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박정연 기자] 사상초유의 신종 감염병 사태는 병원경영에도 직격탄으로 작용했다. 메르스 학습효과 탓에 환자들은 의료기관 내원을 꺼렸다. 강화된 방역지침과 의료진 감염 등은 수술일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든든한 ‘캐시카우(Cash cow)’였던 건강검진, 장례식장 역시 타격을 면치 못하면서 경영전선에 비상이 걸렸다. 코로나19 첫 해, 4기 상급종합병원 45곳의 경영 성적표를 통해 혼란스러웠던 시기를 되짚어본다. 각 병원의 재무자료는 한국보건산업진흥원이 공시하는 개별 의료기관 손익계산서를 참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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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싣는 순서>
⓵ 코로나19 첫해, 상급종합병원 경영지표 암울
⓶ 건강검진‧부대시설…병원별 '캐시카우' 수입은 어땠나
⓷ 어려운 상황에서도 연구활동은 지속…상종 연구수입 순위는
⓸ 감염병 사태 중 의료기관 고용증가…인건비 비중 높은 병원은
⑤ 끊이지 않는 의료분쟁, 병원별로 소요한 분쟁비용은
2020년은 의료기관에게 만만치 않은 한 해였다. 코로나19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변수에 병원들은 예상했던 수입에 미치지 못하는 아쉬운 성과를 거뒀다.
특히 고정지출비용이 큰 상급종합병원들에게는 더 힘겨운 시간이었다. 인건비 등 지출항목에는 변동이 없었지만 수입을 견인할 환자 수는 감소했기 때문이다. 예년보다 10~15% 환자수가 감소하면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빅5 병원 가운데 3곳 ‘적자’…아주대‧강북삼성‧길병원‧고대병원 ‘흑자’
가장 많은 환자가 몰리는 수도권 병원들 또한 코로나19로 인한 의료수입 감소를 피하지 못했다.
일단 의료수입 면에서는 ‘빅5’로 분류되는 5개 병원이 상위 5위를 모두 독식했다. 하지만 의료 순이익 측면에서는 5개 병원 중 3개 병원이 손실을 내면서 체면을 구겼다.
의료수입에서 가장 으뜸이었던 병원은 1조8681억원을 기록한 서울아산병원이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의료비용 1조8415억을 사용하면서 266억원의 의료순이익을 냈다.
2위 세브란스병원의 경우 의료수입 1조5013억원을 기록했다. 의료비용 1조4740억4399만원, 의료순이익 273억원을 기록하면서 의료순이익 면에서는 서울아산병원 보다 나은 성적을 올렸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서울성모병원의 의료수입은 각각 1조4362억원. 1조1248억원, 8623억원으로 뒤를 이었다.
다만 세 병원은 각각 457억원, 865억원, 257억원의 의료순손실을 기록하면서 의료비용 관리 면에서 아쉬움을 보였다.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각각 하위 3위, 1위, 5위의 기록이다.
서울 및 수도권 병원 중 의료순이익 면에서 알짜배기 성적을 기록한 ‘톱5 병원’은 고대구로병원과 아주대병원, 강북삼성병원, 가천대 길병원, 고대안암병원이었다.
특히 이들 중 아주대병원과 강북삼성병원,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의료수입 면에서도 전체 병원 중 상위 10위에 올랐다.
고대구로병원은 의료수입 4575억원, 의료비용 4126억원으로 총 449억원의 의료순이익을 냈다. 전체 상급종합병원 45곳 중 가장 높은 금액이다.
아주대병원은 의료순이익 444억원으로 고대구로병원에 이어 가장 많은 의료수익을 기록했다. 의료수입도 6175억원으로 분당서울대병원(8149억원)에 이어 전체 7위를 기록하면서 호성적을 남겼다.
강북삼성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의 경우 의료수입에서 각각 5044억원과 4988억원으로 아주대병원의 뒤를 이어 8, 9위에 이름을 올렸다.
의료순이익 면에서도 강북삼성병원과 가천대 길병원은 각각 343억원과 321억원으로 순천향대천안병원(343억원)에 이어 4위와 5위를 나란히 기록했다.
고대안암병원과 안산병원은 각각 의료순이익 290억원과 275억원으로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302억원)에 이어 7, 8위에 올라섰다. 고대의료원의 경우 산하 3개 병원 모두 의료순이익 10위권에 진입시키는 기염을 토했다.
