 않는 떨림의 경우에는 항콜린효과가 있는 약물을 사용하기도 하지만, 입 마름 등의 부작용이 있어 주의해야 한다.
Q. 파킨슨병 전문의가 아닌 일반 의사들이 파킨슨병 치료에 있어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사항은
약물 상호작용은 파킨슨병 치료를 어렵게 만들 수 있다. 안정적인 상태의 환자가 갑자기 증상이 나빠질 경우 병용 약물을 파악하는 게 중요하다. 예를 들어 위장관 기능을 개선하기 위해 처방된 약물이 파킨슨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다. 또 한약 등 대체의학 또는 민간요법에 의존하는 경우가 상당히 많은데 이런 약물들도 상호작용을 일으켜 파킨슨병 약물의 효과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자세한 문진으로 파악해 둬야 한다.
Q. 파킨슨증이 있는 환자에게 수술은 모두 필요한가
수술적 치료는 약물치료의 연장선에서 고려하게 된다. 약물치료 중 발생하는 증상의 동요, 약물 유발성 이상운동증 등이 약물 조절만으로 어렵다고 판단이 될 때 필요하다. 근본적으로 질환을 치료할 수는 없으나 증상 완화에 상당한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초기라도 약에 잘 반응하지 않는 떨림의 경우 수술 치료를 고려할 수 있다.
Q. 파킨슨병을 예방하거나 치료효과를 높이기 위한 방법은
서구에서는 야채와 통곡물, 견과, 올리브유 등으로 구성된 지중해식 식단이 파킨슨병 발병을 늦춘다는 연구가 있다. 육류 위주 식단에 비해 비교적 채소류가 많은 한국인에서 이 연구결과를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지만 건강식으로 고려해 볼 만하다. 매일 꾸준한 운동은 뇌세포 활성을 유지해 질병을 견뎌내는 능력을 키우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걷기처럼 쉽게 할 수 있는 운동이나, 유연성을 길러주는 맨손체조, 요가 등을 추천한다. 운동 종류보다는 꾸준함이 중요하다. 하루에 한 번 30분 이상씩 약간 숨이 찰 정도의 강도로 운동할 것을 권장한다.
Q. 파킨슨병 치료와 관련해 사회적,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우리나라는 치매나 뇌졸중과 비교해 파킨슨병에 대한 국민들 인지도가 낮은 편이다. 평생 지속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파킨슨병은 간병과 의료비 등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부담이 상당하다. 현재 파킨슨병 환자 대상의 정부 지원은 주로 의료적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하지만 만성질환인 만큼 사회적 측면에서의 다양한 지원 서비스가 제공돼야 한다.
Q. 마지막으로 환자, 보호자, 의료진에게 할 말이 있다면
파킨슨병 치료는 마라톤과 같이 긴 여정이다. 그러나 그 길의 끝에 있거나 없을 수 있는, 나에게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증상)을 미리 염려하며 오늘 가는 길을 주저할 필요는 없다. 질병의 먼 미래, ‘예후’에 대한 걱정보다는 꾸준한 약물 복용과 정규적인 운동, 적극적인 사회활동 등으로 미래를 대비하는 것이 긴 치료 여정에 임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