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명한 학사운영 보장되면 의대 정상화 가능'
박종천 서남대 의과대학장
2013.02.17 20:00 댓글쓰기

서남대 의과대학이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감사결과를 통보 받은 지 한 달이 지났다. 그 사이 학위 취소 처분을 받은 졸업생들은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렸고, 의료계에서도 잇따라 피해 최소화를 위한 논의의 장을 마련했다. 그동안 입을 다물고 있던 서남대 의과대학 역시 최근 공식 석상에 모습을 나타냈다. 폐쇄해야 한다는 여론과 지역사회 및 일부 재학생들을 위해서라도 정상화 기회를 줘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혼란이 거듭되는 상황에서 서남대 의과대학 박종천 학장이 밝히는 서남의대 정상화 방안을 담아본다.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보장하고 개입하지 않기를 이사회에 요청했고, 이사회는 받아들였다. 지금까지의 과오는 과거로 묻고 앞으로를 지켜봐 달라. 이대로 문닫을 수는 없는 일이다.”

 

박종천 학장[사진]은 서남의대가 마련한 정상화 방안을 통해 이처럼 또 한 번의 기회를 요구했다. 10여년 간 의료계와 여론의 끊임없는 질책에도 꿈쩍 않던 서남대가 의대평가 인증과 더불어 갖가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해 공식적으로 내 놓은 것이다.

 

의료계에서는 여전히 이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낸다. 의과대학 운영이라는 것이 단기간에 변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며, 붙잡고 있을수록 그 피해는 고스란히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라는 판단이 크게 앞서고 있다.

 

"그동안 한 사람에 의해 독단적 운영이었지만 이젠 변화의 틀 보여"

 

그러나 박종천 학장은 “그동안 대학에서 허위 정보를 보고한 것을 인정한다. 서남의대가 신뢰를 얻기 힘들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면서 “그동안은 한 사람에 의해 운영되는 식이었지만 이제는 변화의 틀이 보인다”고 호소했다.

 

현재 서남의대는 벼랑 끝까지 몰렸다. 폐쇄 위기뿐만 아니라 평가인증을 받지 않으면 국가시험 응시 자격을 받을 수 없는 시대가 향후 도래한다.

 

그는 “의료법 개정으로 향후 의대 평가를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서남대 때문에 만들어진 법이라고 들었다. 얼마나 불명예인가”라면서도 “의대로서는 잘 됐다 싶었다. 이제는 임의로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많이 부족하지만 협조를 얻는다면 평가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또한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의학교육 관련 교실의 도움이 필요하다. 인근 의대에서 도움을 주겠다고 했다”면서 “일부 호남지역 의과대학에 기초 및 임상의학 교육과정, 평가 준비, 연구역량 향상 등에 대한 자문과 지원을 요청했다. 학장들로부터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다”고 전했다.

 

서남대에 대한 의료계 시선이 따갑기만 한 것은 의과대학 운영은 재단의 지원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발전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가 필요하며 손해 역시 감수해야 하는 분야이기도 하다.

 

박 학장은 “최근 대학 이사회에 참석해 직접 프리젠테이션을 했다. △학사운영에 자율성을 보장하며 개입하지 않을 것 △의대 임상실습병원으로서 예수병원과의 협약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할 것 △의대 정상화에 최선을 다할 것 △향후 의대 의학교육 인정 평가 준비에 필요한 재정적 지원을 확약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대한 결의문도 받아냈다”고 전했다.

 

흡사 폐가의 모습을 띈 부속병원에 대한 문제도 첩첩산중이다. 서남의대 정상화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환자 유입이 필수적이다. 재단에서는 컨설팅을 의뢰하고 회생 여부를 가늠하고 있다.

 

"재단에서도 장기발전 계획 마련 중" 호소

 

그는 “예수병원과 협약을 맺었지만 그렇다고 부속병원을 방치하겠다는 것이 아니다. 병상 수를 줄이고 환자를 하나하나 모아가는 남광병원의 단계적 발전방안을 재단에 제시한 상황”이라면서 “장기 발전계획을 재단에서도 준비 중”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이어 “남광병원이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병원 활성화에 실패해 수련병원 지위까지 상실됐다”면서 “남광병원을 수련병원급으로 단기간에 끌어올리기는 힘들다. 1000억이 투자된들 이미지 실추 등의 영향으로 환자를 모으기 쉽지 않다. 5년~10년 정도가 소요될 일이다. 장기적으로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지역사회나 일부 재학생들은 학교 폐쇄에 극도의 불안감을 호소하고 있다. 이에 따라 대학에서는 폐쇄 위기가 코앞에 닥치자 부랴부랴 대응책을 마련했지만 이에 대한 진정성과 현실화 가능성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여론이 우세하다.

 

정상화 방안이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지, 재심의 신청에 대해 교과부가 어떠한 판단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서남의대는 명예 회복 기회를 재차 강조했다.

 

박종천 학장은 “앞서 세 명의 의대 학장이 사표를 내고 나갔다. 이러한 과정을 겪다 안 되니 떠난 것”이라고 토로하면서 “서남의대는 이제 17살이다. 아직 성인이 되지 않았다. 많은 사립의대들이 20년이 지나서야 정상화됐다. 늦은감이 있지만 투명한 운영이 보장된다면 빠른 시일 내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거듭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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