반면 수도권 상급종합병원 중 이대목동병원과 중앙대병원, 한양대병원은 의료수입 및 의료순이익 측면에서 모두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대목동병원의 경우 2020년 2419억원의 의료수입과 219억원의 의료순손실을 냈다. 이는 45곳 상급종합병원 중 의료수입 하위 2등, 의료순이익 하위 8위에 해당한다.
중앙대병원은 의료수입 2639억원, 의료순손실 203억원으로 의료수입 하위 5위, 의료순손실 하위 9위를, 한양대병원은 의료수입 2677억원, 의료순손실 192억원으로 의료수입 하위 8위, 의료순이익 하위 11위를 기록했다.
지방 국립대병원 ‘부진’ vs 사립대병원 ‘선전’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 사정도 어렵기는 매한가지였다. 23개 병원 중 절반은 의료수익 산정 결과 적자 성적표를 받았다.
먼저 의료수입만을 살펴보면 국립대병원들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부산대병원은 4309억원의 의료수입으로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가장 많은 액수였다.
이어 계명대동산병원(4127억원), 충남대병원(4225억원), 울산대병원(4217억원), 양산부산대병원(4213억원) 순으로 의료수입이 많았다.
전북대병원(3671억원), 전남대병원(3571억원), 영남대병원(3404억원), 경북대병원(3372억원), 부산백병원(3292억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3209억원), 화순전남대병원(3069억원) 등도 300억원대 의료수입을 올렸다.
그러나 의료지출을 뺀 ‘진짜수익’을 보면 사정은 달랐다. 의료수입에서 상위권을 차지했던 국립대병원 본원들은 모두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립대병원 본원 중 적자 규모가 가장 큰 곳은 경북대병원이었다. 3372억원의 의료수입을 올렸지만 이보다 많은 3910억원을 의료비용을 지출하며 538억원의 적자를 냈다.
이어 충남대병원은 4225억원의 의료수입을 기록했지만, 역시 의료비용 지출이 더 커지면서 348억원을 손해봤다.
호남지역 국립대병원들도 부진한 모습이었다. 전북대병원과 전남대병원은 각각 243억원, 246억원 적자가 발생해 국립대병원 본원 중 3, 4번째로 많은 손실을 봤다.
이어 충북대병원(-195억원)과 부산대병원(-159억원)도 지역 거점 병원 이름이 무색하게 씁쓸한 결산서를 작성했다.
국립대병원 중 적자폭이 가장 적었던 곳은 경상대병원이었다. 2649억원 의료수입에 2651억원 의료비용을 지출하며 1억6000만원 손실을 보며 나름 '선방'했다.
국립대병원의 경우 오히려 동생인 분원들이 선전하는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칠곡경북대병원은 2530억원의 의료비용을 지출하면서 2558억원의 의료수입을 거두며 28억원의 의료수익을 냈다.
화순전남대병원 또한 243억원의 의료이익으로 회계년도를 마감했다.
다만 양산부산대병원은 35억원의 의료순손실을 기록하며 부산대병원과 나란히 적자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국립대병원들의 부진이 두드러진 가운데, 지방 사립대병원의 경우 적자를 본 병원이 더 적었다.
일부 병원은 서울 소재 대형 상급종합병원 보다도 많은 의료수익을 거두기도 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은 지방 소재 상급종합병원 중 순천향천안병원 다음으로 많은 의료이익을 거뒀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과 순천향천안병원의 2020년 의료이익은 각각 302억원, 343억원으로 집계됐다. 해당 년도에서 의료순이익이 300억원을 넘은 상급종합병원은 전국에서 6곳 뿐이었다.
동아대병원 또한 252억원의 의료이익을 거두며 전체 상종 중 순위권에 들었다.
이어 계명대동산병원(169억원), 단국대병원(161억원), 원광대병원(127억원), 울산대병원(103억원), 부산백병원(90억원), 조선대병원(89억원), 영남대병원(77억원) 등도 의료수익 산정결과 흑자를 봤다.
지방 소재 사립대병원 중 적자를 기록한 곳은 공교롭게도 '빅5'를 형제병원으로 둔 병원들이었다.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을 제외한 나머지 3개 형제병원들은 모두 의료비용이 의료수입보다 많았다.
대구가톨릭대병원(-72억원), 삼성창원병원(-71억원), 강릉아산병원(-20억원) 등은 2020년 의료순손실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