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를 넘어 붕괴 우려가 커지고 있는 소아청소년 진료체계에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존재감이 기대감을 모으고 있다.
특히 야간이나 휴일 응급진료가 필요한 어린이 환자를 전문적으로 진료하는 분야인 만큼 무너져가는 소아응급의료체계의 회생책이 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다만 우여곡절 끝에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가 제도권에 진입했지만 진료현장에 제대로 정착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전폭적인 재정지원 등이 뒷받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에 따르면 지난해 대한의학회로부터 조건부 인증을 받았던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가 최근 수정, 보완을 통해 정식 인증을 받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보건복지부도 ‘소아응급의학’을 세부전문과목으로 인정하고 협의진찰료, 다학제 통합진료로, 응급진료 전문의 진찰료 등의 수가를 산정키로 했다.
수가 산정을 위한 세부전문과목 확인코드 목록에도 ‘PEM’(Pediatric Emergency Medicine)이란 코드가 신설됐다.
즉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도 여느 진료과목 및 세부전문과목과 마찬가지로 협진수가, 응급진료 가산 수가 등을 정식으로 청구할 수 있다는 얘기다.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는 소아청소년 응급진료를 담당하는 전문 의료인력으로, 기존의 전공의에 의한 응급실 진료가 아닌 세부전문의를 통한 전문화된 응급진료가 가능하다.
전문의 자격 취득 후 학회가 지정한 소아응급의학 수련병원에서 최소 1년 이상 전임의로 수련받아야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
전임의 수련기간 중 소아응급의학회 인정 연수교육 30평점 이상을 이수하고, 세부전문의 교육(KAPECC)도 1회 이상 수료해야 한다.
아울러 소아전문소생술(PALS, PePediatric Advanced Life Support) 실시자나 교육자 수료증도 보유하고 있어야 한다.
현재까지 총 527명이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자격을 취득했으며 지도전문의는 92명이 배출됐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는 인력 확보를 위해 지원자격에 진료과 제한을 두지 않았지만 세부전문의 대부분은 소아청소년과나 응급의학과에 집중됐다.
현재 아주대병원, 의정부성모병원, 분당차여성병원 등이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수련병원으로 지정돼 예비 세부전문의 교육을 수행 중이다.
대한소아응급의학회 곽영호 회장은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는 작금의 참담한 소아응급의료 현실을 타개하는 마지막 보루가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하지만 모체인 소아청소년과 전공의가 급감하고 있는 현실을 감안하면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 활성화를 낙관만 할 수 없다는 지적도 공존한다.
실제 △감염 △내분비 △소화기 영양 △신경 △신생아 △신장 △알레르기및호흡기 △혈액종양 등 소아청소년과에서 파생된 8개 분과가 운영되고 있지만 지원자는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다.
의료현장에서는 이미 소청과 맥(脈)이 끊겼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그나마 진료현장을 지키고 있는 교수들이 은퇴한 이후에는 중증소아 진료 의사들 씨가 마를 것이라는 우려다.
한 대학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는 “소아응급의학 세부전문의는 쌍수를 들고 환영할 일이지만 작금의 소청과 상황을 감안하면 활성화를 기대하기는 힘들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소아청소년과를 선택하는 전공의가 늘어야 세부전문의도 활성화될 수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