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협 수련이사 對 서울대병원 수련실장 '평행선'
'전공의법 시행 후 실질적 개선 못 느껴' vs '현 의료체계 및 환경에서 불가능'
2019.06.20 05:25 댓글쓰기


[데일리메디 박근빈 기자] 1주 80시간을 초과하지 못하도록 규정한 전공의법이 시행된 지 1년 반이 지났지만 열악한 수련환경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전공의 주장이 제기됐다.


이에 교수 입장에서는 전공의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체 의료환경 차원에서 접근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놨다.


19일 한국의료질향상학회는 서울 코엑스에서 학술대회를 열고 ‘전공의법 시행 그 후’를 주제로 전공의와 교수의 생각을 동시에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각각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사진 左]와 함봉진 서울대병원 수련실장[사진 右]이었다.


먼저 김진현 대한전공의협의회 수련이사(세브란스병원 정신건강의학과)가 발표에 나섰다.


일련의 통계자료를 근거로 제시한 그는 “전공의법이 시행됐다고는 하지만 개선여부를 느끼는 전공의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운을 뗐다.
 

대전협이 자체적으로 설문조사(2019년도 기준)를 시행한 결과, 응답자 665명 중 ‘수련 중 계약서 내용대로 휴게시간이 보장되는가’라는 질문에 89.8%가 부정적 답변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야간당직 시 수면에 방해를 받지 않을 정도의 독립된 장소에서 연속 5시간 수면을 취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도 89.3%가 ‘아니오’라고 응답했다.
 

특히 ‘작업 종료 후 정신적, 육체적 피로감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가’라는 설문에는 응답자 전원이 정신적 피로감을 호소했다. 육체적 피로감은 665명 중 3명을 제외한 모두가 ‘그렇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 2월 보건복지부가 의료자원정책과가 전체 수련기관 244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38.5%에 달하는 94곳이 수련규칙 일부를 미준수했다는 것이 드러난 만큼 아직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진단을 내렸다.


김 수련이사는 “전공의법을 미준수했더라도 최대 수련시간을 어기거나 연속 수련시간을 어기는 등 항목별로 100만원 수준의 과태료만 내면 되는 상황이다. 정상적인 규제가 들어가려면 전공의 1인당 처벌기준을 준용해야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전공의법이 시행돼도 식사할 시간, 잠을 잘 시간이 부족하다. 지난 2월에는 고(故) 신형록 전공의가 36시간 연속 근무 중에 당직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주당 110시간을 넘게 근무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공의법이 제대로 수행될 수 있는 규제요인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답답한 교수 "전임의나 교수들 근무여건 악화되고 있는 상황"  


전공의 입장을 들은 함봉진 서울대병원 수련실장(정신건강의학과)의 표정에는 답답한 심정이 그대로 드러났다.


함 실장은 “전공의법 준수를 위해 수련병원은 많은 노력을 했다. 주당 수련시간을 봐도 실질적인 개선효과가 나타났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서울대병원 자체 조사결과, 2013년 내과계 전공의 수련시간은 90시간이었는데 2019년에는 69시간으로 21시간이 감소했다. 외과계의 경우는 115시간에서 74시간으로 무려 41시간이 줄었다.


진료지원과 역시 동일기간 61시간에서 54시간으로 근무시간 감축 효과가 발생했다.


함봉진 실장은 “전공의는 수련시간이 줄어들지 않고 열악한 환경임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 줄어든 시간 만큼 전임의나 교수들 근무조건이 나빠지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앞선 설문조사를 전공의가 아닌 다른 대상으로 바꿔도 동일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근본적인 문제는 현행 의료환경에서 전공의법 준수가 실제로 가능할지 여부를 감안한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벌칙 조항을 강조하는 행태로 전공의법이 변화하는 것은 반대”라고 말했다.


전공의법이 만들어진 취지가 전공의 권리보호 및 환자안전, 우수한 의료인력 양성인데 과연 ‘수련규칙 표준안’이 목적 달성에 적절한 것인지 면밀히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도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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