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한일관계가 연일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국내 진출 일본계 제약사들이 타격을 입게 될까 긴장하는 모습이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일본 정부가 한국을 상대로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핵심소재 수출 규제 등 사실상 경제보복 조치를 한 데 대해 반발한 국내 소비자들이 일본 기업 및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일본 제품 불매운동 리스트'가 공유되고 있는데, 그 목록에 일본계 제약사인 '오츠카제약'이 포함돼 있어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현재 국내 진출 일본계 제약사들이 상당히 많다. 한국오츠카제약을 비롯해 한국에자이, 아스텔라스제약, 한국산텐제약, 한국다케다제약, 한국다이이찌산쿄, 한국쿄와하코기린, 미쓰비시다나베파마, 한국오노약품공업 등 10여개 회사가 꼽힌다.
한국오츠카제약은 전문의약품, 의료기기, 헬스케어 사업 분야를 갖고 있다. 특히 헬스케어 분야에 남성 전용 스킨케어 브랜드 '우리'와 '오스'가 포함돼 있어 불매운동 리스트에 포함된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오츠카제약은 국내에서 지난해 1617억원의 매출액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8.8% 증가한 수치다.
한국오츠카제약에 이어 '화이투벤', '액티넘' 등 한 번쯤 이름을 들어봤을 만한 일반의약품들을 보유한 한국다케다제약 역시 향후 불매운동 대상 리스트에 포함될 가능성이 높은 제약사로 지목된다.
한국다케다제약은 국내 진출 일본 제약사 가운데 매출 2위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하고 있다. 지난해 매출액은 2116억원으로 이는 전년보다 4.4% 향상된 실적이다.
반면 한국에자이와 아스텔라스제약, 한국산텐제약, 한국다이이찌산쿄, 미쓰비시다나베파마, 한국오노약품공업 등은 전문의약품 사업에 중점을 두고 있어 이번 사건에서 한 발짝 벗어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소비자가 구매력을 발휘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이나 건강기능식품과 달리 전문의약품은 의사가 처방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파급효과가 상대적으로 적다.
익명을 요구한 일본계 제약사 관계자는 "우리 회사는 전문의약품만 있어 불매운동에 대해 크게 신경쓰지 않고 있다"며 "다만, 이번 사태가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몰라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그러나 유투버로 활약 중인 일부 약사들은 일본 의약품 불매운동 시 대체 가능한 국내 제약사 의약품을 추천하는 콘텐츠를 올리고 있어 이번 사태로 인해 수혜를 보는 회사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예를 들어 한국다케다제약의 종합감기약 '화이투벤'과 구내염치료제 '알보칠' 대신 제일헬스사이언스 '펜싹코프'와 퍼슨의 '오라칠', 경동제약 '애니메디' 등이 소개됐다.
뿐만 아니라 한국다케다제약의 인기품목인 합성비타민 '액티넘'을 대체할 제품으로 JW중외제약의 '뉴먼트', 일동제약의 '엑세라민엑소' 등이 거론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일본 제약사들이 전문의약품은 물론 일반의약품 시장에서 오랫동안 사랑받아 왔다"며 "그러나 이번 사건이 지속 확대된다면 감기약, 구내염치료제는 물론 일본 제약사들이 강세를 보였던 인공눈물(일반의약품) 등으로 불매운동 대상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이 경우 국내 제약사 품목들이 반사이익을 누리게 될 수 있다"며 "반일감정 확산이 국내 제약사들에게 또 다른 기회일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