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선 동일했던 신설의대 9곳 결말 '천양지차'
'폐과 위기' 직면 서남의대 어두운 역사, 의대 인증평가 거부 '불씨'
2013.02.12 20:00 댓글쓰기

[초점]교육 당국의 서남대 특별감사 결과는 의료계에 적잖은 파장을 낳았다. 서남대 의과대학 부실 운영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이슈가 아니었음에도 학위 취소 결정은 의료계 안팎에 큰 충격을 안겨줬다. 장기간 이어진 교육과정 부실, 이에 따른 감사 결과, 이후 분주한 의료계의 움직임까지, 데일리메디가 서남의대 사태를 집중적으로 짚어봤다.

 

서남대학교는 김영삼 정권 당시 의과대학 인가를 받았다. 이 정권에서 서남대를 비롯 가천, 강원, 건양, 관동, 성균관, 을지, 제주, 차의과학대 등 9곳에 의대가 신설됐다.

 

이 당시만 해도 같은 출발대에 선 이들이었지만 현재 그 명암은 극명히 갈리고 있다. 일부는 국내 의료를 선도하는 선두주자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몇몇 대학은 폐과가 언급되는 등 그야말로 나락으로 떨어졌기 때문이다.

 

서남대 의과대학은 가장 먼저, 가장 큰 위기에 봉착했다. 이들의 운명은 사실 일찍이 점쳐지는 분위기였다.

 

때는 200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의료계에서는 한국의학교육평가원을 통해 ‘의과대학 인정평가’가 진행 중이었다.

 

서남대 등 신설의대 모두와 타 의대 9곳은 제1주기 4차년도 평가대상 대학으로 확정, 2003년 본격적인 평가 사업이 이뤄졌다.

 

서면 및 현지방문평가 등이 진행된 가운데 서남의대는 ‘조건부 판정’ 결과를 받았다. 당시만 해도 신설의대라는 한계 탓인지 관동, 건양, 을지의대 등에도 같은 판정이 내려졌다.

 

4차년도 평가 전후에도 조건부 판정 대학은 존재했으나 대학들의 후속조치는 상이했다. 개선 결과보고서를 제출하고 재방문평가를 받는 등 성실하게 대처한 곳이 있는 반면 서남대는 2주기에 들어서는 아예 평가 자체를 거부하는 자세를 보였다.

 

그 사이 의대 평가는 기준의 수정ㆍ보완, 학생보고서 반영 등 전향적으로 변화를 거듭해오고 있지만, 서남의대는 10년 전 그 때 그 자리에 머물러 있다. 유일한 평가 거부 의대란 불명예는 지금까지도 뒤따라 붙는 꼬리표로 남았다.

 

그동안 서남대 재단의 비리 문제는 언론에 오르내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른 위기의식이 팽배, 의대 부실 운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재학생과 의료계 등 전 방위적으로 이뤄졌다.

 

하지만 서남대는 일부 구성원들의 목소리를 의미 있게 점화시키지 못했고, 교육 당국 역시 관리ㆍ감독 역할에 뒷짐을 지었다.

 

한 의료계 인사는 “장기간의 시간이 있었지만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했다”면서 “여러 문제제기에도 불구하고 이 사안을 그저 장기간 흘려보낸 책임자들의 탓이 크다”고 말했다. 

 

잇단 악재 속 초유의 감사 실시 결과는 '학위 취소' 

 

이렇게 서남의대 부실 교육 문제가 수면 아래에 가라앉는 듯 했으나 이른바 서남의대법이라 불리는 관련 의료법 개정안이 통과되면서 부실의대 사안이 재부각 됐다.

 

이 개정법에 따르면 2018년부터 인증받지 않은 의대를 졸업한 학생들은 의사국가시험 응시를 제한하도록 했다.

 

적절한 부속병원을 갖추지 못한 대학에 대해 최대 학과 폐지가 가능한 페널티를 명시한 고등교육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안을 입법예고하기도 했다.

 

이와 더불어 보건복지부는 지난 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 서남대 남광병원의 수련병원 지정을 취소하기에 이르렀고, 교육 당국은 특별감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총장 등 대학 관계자 19명의 중징계 조치와 더불어 임상실습 과목 학점 취득에 필요한 최소 이수 시간을 채우지 못했다는 이유로 148명이 학점취소, 이 가운데 졸업한 134명에게 학위 취소 처분을 내렸다.

 

한 대학 교수는 “서남의대 운영에 문제가 있다는 것은 모두 다 아는 얘기지만 이번 학위 취소 결과를 듣고 놀랐다”면서 “무고의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되, 이번 사태를 계기로 끊이지 않던 부실의대 논란을 완전히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까지 배출 졸업생 25% '학위 취소 대상'

 

부실의대 교육에 대해 의료계의 우려가 10년 넘게 이어져온 가운데 서남의대는 조만간 13회 졸업생을 배출한다.

 

1995년 3월 의예과 첫 신입생이 입학한 것을 시작으로 2001년 1기 졸업생들이 나왔다.

 

입학정원이 49명인 서남대에 따르면 2011년까지 총 493명의 의대 졸업생을 배출했다. 한 해 평균 44~45명의 학생이 졸업장을 받았다는 얘기다.

 

여기에 입학정원과 평균 졸업생 수 등을 고려할 때 지난해까지 약 537~8명 정도의 졸업자가 나왔다는 셈이 가능하다.

 

교과부의 감사 잣대로라면 이번에 학위 취소 처분을 통보받은 졸업자는 어림잡아 전체의 약 25% 정도인 것이다.

 

서남의대 비대위 측은 “교과부에 학위ㆍ학점 취소 기준을 수차례 물었을 때 책임자가 대답을 하지 못하고 회피했다. 복지부에서 해당 실습병원 인턴 및 전공의 수련을 인정받은 기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학생 실습기간만 인정할 수 없다고 한다”며 감사 결과에 의구심을 제기하기도 했다.

 

“부실의대 뿌리 뽑기 위해선 의대 평가 의무화돼야"

 

원칙적으로 학위 취소에 따른 의사면허 취소까지 거론되는 상황에서 의료계 안팎의 여론은 재학생 및 졸업생들의 피해를 막되, 부실의대 뿌리는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는 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비대위는 이미 법적인 절차를 위해 법리적 해석을 마치는 등 소송 준비에 돌입한 상태다.

 

이에 따라 부실의대 사안을 손 놓고 있던 교육당국 역시 날선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의학교육 단체 관계자는 “의대 평가의 중요성을 그렇게 어필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교과부는 꿈쩍도 하지 않고 아무런 조치 역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의대 부실 교육 문제의 심각성을 알고 복지부가 그나마 나서서 의료법 개정을 한 것이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의대 평가를 의무화하지 않았을 때 어떠한 결과가 나오는지 똑똑히 알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 자율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의대 평가인증이 하루빨리 강제성을 띄어야 하며, 의과대학 설립을 위한 제대로 된 규정도 못 박아 놓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인문사회의학교실 교수는 “부실의대에 대한 외과적 수술이 필요하다는 것을 정부부처가 인정한 모양새”라면서 “실사 내용의 전문성 등 시시비비를 떠나 해결의 실마리를 푼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다만 학생들의 피해는 없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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