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위암학회(이사장 한상욱·회장 김형호)가 최근 진료지침을 4년 만에 개정하면서 "고려할 수 있다"고 활용 및 추가 연구 가능성을 열어둔 약제와 그 임상이 주목된다.
이번 2022년판 위암 진료 지침에는 면역항암제를 비롯한 최신 전신항암치료 결과 등 최신 정보가 담겼다.
특히 이번에는 의료진이 임상 과정에서 흔히 가질 수 있는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 근거 및 권고 수준이 강하지는 않아도 국내 연구를 새로운 근거자료로 활용한 것이 특징이다.
우선 대웅제약 간 기능 개선제 '우루사'로 잘 알려진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지침에 등장했다. UDCA는 담즙 분비를 촉진하고 간세포를 보호하는 약제다.
학회는 "위절제술 후 UDCA 치료가 환자 담석 형성을 감소시킬 수 있을까"라는 질문에 대해 "UDCA를 1년 간 복용하는 것은 위절제술 후 환자 담석 형성을 감소시킬 수 있다"고 권고했다.
학회가 정한 해당 권고의 근거 수준은 '보통', 권고 수준은 '조건부' 였다.
이는 서울대병원 박도중 교수(위장관외과), 이상협 교수(소화기내과) 연구팀의 'PEGASUS-D' 임상시험 내용이다.
연구팀에 따르면 위 절제술 환자는 담석 발생 위험이 증가하는 동시에 수술과 내시경 등 치료과정에서도 위험이 증가한다. 이에 담석 형성 위험 억제는 위암환자 수술 합병증과 관련 위험을 줄이는 데 중요하다.
연구는 위절제술을 받은 2주 이내 위암환자 521명을 대상으로 UDCA 300mg, 600mg, 위약군으로 나누고 12개월 후 담성 생성률을 비교, 분석했다. 그 결과 투여군은 각각 5.3%, 4.3%로 위약군 16.7%(25명/150명) 대비 유의하게 낮았다.
"한국도 수술 전후 3제항암요법 실시 방안 일부 고려"
우리나라는 대부분 수술과 보조항암요법으로 위암을 치료해왔지만, 수술전후 항암요법을 실시하는 방법도 일부 고려해볼 수 있다는 게 위암학회 판단이다.
학회는 강윤구 서울아산병원 교수(종양내과)가 책임자로 참여한 'PRODIGY' 임상시험 결과를 근거로 "절제 가능한 국소 진행 위암 등 환자들에게 수술 전후 3제 항암요법을 고려할 수 있다"고 권고했다. 근거 수준은 높았고, 권고 수준은 조건부였다.
PRODIGY 연구는 한국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됐으며 수술 전(前) 선행화학요법 시행이 수술 및 그 이후까지 예후에 영향을 줄 수 있을지 평가하기 위해 설계됐다.
연구팀은 절제 가능한 진행성 위암 환자를 대상으로,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 '탁소텔(옥살리플라틴)'+'엘록사틴(도세탁셀)'과 제일약품 '티에스원(기메라실 등)' 3제 병용요법을 수술 전 선행화학요법으로 실시했다.
그 결과 시험군은 이를 실시하지 않은 대조군 대비, 수술 후 3년 무진행생존율이 유의하게 개선됐다. 종양 크기가 감소하고 더 높은 완전 절제율을 보였으며 수술 후 병 재발 및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30% 감소했다는 설명이다.
해당 연구는 2019년 유럽 종양학회에서 발표돼 임상성과를 인정받았으며, 미국 임상종양학회에서도 고무적인 결과로 평가받았다.
류근원 위암학회 편집이사(국립암센터)는 "서양에서는 병이 진행이 돼있고 수술 가능해도 항암치료부터 먼저 시행한다"며 "일단 항암치료 후 수술하는 게 성적이 좋으니 그렇게 권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면 우리도 항암치료부터 하면 치료 성적이 더 좋아지지 않겠냐는 임상적 질문이 들게 됐다"며 "아시아에 관련 데이터가 있었기에, 강력 권고는 아니고 조건에 따라 시행할 수 있다는 내용을 싣게 됐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