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 분위기는 내내 침울했다. 곳곳에서 우려와 탄식이 흘러나왔다. 같은 처지의 동지를 만난 탓에 걱정은 배가됐다. 일선 임상현장에서 진료방향 설정의 양대 길라잡이인 영상의학과와 진단검사의학과의 한 숨이 커지고 있다. 정부의 수가 개편에 직격탄을 맞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하다. 때 마침 ‘수술 수가는 올리고 검사 수가는 내린다’는 복지부 실무 책임자의 발언 소식이 전해지면서 이들 진료 지원과는 동요했다. 여차하면 ‘투쟁’도 불사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도 내비쳤다. 하지만 정작 이 상황의 진원지인 복지부는 ‘기우(杞憂)’라고 일축했다.
손영래 과장은 당시 “유형별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수술 및 처치에 대한 수가는 인상하고 검체 및 영상 검사에 대한 수가는 인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재 상대가치점수 원가보전율이 수술 및 처치는 76%·85%인데 비해 검체 및 영상 검사는 159%·122%로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간극을 줄여야 한다는 취지였다.
해당 학회들은 즉각 반발했다. 대한진단검사의학회는 학술대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수가 인하 정책에 강한 반감을 드러냈다.
무분별한 수가 인하는 의료기관의 비용 절감을 야기하고, 결국 부정확하거나 적절한 판독 결여로 환자 건강에 위해를 가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대한영상의학회 역시 “상대가치 조정을 기필코 막겠다”며 총력전을 다짐했다.
같은 상황에 처한 진료 지원과들과 긴밀하게 협력 관계를 구축하는 한편, 자체 원가분석 자료를 통해 상대가치점수 인하에 맞서겠다고 천명했다.
이러한 반응에 대해 수가 인하 발언의 당사자인 복지부 손영래 보험급여과장은 “지나친 예단”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거시적이 아닌 지협적인 시각으로 바라보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손영래 과장은 “정부의 수가 개편은 결코 특정 진료과에 국한된 얘기가 아니다”라며 “유형별 균형 맞추기라는 큰 틀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2차 상대가치점수 개정 방향이 제시됐다”며 “단순 진료과가 아닌 의료 유형에 초점을 맞추는게 이번 개정의 핵심”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복지부는 지난 2010년 4월 상대가치 2차 개정에 착수했다. 당초 2012년까지 모든 연구를 마치고 2013년 수가에 적용하려고 했지만 아직까지 매듭을 짓지 못한 상태다.
2차 개정의 핵심은 상대가치 산출 원칙을 진료과별에서 유형별로 전환한 것이다. 이를 통해 제시된 5개 유형은 △수술 △처치 △검체검사 △기능검사 △영상검사 △기본진료 등이다.
무엇보다 손영래 과장은 검사수가 인하로 이들 진료과가 직격탄을 맞을 것이란 지적에 대해 강한 어조로 부정했다.
가령 영상검사의 절대적 비중을 차지하는 'X-ray'가 영상의학과만의 영역이라고 볼 수 없고, 혈액검사나 소변검사 역시 진단검사의학과만 해당하는 영역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손영래 과장은 “상대가치 개편에 따른 이익과 손해는 특정과에 적용되는 문제가 아니다”라며 “이들 진료과의 절대적 피해 주장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유형별 수가 균형 맞추기는 이미 의료계 전체적으로도 공감을 얻은 바 있다”며 “원가보전율이 낮은 수술과 처치는 올리고 상대적으로 보상이 후한 검사는 줄일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