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위암치료 분야의 저수가와 고된 업무강도 문제 등으로 전공하는 의사가 점차 사라져, 10년 뒤에는 위암 수술을 진행할 수 있는 국내의사가 ‘전무(全無)’할 수 있다는 경고가 나왔다.
대한위암학회는 2일 수원 컨벤션센터에서 국제학술대회 ‘KINGCA(The Korea International Gastric Cancer) WEEK 2022’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를 갖고 이같이 지적했다.
국내 위암치료 임상 수준이 세계적으로 인정받을 정도로 우수하다는 데는 학회 임원들 모두 입을 모았다.
한상욱 대한위암학회 이사장은 “3년 전까지만 해도 전 세계에서 위암 발생이 가장 많은 국가는 한국이었지만 국가검진 등으로 조기 발견이 늘며 점차 개선되고 있다”며 “2019년 기준 위암 75%가 조기암으로 분석됐는데 이는 전 세계적으로 우수한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5년 생존율도 77%로 세계적으로 상당히 우수한 성적”이라며 “수술기법에 대한 표준화작업을 진행하고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우수한 치료법을 공유하는 등의 활동이 큰 영향을 끼쳤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형일 대한위암학회 국제이사도 “과거에는 국내 의료진이 일본으로 나가 술기를 배워오는 경우가 많았는데 이제는 외국 의사들이 배움을 위해 우리나라를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이 같은 우수한 성과에도 저수가 문제와 인력부족 등으로 임상 현장의 어려움은 가중되고 있다.
한상욱 이사장은 “지난해 배출된 위장관외과 전임의가 5명인데 사실 미래가 매우 걱정된다”며 “1년에 수술이 필요한 위암환자가 약 3만명인데 전문 의료진 5~10명으로 모두 감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공의 지원율을 높이기 위해 수련기간 3년제 단축 등 여러 정책을 도입하고 있는데 큰 효과는 없다. 또한 외과를 전공하더라도 조금 더 편하고 보수가 많은 분야를 선택하다 보니 우리는 장점이 없는 추세”라고 토로했다.
이혁준 대한위암학회 학술이사는 “1년에 배출되는 위장관외과 전임의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며 “이 상태로 가다간 얼마 전 아산병원 간호사 사망 사태와 유사하게 국내 의사에게 위암수술을 받을 수 없는 사태가 올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그는 “위암수술은 굉장히 고난도의 힘든 수술인데 그에 비해 수가가 터무늬없이 낮다”며 “이번에 복강경 수가가 오른다고 하는데 수술에 대한 수가 일괄적용이 이뤄지면서 난이도가 높은 위암수술같은 오히려 수가가 떨어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저수가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학회는 점점 발전하고 학문적으로 번창할지라도 실제 수술을 받아야 하는 국민들에게는 나쁜 결과로 이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한위암학회 국제학술대회 키워드…‘극복, 국제화, 다학제’
이혁준 대한위암학회 학술이사는 9회를 맞이하는 이번 학술대회 키워드를 ‘극복, 국제화, 다학제’라고 꼽았다.
이학준 이사는 “지난 2년 동안 코로나19로 인해 오프라인 만남이 제한돼 온라인 학회가 중심이었는데 올해 다시 현장학회를 열어 30개국에서 70명 이상의 참가자들이 방문했다”며 “팬데믹을 극복하고 더욱 활발한 학술교류를 이어가도록 힘쓰겠다”고 밝혔다.
위암학회는 학술대회 기간 전후로 전 세계 연구자들을 국내 위암 전문 의료기관에 방문토록 해 다양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돕는 ‘Master Class’를 운영하고 있다.
이학준 이사는 “이는 2000년대 이전 국내 의료진이 의료선진국을 방문해 수학했던 경험을 반대로 나눠 줄 수 있다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진행하고 있다”며 “올해도 코로나19가 아직 종식되지 않았음에도 일본, 몽골 등 다양한 국가에서 12개 기관이 참여해 다양한 경험을 나눌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다학제’는 위암이 더 이상 외과의사만의 영역이 아닌 소화기내과, 종양내과 등 다양한 분야 의료진과 협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이 이사는 “최근 위암 환자들의 치료는 수술뿐 아니라 내시경 절제술 등 다양해지고 있다”며 “항암치료 및 면역치료 등을 통한 적절한 수술이 주를 이루던 시대를 지나 최선의 치료방침을 선택하기 위한 다학제 협동의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에 학회는 올해 처음으로 소화기학회와 다학제 증례 토의 및 집담회를 개최했다”며 “이번 학술대회 역시 내외과 등 여러과가 함께 하나의 세션을 만들어 발표하고 논의하는 방식으로 구성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