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의료 장비와 시설은 갖춰져 있는데 환자는 찾아볼 수 없는 인천광역시 서구의 한 병원. 지난 7월말 정신병원으로 문을 열 예정이었지만 구청이 개설을 허락하지 않으면서 한 달째 방치되고 있다.
정신병원을 개설하려는 지역마다 주민 반발에 부딪혀 병원 문을 열지 못하는 일이 꼬리를 물고 있다.
전반적인 국민 정신건강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현실과 상반되는 환자 및 질병 발병 가능 대상자들의 치료를 위한 현장의 불편함과 거부감은 안타까운 실정이다.
이번 인천 서구 정신병원 개설 무산은 주택과 학교 등이 밀집된 지역에 정신질환을 치료하는 의료기관이 들어서면 주민들에게 위해(危害)가 될 수 있는 사건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게 구청이 내세우는 불허 사유다.
지난 5월 경기도 오산에 이어 또 정신병원 개설이 막히면서 의료계가 답답함을 넘어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 최대집 회장은 “구청장이라는 직권을 남용해 명백하게 위법한 처분을 내렸다”며 정신병원 설립을 불허한 이재현 인천광역시 서구청장을 고발한 상태다.
의협은 “적법한 시설 기준을 갖췄음에도 주민들이 반대한다는 이유로 개설 허가를 불허했다”며 철저한 조사 및 의법처리를 촉구했다.
이재현 구청장은 앞서 주민설명회에서 “WHO의 권고 기준은 인구 1000명당 1개 병상인데, 서구에서는 이미 1056병상이 있어 권고 기준을 초과했기 때문”이라며 사유를 밝힌 바 있다.
구체적으로는 위험 발생 가능성, 정신의료기관 병상 수 과잉, 의료기관의 시설 기준 미비 등을 이유로 꼽았다.
의협은 “대법원 판례에서도 관계법령에서 정하는 제한 사유 이외 사유를 들어 거부하는 것은 명백히 위법하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며 “하물며 WHO의 권고는 불허 사유가 될 수 없다”고 분명히 했다.
더욱이 “사회적 편견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정신질환자를 위한 국가적인 인식 개선에 역행하는 반인권적인 자치행정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이미 새롭게 들어선 정신병원이 주민 반발로 운영 한 달 만에 허가가 취소된 일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혹독한 대가를 치르게 하겠다”는 등 ‘막말’ 논란을 빚은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을 강력히 규탄하는 시위가 의협을 중심으로 열리기도 했다.
최 회장은 “국회의원 직위를 이용해 보건복지부에 부당한 압력을 행사하고 병원의 허가 취소를 가져온 직권남용 행위”라며 이미 대검찰청에 고발했다.
당시 고발장에서 최 회장은 “해당 병원의 개설 및 법적, 행정적 불복절차와 관련해 정당한 권리행사를 할 수 없도록 방해하고, 이례적으로 개설 허가 취소 절차를 진행하도록 부당한 압력을 행사했다”고 적시했다.
그런 가운데 12일 진행된 경찰 조사에서 최 회장은 “안 의원은 국회의원 지위를 망각하고 이를 남용해 국가 기능의 공정한 행사와 개인 자유 및 권리 보호를 외면했다”고 비난했다.
또 “적절한 의학적 관리가 필요한 정신과 환자들의 치료 기회를 박탈하고 인권을 침해한 행위는 결코 좌시해선 안 된다”며 “공익을 위해 일해야 할 국회의원으로서 자격이 전혀 없음을 여실히 보여주는 행태”라고 질타했다.
이어 “사회적 편견과 님비 현상이 심각한 수준”이라면서 “정신병원에 대한 불신을 조장하고 직권을 남용해 의사들의 정당한 진료행위를 막는 행위가 더 이상 반복돼선 안 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