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승원 기자] 고사 직전에 놓인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정 병상 이상 규모의 병원에 흉부외과 개설을 의무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김승진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의사회장[사진]은 오는 7일 개최되는 춘계학술대회에 앞서 진행한 데일리메디와의 인터뷰에서 이 같이 밝혔다.
김 회장에 따르면, 현재 활동 중인 50~60대 흉부외과 의사들이 은퇴하면 흉부외과는 머지 않아 사라질 위기다.
한 해에 신입 전공의를 20명도 수급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현재 활동하고 있는 흉부외과 의사들이 은퇴하면 답이 없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에는 흉부외과 수요가 그나마 있어 돌아가지만 그들이 65세에 은퇴하면 갈 곳이 없다”며 “65세면 한창 활동할 나이인데 좋은 기술이 사장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회장은 “대학병원에 있는 교수들이 은퇴할 경우 지금 30~40대 흉부외과 의사는 매우 부족한 상황”이라며 “주변에서도 흉부외과를 하고자 하는 사람은 있는데 진출할 곳이 없어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토로했다.
결국 흉부외과를 살리기 위한 제도적인 접근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흉부외과와 비교해서 응급의학과 업무강도는 더 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응급의학과 전공의 지원율은 항상 1대 1이 넘는다”며 “제도적으로 응급실에는 응급의학과 전문의를 둬야 하기 때문이다. 결국 흉부외과도 제도적 뒷받침이 있다면 반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 회장은 “이번에 재판까지 갔던 소아 횡경막 탈장 사건 같은 경우도 흉부외과 의사가 있었다면 진단이 보다 수월했을 것으로 본다”며 “300병상 이상 병원은 흉부외과 설치를 의무화하도록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외과계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행 중인 수술 전후 교육상담 시범사업에 대해서는 현장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으로 봤다.
김 회장은 “교육상담 시범사업은 ‘언 발에 오줌누기’와 마찬가지다. 회원들의 반응도 시원치 않다”며 “내과와 달리 외과는 수술을 하더라도 하루에 몇 건을 할 수 없다.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30~40대 태부족, 300병상 이상 병원 의무화 제도 절실”
“실손보험 청구대행, 대한민국 고급진료 다 붕괴시킬 수 있어”
김 회장은 최근 발의된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우려의 입장을 밝혔다.
의료기관에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것은 결국 비급여에 대한 심사를 강화하는 것이고 이는 고급진료의 붕괴로 이어진다는 주장이다.
김 회장은 “작년에도 그렇고 올해도 동일한 법안이 발의됐다. 예나 지금이나 실손보험사의 이익이 커지는 법안이라는 점은 변함 없다”며 “국회의원들이 국민들 이익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김 회장은 “건강보험과 실손보험은 보장의 영역이 다르다. 실손보험 청구대행을 하게 되면 결국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심사를 하게 된다”며 “그렇다면 한방에 다 넘어간 자동차보험과 똑같은 꼴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흉부외과의사회는 의협과 공조를 통해 보험업법 개정안 통과를 저지하겠다는 방침이다.
김 회장은 “비급여 심사가 심평원으로 넘어가면 고급진료는 다 무너진다”며 “이번에 법안이 발의된 사실을 빨리 파악해 입장을 낼 수 있었다. 의협과 공조해 지속적인 대응을 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