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흉부외과 소신 선택, 기(氣) 살릴 지원책 절실'
서울 대형병원 4년차 '전공의 월급 때문이라는 오해 받을까 걱정'
2018.07.10 10:27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곧 나아질 겁니다. 이 또한 지나갈 테니까요."

선의에서 하는 말도 오해를 일으켜 상처가 된다. 흉부외과 전공의로서 단 한 순간도 후회하지 않았을 만큼 만족한 삶을 살고 있지만 타인과의 숱한 조건과 여러 상황이 맞물려 벌어지면서 의도치 않는 시선을 의식해야 할 때도 있다. 힘들고 고되지만 사명감 하나로 흉부외과를 선택한 젊은 의사들에게는 편견보다는 격려의 한 마디가 절실하다.

서울 대형병원 흉부외과 4년차 전공의인 S씨는 수개월 후면 전문의 시험을 치러야 한다. 멀고도 먼 수련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시점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욱 더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최근 데일리메디와 만난 S씨는 "처음 진로를 선택하고자 했을 때는 막연히 생명을 다루는 과를 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 중 심장을 다루는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에 매력을 느꼈고 이후 인턴을 하면서 생각을 굳히게 됐다"고 떠올렸다. 

"흉부외과 선택한 젊은의사들, 직업관과 주관 확고"


흉부외과 의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때로는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

간혹 흉부외과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덜(?)' 우수한 학생이 선택하는 곳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그는 분명한 어조로 말했다.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사람들은 적어도 주관이 뚜렷할 뿐만 아니라 나아가 환자에 대해서도 생사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 강단 있는 사람들"이라고 자신있게 반박했다.


그는 "교수님들의 관심과 지원 덕분에 예전보다는 많이 힘들지 않고 문화도 이전과 바뀌었다. 눈치 보느라 결혼을 못하던 분위기도 달라졌다. 예컨대, 이미 기혼자인 상황에서 수련을 하는 전공의들도 적지 않다"고 전했다.


파생된 부작용도 있었지만 지난 2009년 흉부외과 수가 인상 이후 이뤄진 전공의 월급 인상으로 숨통이 트인 것도 사실이다.


S씨는 "다만, 안타까운 것은 마치 상대적으로 많아 보이는 월급 때문에 흉부외과를 선택하는 것처럼 보일까 걱정"이라며 "흉부외과 전공의들에게는 다른 외과계열 전공의들도 더 많은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말했다.


물론, 이렇게 힘든 일을 다 마치고도 흉부외과 의사로서 올곧은 길을 갈 수 있을지 부모님의 입장에서는 염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는 흔들림 없이 이 길을 택했고, 후회한 적도 없다.


실제 어머니는 가정의학과를 전공하길 바랬다. 하지만 아버지는 반대였다. 의과대학을 들어간 이상 ‘진짜’ 의사다운 의사가 되길 원하셨기 때문이다.
 

그는 "부모님 역시 내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반대하지 않으셨다. 그만큼 믿어주셨던 것이다. 꿈꿔오던 의사상으로 가장 가까운 모델이 흉부외과 의사였고 망설임이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애초에 돈을 벌고 싶었다면 다른 과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흉부외과 수가 인상이 단순히 전공의들의 월급 인상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사회적인 보상, 즉 흉부외과 의사들의 기(氣)를 살려줄 수 있는 확실한 무엇인가가 전제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방병원 흉부외과 상황 들으면 정말 착잡"


흉부외과 전공의라면 으레 3년차 때까지도 평일엔 집에 갈 생각을 못하기 마련이다. 5박6일 연속으로 매일 회진을 돌기도 한다. '나 때문에' 나머지 전공의들에게 업무가 떠넘겨질 수밖에 없기에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


S씨는 “힘들고 위험하지만 소신 있게 이 길을 택한 사람이 돈벌이를 걱정하지 않고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인터뷰 내내 강조했다.


그래도, 국내 내로라하는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스텝으로 남고자 목표를 정했지만 지방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에게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그는 “가끔 동료 전공의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소식을 듣다보면 본인의 상황에 비해서는 지방의 경우가 너무나도 열악하더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각 병원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줄 수 있길 바란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특히 “많은 부분을 흉부외과를 위해 투자를 함으로써 흉부외과 의사들이 수련을 받은 이후에도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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