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에 보이는 통증만 인정…'복합부위통증증후군' 외면
마취통증의학 전문가들 "장애진단 기준 엄격, 완화 등 확대 필요" 강조
2023.04.12 06:06 댓글쓰기



바람만 스쳐도 극강의 통증을 느끼는 복합부위통증증후군(CRPS)의 장애진단 조건이 지나치게 까다로워 인정기준 확대가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소위 ‘보이는 통증’만 인정하는 현재의 장애진단 기준으로 수 많은 CRPS 환자들이 국가 지원의 사각지대에서 신음하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아주대학교 마취통증의학과 최종범 교수는 11일 더불어민주당 고영인 의원이 주최한 ‘환자 중심 CRPS정책 개발 토론회’에서 장애진단 기준 확대 필요성을 주장했다.


‘CRPS(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는 발병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극심한 통증으로,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꾀병’이라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다행히 정부가 지난 2021년 CRPS를 장애로 인정하면서 장애인 등록의 문이 열렸지만 극히 제한적인 기준으로 여전히 수 많은 환자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다.


실제 현재 CRPS 환자는 관절 움직임에 제한이 뚜렷하거나 팔 또는 다리 전체에 마비가 있어야 장애를 인정받을 수 있다.


시각화가 불가능한 통증을 ‘눈에 보이는 증상’으로만 판단하고 있는 구조다. 이에 따라 그동안 환자 및 의료진을 중심으로 CRPS 장애진단 기준 개선 요구가 지속적으로 제기돼 왔다.


이날 토론회에서 주제발표자로 나선 최종범 교수 역시 CRPS 환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장애평가를 받을 수 있는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최종범 교수는 “CRPS 환자들은 극심한 고통으로 경제적, 사회적 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우울증을 비롯한 정신적, 심리적 문제를 함께 겪는다”고 말했다.


특히 “CRPS 환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거나 실행에 옮긴 적이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온 만큼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물론 그동안 환자와 의료진이 함께 노력한 결과 CRPS 환자들도 장애를 인정받는 길이 열렸지만 그 기준이 비현실적으로 설정된 탓에 지원대상에 포함되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다.


최종범 교수는 “통증의 정도가 아닌 근력약화, 관절구축 등 정형외과적 등급에 따라 부여하고 있어 통증이 극심해도 장애진단을 받지 못하는 모순적인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이유로 현재 CRPS 환자의 장애인정 비율은 30% 수준에 머물러 있다. 나머지 환자들은 장애 이상의 고통에도 불구하고 정작 장애인 인정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다.


최 교수는 CRPS를 경증질환으로 분류하고 있는 현실도 지적했다. 경증으로 취급하는 탓에 정작 환자들은 상급종합병원 등에서 보다 전문적인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는 “현재 CRPS는 경증질환으로 분류돼 있는 탓에 질환 중증도 비율을 신경써야 하는 대학병원에서는 홀대 받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는 질환 등급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CRPS 환자들이 상급종합병원에서 진료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한국CRPS환우회 이용우 회장도 “CRPS 장애인정 기준과 대상, 범위 등이 제한적인 탓에 여전히 많은 환자들이 혜택 대상에서 제외돼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공식적인 CRPS 진단 및 치료 가이드라인 구축을 통해 점진적이고 합리적으로 장애 인정기준 확대가 이뤄져야 한다”며 “전문학회에 관련 연구용역을 의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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