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요양병원의 항정신병약물 과다처방 관리를 위해 비약물적 치료 효능 임상 및 다양한 근거수집연구가 수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대한정신건강재단과 대한노인정신의학회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함께 요양병원 입원 노인환자 항정신병약물 사용지침서를 발간했다.
요양병원에 장기간 입원해 있는 노인 환자들에 대한 항정신병약물 처방에 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이어져 왔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외부환경과 접촉이 적은 환자들에게 약물이 과잉 처방되고 있지 않느냐는 우려가 높았다.
이에 대한정신건강재단은 학회 및 심평원과 요양병원의 항정신병제 등 약물사용지침 및 포괄적 관리방안 마련 연구를 진행한 것이다.
실제로 연구팀이 2019년 11월 이후부터 2020년 6월까지 총 8개월 동안 노인 입원 환자에게 사용된 국내 항정신병약물 처방량을 비교해 보니, 전체 처방량이 요양병원뿐만 아니라 코로나19 전보다 모든 요양기관 종별에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환자의 질환 과거력으로 분류했을 때 요양병원의 많은 처방량은 치매 환자에 대한 처방이었다.
개별 약물 성분으로 봤을 때는, 심한 불면(97.9%)과 과활동성 섬망(69.7%), 폭력성을 보이는 행동장애(69.7%), 환청과 망상 등의 정신병적 증상(39.4%), 성적 행동화(30.3%), 극심한 불안(69.7%), 반복행동 및 배회(48.5%), 파킨슨병(75.8%), 루이소체 치매(78.8%), 전두측두엽 치매(42.4%) 든 거의 모든 증상에 1차 선택 약물로 quetiapine(쿠에티아핀)이 선호됐다.
치료저항성 우울증(66.7%)에 해당하는 노인 입원환자에 대해서는 aripiprazole(아리피프라졸)이 1차 약물로 가장 선호됐다.
이처럼 항정신병약물 처방은 주로 치매 환자, 그 중에서도 문제행동을 갖는 치매환자에게서 사용량이 높았다.
이에 연구팀은 약물사용지침에 ▲치매 진단 및 정신행동증상(BPSD)에 따른 접근 ▲약물사용 알고리즘 ▲부작용 모니터링 ▲약물 중단 필요성 및 평가시기 등의 권고안을 담았다.
연구팀은 “향후 적절한 항정신병 약물 사용을 위해서는 치매 행동문제에 집중해 행동증상별, 약물별, 효능과 위험성에 대한 근거수준 확보를 전제로 세분화된 지침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약물 처방 관리 위한 근거 자체가 부족해서 문제”
한편, 약물 처방 관리를 위한 근거 수집 연구 자체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나왔다.
연구팀은 “사용지침에 대한 (의료기관의) 순응이 있으려면, 노인에 대한 항정신병약물 사용 이득 및 위험성에 대한 근거가 충분해야 하는데 현재로서는 특정 증상별 효과 및 부작용에 대한 정보와 근거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항정신병약물은 다른 단기간 사용 약물에 비해 부작용 위험성이 높고 FDA의 블랙박스워닝(Black Box Warning)을 받기도 했기 때문에 적절한 처방에 대한 실질적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해외 가이드라인에서도 치매 환자의 정신행동문제에 정형 항정신병약물을 사용하지 않도록 권고한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최근의 신약은 역학조사 결과마저도 없는 실정이다.
연구팀은 “노인에서 증상별로 항정신병약물 사용의 이득과 위험성을 규명하는 과학적 조사가 있어야 명확한 사용지침이 가능한데, 이런 임상연구는 위약사용이 어렵고 앞으로도 제약사들이 이런 연구를 지원할 가능성이 높지 않다”고 설명했다.
노인은 워낙 무관한 사망 발생의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이다보니 임상연구 자체가 적다는 것이다.
따라서 가이드라인 마련도 중요하지만, 근거 수집에 대한 고민과 함께 비 약물적 치료 활성화에 대한 노력도 요구된다는 게 연구팀의 지적이다.
연구팀은 “치매 환자 행동문제에 대한 비 약물적치료를 활성화하는 것이 오히려 무분별한 약물 사용을 억제하기 위한 좋은 정책이 될 것”이라며 “효능과 안전성이 확보된 방법에 대해서는 수가인정 등 제도적 지원도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