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잡이 의사들 진가 발휘할 '진료환경' 절실
외과 병원장들, 암울한 현실 개탄…"의국 떠난 후 삶 보장돼야 젊은의사 진입"
2022.10.27 05:34 댓글쓰기

[기획 하] 절체절명의 위기감이 확산되고 있는 대한민국 외과. 세계적 수준의 술기에도 불구하고 열악한 처우에 지원자까지 줄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외과의 미래에 대한 신구세대 간 허심탄회한 대화의 장이 열렸다. 기성세대들은 갈수록 힘겨워지는 외과의사의 삶에 우려를 표했고, 젊은세대들 역시 사명감과 열정의 한계를 지적하며 암울한 현실을 개탄했다. 대학병원, 중소병원, 전문병원, 그리고 전공의까지 사연의 유형은 달랐지만 고충의 맥락은 매한가지였다. 그럼에도 이들은 쉬 희망을 놓지 않았다. 여전히 고되기는 하지만 생명 유지에 필수인 ‘바이탈(vital)’을 다루는 외과의사의 삶이 언젠가는 존중받는 시절이 도래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표했다. 기성세대와 젊은세대들이 동시에 대한민국 외과가 처한 난국 타개책 찾기에 나선 그 뜨거운 현장을 데일리메디가 함께 했다.


“외과병원, 생존 위한 처절한 몸부림 상황”


기성세대 대표로는 서울민병원 김종민 원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생존을 위해 쉼 없이 새로운 영역을 개척해 나가야 하는 외과 개원가의 고행을 전했다.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2008년 13억원을 대출받아 개원했고, 이후 2년 동안 병원 소파에서 잠을 자면서 고된 삶을 이어갔다.


맹장수술, 장폐색 수술 등 밤낮을 가리지 않고 진료에 매달렸다. 덕분에 저수가 상황에서도 나름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포괄수가제가 시행되면서 맹장수술로는 병원 운영이 힘든 상황에 처했다. 수술을 할수록 적자가 발생하는 현실에 우려만 커져갔다.


더욱이 대형병원들의 분원 설립 열풍이 불면서 그마나 있던 환자들도 줄어들기 시작했다.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대학병원과 경쟁해야 하는 처지였다.


천착을 거듭한 끝에 ‘갑상선’으로 눈길을 돌렸고, 다행히 수요가 급증하면서 경영전선에도 파란불이 켜졌다.


아예 갑상선 특화 병원으로의 변화를 모색할 즈음 갑상선 과잉진료 논란이 불거졌고, 다시금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과 맞닥뜨렸다.


이후 비만, 유방, 정맥류, 탈장 클리닉 등을 통해 생존을 위한 처절한 노력을 이어가야 했고, 그 몸부림은 아직도 현재진행형이다.


김종민 원장은 “외과병원으로 살아남기 위해 부단히 새로운 영역을 찾아 나서야 했다”며 “이러한 고민은 앞으로 더 심화될 것”이라고 토로했다.


외과 봉직의‧개원의 삶은 퍽퍽하다 못해 '가난하고 고단'


그는 젊은세대들의 외과 기피현상과 관련해서는 “가난하고 고단하니까 선택하지 않는 것”이라며 “선배들의 고된 삶을 보며 외과를 택하고 싶어하는 후배가 얼마나 되겠냐”고 개탄했다.


무엇보다 퇴국 이후 녹록잖은 진로에 대한 젊은세대들의 우려에 공감을 표했다.


대학병원을 제외한 중소병원이나 일반 병원 봉직의의 경우 극히 제한적인 역할만 수행할 뿐 ‘칼잡이’로서의 진가를 발휘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현실을 지적했다.


김종민 원장은 “맹장수술 등 비교적 쉽고 간단한 수술만 요구받다 보니 외과 봉직의 매출 기여도에는 변동이 없고 이는 연봉협상에서 미온적일 수 밖에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어 “의료분쟁이라도 발생하면 입지는 더욱 좁아져 결국 병원을 그만두게 된다”며 “막상 개원하려해도 선택지가 별로 없다”고 덧붙였다.


최근 사회적 화두로 부상 중인 ‘필수의료’와 관련해서는 기대 보다는 우려를 표했다.


대형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을 계기로 ‘필수의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고 관련 제도나 정책이 논의되고 있지만 외과 부양책은 결국 대학병원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수가나 지원이 과연 외과 개원가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의문”이라며 “개원가가 살아야 외과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 퇴국 이후의 삶이 보장되기 전에 외과 부양은 불가하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대학병원 기능 회복 △2차 외과병원 수련기능 부여 △외과 수가 가산 등을 외과 부활조건으로 제시했다.


김종민 원장은 “대학병원이 개원가와 맹장수술 경쟁하는 구조는 난감하다”며 “대학병원들은 진료의 양보다 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외과 전공의들이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2차 외과병원에 수련기능을 부여해 줘야 한다”며 “학회 차원에서 심각하게 고민해야 하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수술 건수에 연연해야 하는 현행 수가체계 구조가 문제”


다른 원장들 역시 처절한 현실을 개탄했다.


부산영도병원 정도현 원장은 “365일 콜 대기하는 외과병원 의사보다 주 5일 근무하고 허리통증 주사를 놓는 외과병원 의사 연봉이 40%나 높은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외과의사가 수술을 기피하도록 하는 시스템은 좋은 외과의사를 점점 줄어들게 할 것”이라며 “수술에 대한 가치가 존중받는 환경이 절실하다”고 덧붙였다.


한사랑병원 이천환 원장은 진정한 ‘외과병원’을 만들겠다는 일념으로 어렵사리 받은 전문병원이 별다른 혜택이 주어지지 않은 부분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그는 “병원 수익 개선을 위해 수술로봇 도입을 고민하고 있지만, 작금의 외과 현실에서 로봇수술이 무슨 의미가 있을지 회의적인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대구드림병원 이태순 원장은 “저수가 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수술건수를 늘리다 보니 외과의사의 위라밸이 무너졌다”며 “건수에 연연해야 하는 구조를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설파했다.


척박한 현실에서 희망을 찾으려는 노력도 있었다.


서울민병원 김종민 원장은 “외과 미래를 우려하는 시각이 지배적이지만 조금 깊게 들여다 보면 분명 희망이 있다”며 “인기과들 대비 경쟁력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이어 “척추‧관절병원 삭감률이 30~50%인데 반해 외과병원은 0.04%에 불과하다”며 “인기과들은 많이 벌고 많이 빼앗기는 구조”라고 덧붙였다.


그는 “인기과들이 개원시장에서 호의호식만 하고 있지는 않다”며 “수가만 뒷받침 돼 준다면 앞으로 외과의사로서 탄탄한 삶을 보장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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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4시 10.31 08:00
    누군가는 꼭 해야하는 고결하고 숭고한일

    존경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