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법 호스피탈리스트 '시들' 불법 진료보조인력 '인기'
병원계, 전공의특별법 앞두고 의료공백 우려감 커지면서 'PA 풍선효과'
2016.11.15 06:17 댓글쓰기

전공의 정원 감축 및 업무 시간 단축에 따른 의료공백 문제의 정공법은 전문의, 호스피탈리스트(입원전담전문의) 등 전문 의료인력을 충원해 해결하는 것이지만 실제 병원에서는 다른 방안을 찾고 있는 모습이다.


일선 병원들이 진료보조인력 즉 PA(Physician Assistant)에서 대안을 찾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의료계에서는 또다시 PA를 제도화하자는 논의가 급물살을 타고 있다.


PA란 중환자실, 응급실, 수술실 등에서 의사를 보조하는 ‘진료지원인력’을 뜻하며 간호사, 응급구조사, 물리치료사 등 직종은 다양하다.

일선 병원들이 대체인력으로 PA를 고용하고 있으나, 국가공인자격을 인정해 주는 미국 등과 달리 국내에서는 PA와 관련된 의료행위에 관한 법률, 자격요건, 교육 시스템 등이 없어 사실상 불법이다.


14일 경상권 소재 국립대병원 A교수는 “전공의 수급이 수년째 불안했다. 전공의 정원 축소에 근무시간 단축까지 이뤄지니까 PA인력을 더 늘려야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병원 내에서도 나오고 있다”면서“하지만 법적 논란도 있고 해서 아직까지 뚜렷하게 방향을 정하지는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대한의학회 이사직을 맡고 있는 서울 소재 B사립대병원장은 “전공의특별법이 곧 시행되는데 이를 기점으로 PA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PA를 전공의를 도와줄 수 있는 인력으로 활용해 나가야한다”고 주장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정의당 윤소하 의원이 국립대병원 14곳, 지방의료원 34곳, 국립중앙의료원 등 전국 49개 공공의료기관으로부터 PA현황 자료를 받아 분석한 결과, 25곳이 PA인력을 운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병원에서 운영하고 있는 PA인력은 지난 2013년 464명에서 올해 859명(국립대병원 764명, 지방의료원 77명, 국립중앙의료원 18명)으로 무려 2배 이상 늘었다.
 
상당 수 사립대병원과 전문병원 등이 조사대상에서 빠진 것을 감안하면 실제 의료현장에서는 PA 인력이 더 많을 것이라는 추산이다.


국립대병원 중 가장 많은 152명의 PA를 보유한 것으로 조사된 서울대병원은 “전공의 모집 미달이나 전공의 중도 퇴사 등 진료업무 공백으로 인한 환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고자 부득이하게 PA제도를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환자 안전상의 우려와 불법 소지 등에 관한 지적에 대해서는 “서울대병원 교수의 엄격한 관리 하에 진료지원 목적으로 한정적이고 명확한 업무범위 내에서 PA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답했다.


합법과 불법의 경계에서 PA 문제는 방치돼왔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제도화 움직임에 대한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이상형 부회장(서울아산병원)은 “PA는 공론화의 대상이 아니라 단속 대상일 뿐”이라며 “병원들이 마치 전공의 수련 관련법령들이 지키기 힘든 혁신적인 법안인양 PA 등 편법을 제도를 끌어들인다는 게 상당히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서울 소재 K대학병원 중환자실 간호사 강모씨는 “병원 간호사 채용 면접 때 PA를 해보겠냐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환자 안전과 신뢰가 걸린 문제인데도 불구하고 PA가 너무나 당연시되고 있는 게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간호계에서도 PA를 법제화하자는 주장이 많은 걸로 알지만, 개인적으로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엄연히 의사가 해야 할 업무의 영역이다. 이를 PA가 한다는 것은 환자를 기만하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이어 “또 PA도 간호사이면서 병원 내에서는 마치 다른 직종인양 일반 간호사들에게 업무 지시를 내리고 지나치게 권한을 행사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처럼 PA를 둘러싼 논의가 떠오르자 최근 보건복지부는 ‘PA 양성화’가 필요한지 종합적인 검토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선 대한병원협회를 통해 의료현장에 PA가 얼마나 있고 정확히 무슨 일을 하는지 실태조사를 한 다음 제도화 여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다.
 

보건복지부 의료자원정책과 이스란 과장은 “PA에 대한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봐야 한다. 제도화를 위해서라도 PA에 대한 기초조사를 할 필요가 있다”며 “구체적인 연구에 들어가기 전 상황을 잘 아는 병협을 통해 기초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의료자원정책과 문상준 사무관도 “PA제도는 결국 호스피탈리스트와 관련이 있다. 전공의가 PA에 반대하는 이유도 의사를 채용해야지 왜 PA를 채용하느냐는 것”이라며 “PA제도는 의사가 할 일을 PA가 할 수 있게 양성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역할분담을 시키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호스피탈리스트가 정착되면 역할 분담 논의가 쉽게 될 것”이라며 “이 제도화 역시 호스피탈리스트제도 정착 후에는 수월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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