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의학 등 극복 가능" vs "의대 일방 증원 위헌"
政 "더 투자하고 노력하면 된다" vs 교수들, 삭발·사퇴·소송 등 강경 대응
2024.03.08 05:27 댓글쓰기

사직 전공의 90%가 복귀하지 않은 상황에서 교육부의 요구에 전국 40개 의대가 총 3401명의 정원을 늘리겠다고 써낸 가운데, 정부와 전국 의대 교수들이 팽팽히 대립 중이다.


그동안 전공의와 의대생이 개별 사직과 동맹휴학으로 정부에 반발했다면 이제는 스승인 의대 교수들이 제자를 보호하고 교육환경을 지키겠다는 일념으로 조금씩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교육환경은 정부와 학교당국이 투자하면 될 일"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대학본부와의 갈등을 겪은 의대 교수들은 삭발식에 이어 급기야 정부를 상대로 "교육 정치중립 의무를 위반한 위헌적 조치"라며 행정소송 카드를 꺼내 대응했다.  


박민수 차관 "기초교수 확보 어려움 이해, 투자하고 노력하면 극복 가능"


지난 5일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이 같은 입장을 고수했다. 


정원 증가로 현재도 이론 교육에 쓰이는 교실이 좁을 뿐 아니라 인원이 넘쳐나는 카데바 실습, 병원 실습 등 열악한 교육현장이 있는데 증원해도 괜찮느냐는 질문에 박 차관은 "극복 가능하다"고 답했다. 


박 차관은 "교육이 어렵다고 여러 의견을 주시는데 교원 부족, 특히 기초의학 교원 부족 등이 핵심 이유였다. 이러한 부분은 정부와 학교당국 노력에 의해 얼마든 극복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이어 "기초교수 확보 어려움은 이해하고 있다. 이에 더 투자하고 노력하면 그 부분도 극복이 가능한 과제"라면서 "교육이 어렵다는 이유로 2000명 증원을 반대하고, 이 때문에 현장을 떠날 명분은 되지 않는다"고 못박았다. 


이미 교육부에 증원 신청을 한 시점에서 학교들은 나름의 계획에 따라 증원 입장을 밝혔을 것이란 게 박 차관 시각이다. 박 차관은 "교육의 질 확보를 위해 교원 증원에 대해 정부가 지도를 해 나갈 생각이다"고 밝혔다. 


앞서 행정안전부는 2027년까지 거점국립대 의대 교수를 현재보다 1000명 더 늘리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의대 교수들, 비대위 성명·사직·삭발·정부 상대 행정소송 제기 "위헌적 조치"


정부 구상은 이러하지만 의대 교수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비상대책위원회 구성부터 개별 사직, 삭발식에 이어 급기야는 정부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가장 근본적 반대 이유는 지금도 열악한 상황인 기초의학을 포함, 2000명 증원시 정상적인 의학교육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다.


제자 보호를 위해 현재까지 비대위를 꾸리고 공식 입장을 낸 곳은 서울의대, 울산의대, 충남의대 등이다. 이밖에 경희의대, 분당서울대병원, 고려의대 교수들도 성명문을 발표하고 정부에 경고했다. 


교육부의 의대 정원 증원 신청을 두고 대학본부와 의대 측이 팽팽히 맞섰으나 조율 과정에서 경북대 등에서는 내홍이 발생했다. 


더욱이 2월 29일까지 현장에 복귀하지 않은 전공의들에 대한 사법절차가 진행면서 의대 교수들의 분노에 기름을 부었다. 의대 교수들의 개별 사직 및 집단행동 움직임이 시작된 것이다. 


이달 4일 경북대 소속 이식혈관외과 교수, 5일에는 충북대병원 심장내과 교수가 정부 의대 증원 및 필수의료패키지 정책에 반발하며 사직서를 내면서 파장이 일었다. 원광의대 교수 5명도 보직사임했다. 


강원대 의대 학장 류세민 교수와 유윤종 의학과장 등 교수진은 5일 강원의대 앞에서 일방적 의대 정원 신청에 반대하며 삭발하기도 했다. 


대한의사협회 비대위도 의대 증원 신청 과정에서 의대 학장들의 동의가 없었다며 정부가 압박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주수호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은 5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협 자체 조사, 결과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 의대 학장들은 증원에 동의하지 않는다고 했고, 다른 의대 학장들도 대부분 많아야 10% 정도 증원 필요성을 말했다"고 밝혔다.


갈등은 소송으로도 번질 전망이다. 전국 33개 의대 교수협의회 대표들은 5일 서울행정법원에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피고로 '2025년 의대 2000명 증원 처분 및 후속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이번 일들을 둘러싼 정부의 모든 행보가 위헌적이라는 게 교수협 대표들 주장이다. 


우선 이번 증원 결정을 직접 이해당사자인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들과 논의하지 않아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으며, 총선용으로 급작스럽게 정책을 추진해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반했다는 주장이다. 


또 이공계 인재 의대 쏠림 현상 등 과학 분야에도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불러오고, 의협과 정부 간 합의를 깨뜨렸다는 점에서 각각 헌법상 과잉급지원칙과 신뢰보호원칙을 위반했다는 것이다. 


교수협 대표들은 "보건복지부 장관은 의료법을 집행할 권한만 있지, 고등교육법상 입학정원 결정을 할 권한이 없어서 무효"라면서 "복지부 장관의 당연 무효인 증원 결정을 통보받아 교육부 장관이 행한 후속조치들도 당연 무효"라고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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