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연구진이 파열 위험이 큰 '취약성 동맥경화(Vulnerable Plaque)' 환자에게 예방적으로 스텐트 치료를 하는 것이 약물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라는 사실을 대규모 임상연구를 통해 알아냈다.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의 약물치료와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을 비교한 전(全) 세계 첫 번째 연구로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들에게 큰 주목을 받았다.
서울아산병원 심장내과 박승정 석좌교수, 박덕우·안정민·강도윤 교수팀은 지난 5월 8일 미국심장학회에서 이 같은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심장혈관이 좁아지는 동맥경화 중에서도 파열 위험이 높은 취약성 동맥경화는 이물질이 쌓이는 속도를 늦추는 약물치료가 유일한 치료법이었다. 그럼에도 갑작스러운 파열로 인한 심근경색 발생을 막기는 쉽지 않다.
이에 연구팀은 지난 2015~2021년 한국, 일본, 대만, 뉴질랜드 등 4개국 15개 기관에서 혈관 내 영상장비를 이용해 취약성 동맥경화를 진단받은 환자 1606명을 무작위 배정한 뒤, 약물치료를 시행한 집단 803명과 약물치료에 더해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함께 받은 집단 803명으로 나눠 치료 결과를 비교 분석했다.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취약성 동맥경화 위치에 스텐트를 삽입해 혈액이 자유롭게 흐를 수 있도록 혈관을 넓히는 시술이다.
통상적으로 관상동맥 중재시술은 혈류 장애가 심한 중증의 관상동맥 협착에서 시행되지만, 이번 연구는 중증 혈류 장애가 없는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들을 대상으로 예방적 스텐트 시술을 시행한 것이다.
"관상동맥 중재시술, 심혈관 임상사건 위험 8.5배↓"
그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을 받은 환자군의 2년 후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0.4%로 약물로만 치료받은 환자군 발생률 3.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8.5배 더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 평균 4.4년(최대 7.9년)간 장기 추적 관찰한 결과, 예방적 관상동맥 중재시술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은 6.5%로, 약물치료 집단의 주요 임상사건 발생률 9.4%에 비해 발생 위험이 약 1.4배 더 낮았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고위험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를 신중하게 선별해 적극적인 스텐트 시술을 시행하면 장기적인 치료 성적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했다.
박승정 석좌교수는 “이번 연구를 바탕으로 취약성 동맥경화 환자에게 적극적인 예방 치료를 시행해서 예후를 향상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박덕우 교수는 “중증 심혈관 질환 치료 성적을 향상시키고 의학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목표로 10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참여해준 의료진과 연구진 그리고 환자 노력이 모여 유의미한 결과가 나온 것 같아 뜻깊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연구결과는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린 미국심장학회(ACC 2024)의 최신임상연구(Late-Breaking Clinical Trial) 세션에서 전 세계 심장의학 전문가 2000여 명 이상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8일 현장발표됐으며, 같은 날 국제학술지 '랜싯'에도 게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