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 희귀질환 보장성 강화와 '치료 사각지대'
"환자수 적어 신약개발 동기 미흡한 실정, 효과 확인된 치료제는 접근성 개선 필요"
2022.06.29 05:50 댓글쓰기

대선 공약으로 대체의약품이 없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확대를 약속한 윤석열 정부의 출범 50여 일이 지났다. 


새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로 대체의약품 없는 중증 희귀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 강화를 한번 더 공표, 희귀질환자와 가족들은 치료 환경 개선에 기대를 거는 모습이다.


환자 수가 극히 드문 희귀질환은 상대적으로 신약에 대한 연구개발 동기가 약하다. 이에 따라 희귀질환자들은 다른 질환에 비해 상대적으로 치료를 받기 힘들었다.


최근에는 혁신적인 신약이 개발되면서 환자들에게 더 나은 치료 기회가 주어지기 시작했다. 현재까지 전 세계적으로 추정되는 7000여 종의 희귀질환 중 5% 미만에서 치료제가 존재한다.


하지만 국내 희귀질환자들은 건강보험 급여 혜택을 받지 못하면 혁신신약 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희귀질환자와 가족은 경제적 고통에 직면하게 된다.  


국내 환자수 13명 불과한 극희귀질환 ‘CAPS’ 


환자와 가족의 미충족 수요가 큰 질환 중 하나로는 유전 재발열 증후군의 세부질환인 ‘크리오피린 관련 주기적 증후군(CAPS, Cryopyrin-Associated Periodic Syndromes)’이 있다. 


CAPS는 염증을 조절하는 단백질 ‘크리오피린’의 결함으로 인해 발생한다. 전신의 만성 염증으로 인해 이유 없는 발열, 발진 등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자가 염증 희귀질환’이다.  


2019년 기준 국내 환자 수가 13명에 불과한 극희귀질환으로 주로 영유아기부터 발열, 발진 및 충혈 등이 나타난다. 심해질 경우 청각 이상, 시력 상실, 근골격계 이상, 및 전신성 AA 아밀로이드증 등 돌이킬 수 없는 손상을 일으켜 사망까지 이를 수 있다.  


현재 국내 CAPS 환자 치료에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약제로는 일라리스(성분명 카나키누맙)가 유일하지만 급여가 되지 않아 실질적인 사용이 어렵다. 


특히 CAPS 세부질환 중 가족성 한냉 자가염증 증후군(FCAS ) 및 청각 상실을 유발할 수 있는 머클-웰스 증후군(MWS )에는 일라리스가 유일한 치료 옵션이다.


다만 CAPS 중 만성 영아 신경 피부 관절 증후군(CINCA)은 한국 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대체 약제가 있다.


처방 약물이 반응하지 않는 경우에는 일라리스를 2차 치료 옵션으로 고려해볼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급여 장벽으로 인해 실질적인 사용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경제성만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CAPS 치료제


CINCA로 진단받은 환자가 한국 희귀필수의약품 센터를 통해 공급 받을 수 있는 약제는 매일 1회 자가 주사가 필수적이다.  


이 때문에 환자와 보호자는 매일 주사해야 한다는 심리적 부담감과 함께 잦은 주사로 인한 주사 부위의 감염, 국소 피부 손상 등의 문제를 겪는다.


난치성 질환인 CAPS는 평생 관리 및 조절이 필요하다. 연간 주사 횟수를 6회로 절감할 수 있을뿐만 아니라 주요 임상을 통해 효과성과 안전성이 확인된 치료 옵션 일라리스 접근성 개선에 기대가 크다.


주요 임상에 따르면 일라리스 150mg를 투여한 CAPS 환자의 97%(n=34/35)는 오픈라벨 기간 동안 1회 투여로 8주 이내 완전 관해를 달성했다.


이후 이중 맹검, 위약 대조 연구 기간 중 일라리스 150mg을 8주 간격으로 투여한 환자군 전원(n=15/15)이 6개월 이상 완전 관해를 유지했다.


일라리스를 투여한 대부분의 환자는 주사 부위 반응이 없었으며, 심각한 주사 부위 반응에 대한 보고는 없었다. 


또 1회 이상 일라리스를 투여 받은 68명의 성인 및 소아 환자를 대상으로 치료 전과 6개월, 12개월 후를 비교한 프랑스 리얼월드 연구에선 일라리스 치료 후 CAPS 환자의 40% 이상이 사회활동, 인간관계, 성생활 및 활력 개선이 확인됐다.


김성헌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CAPS 중 CINCA는 한국희귀필수의약품센터를 통해 공급받을 수 있는 약제 이외에 2차 치료제가 없기 때문에 부작용이 있을 경우 대안이 없다”면서 “CAPS 중 FCAS, MWS는 실질적으로 사용 가능한 약제가 없어 치료 사각지대가 분명히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라리스는 CAPS 외에도 대체 치료제가 부재한 TRAPS, HIDS/MKD, 콜키신으로 조절이 되지 않는 FMF 치료에도 적응증을 허가 받았다”면서 “환자들이 보다 나은 삶의 질을 유지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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