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민식 기자]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면서 풍토병이 될지 모른다는 우려가 나온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당장 이번 겨울부터 제2의 팬데믹을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이처럼 사실상 근시일 내에 코로나19 완전 종식이 어려워지면서 집단면역 이야기가 다시 흘러나오고 있다. 집단면역은 집단의 대부분이 감염병에 대한 면역성을 가짐으로써 확산을 막는 원리다.
실제로 코로나19 초기에는 영국, 네덜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 집단면역을 고려했지만 이후에 확진자와 사망자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나면서 집단면역 이야기는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한 차단·봉쇄 정책 장기화로 경제적 피해가 커진 데다 최근 세계적으로 확진자 증가 추세가 완화되면서 집단면역 주장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집단면역을 위해서는 사회의 다수가 백신을 맞거나 해당 질병에 감염된 후 방어항체가 생겨야 한다. 코로나19의 경우 백신 개발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여 전자 방식은 요원한 상황이다.
이에 의료계 일각에서는 국민들을 대상으로 항체검사를 실시하고 그 데이터를 근거로 집단면역 증가 정책을 세워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방역 당국에서는 이른 시일 내에 대규모 확진자가 발생했던 대구와 경북 지역에서 집단면역과 관련, 항체검사를 실시할 방침이다.
권준욱 방대본 부본부장은 지난 23일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매년 국민건강영양조사를 통해 전체 국민 중 표본에 대해 건강 상태와 영양 상태를 조사하는데, 이때 대구·경북 지역에서 동의를 구하고 혈액검체를 확보해서 항체를 조사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매년 군 입대를 위해 신체검사를 받는 사람들을 대상으로도 동의를 구하고 혈액을 확보해 항체검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권 부본부장의 설명이다.
하지만 집단면역이 가능할 정도로 충분한 사람들이 항체를 가진 것으로 확인된다 할지라도 그 항체가 바이러스에 대한 방어력을 가지는지, 얼마나 오래 유지될지 등은 여전히 미지수다.
최근 방대본이 격리 중인 확진자 25명을 대상으로 검사한 결과, 전원 항체가 형성된 것으로 확인됐지만 그 중 절반 가량(12명)에서 PCR 검사 결과 양성이 나왔다.
이에 대해 이혁민 대한진단검사의학회 코로나19 TF팀장은 “이는 감염 후 생기는 항체가 방어항체가 아닐 수도 있다는 의미”라며 “더 근거가 쌓이기 전에는 집단면역을 고려하기 어렵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세포 배양에서는 음성이 나왔기 때문에 살아있는 바이러스가 아니거나 감염력이 낮을가능성도 있지만 검사가 양성이라면 체내 증식은 계속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라고 덧붙였다.
설령 방어항체가 생긴다 할지라도 집단면역을 위해 감수해야 하는 피해가 너무 크다는 의견도 나온다.
장철훈 대한임상미생물학회 이사장은 “방어항체가 만들어지면 집단면역이 형성될 가능성은 높을 수 있다”면서도 “코로나19는 치명률이 3%가 넘어가는 위험한 질병이기 때문에 집단면역으로 치뤄야 하는 대가가 너무 크다”고 회의적인 입장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