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동대학교 의과대학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협력병원인 명지병원과의 불화가 확산되면서 학생들 교육권까지 위협받는 모양새다.
관동의대는 지난해 명지병원과의 단절 선언 이후 의대생 교육시설을 물색해 왔다. 그동안 명지병원이 담당했던 의대생 교육을 전격 학교로 이양하겠다는 의지였다.
하지만 관동의대 학생들을 선뜻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강남세브란스병원과 건보공단 일산병원 등이 잇따라 위탁교육을 고사하며 난관에 봉착했다.
특히 학과수업을 진행하려던 의과대학병원(자칭)이 불법학습장 논란에 휩싸이면서 새학기를 목전에 둔 학생들이 불안감을 호소했다.
가까스로 성애의료재단 광명성애병원과 협약을 체결한 관동의대는 우선 이 곳에서 의대생 수업과 실습을 진행키로 했다. 실제 지난 4일 개강도 이 병원에서 했다.
예년 같았으면 강릉 캠퍼스에 있던 본과 2학년 학생들이 명지병원으로 자리를 옮겨 수업을 받았겠지만 올해는 광명성애병원 강의실에 앉게 됐다.
학과수업뿐 아니라 임상실습도 이 병원에서 이뤄질 예정이다. 학교 측은 이미 학생들에게 이 같은 사실을 공지했고, 광명성애병원도 실습을 위한 제반사항 마련에 들어갔다.
아직 새학기 임상실습 기간이 도래하지 않았지만 본과 3~4학년까지 이 곳으로 자리를 옮기게 되면 명지병원은 사실상 의대생 교육기능을 완전히 잃게 된다.
이 같은 상황은 관동대학교와 명지병원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서 일견 예상된 부분이었다. 당시 학교는 더 이상 명지병원에 의대생 교육을 위임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전달했다.
결국 학교는 예고한대로 명지병원에서 학생 전원을 철수시켰고, 머지않아 협력병원 관계도 정리할 것으로 알려져 완전 결별 수순에 들어간 모습이다.
문제는 학생들의 교육권에 대한 우려다. 우선 현재 의대생 학과수업이 진행되고 있는 광명성애병원 강의실은 교육과학기술부 허가를 받지 않은 미인가시설이다.
실제 교과부에는 현재까지 관동대학교 측으로부터 의과대학 교육시설과 관련한 위치변경 인가 신청이 접수된 바가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즉 현재 관동의대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가 이뤄지고 있는 곳은 불법학습장이라는 얘기다.
학교 측도 이러한 점을 감안, 현재 공사중인 의대병원과 광명성애병원 두 곳 모두에 대해 교육시설 위치변경 인가 신청을 접수키로 최근 결정했다.
교과부 관계자는 “의대생 실습은 수련기관으로 인정받은 기관에 위탁이 가능하지만 학과수업의 경우 학생들 교육권 보호를 위해 반드시 위치변경 인가를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관동대학교로부터 접수된 위치변경 인가 신청은 없었다”며 “이대로 계속 학과수업이 진행되면 현지 확인조사가 불가피하다”고 덧붙였다.
학생들 교육권 침해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학교 측은 현재 공사중인 의대병원이 개원하면 교과부 인가를 거쳐 의대생 교육을 시키겠다는 계획이다.
시점을 가늠키 어렵지만 이렇게 되면 학생들은 또 다시 경기도 광명에서 인천시 계양구로 자리를 옮겨야 한다. 학교 사정에 따라 이리저리 떠돌아야 하는 처지다.
관동의대 한 학생은 “학교는 걱정하지 말라는 소리로 일관하지만 우리 입장에서는 너무 급격한 교육환경 변화에 걱정을 떨치기 어려운게 사실”이라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