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는데 대해 전공의들은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나타내고 있다.
수련기간 단축이 지난해 전공의 미달 사태로 체면을 구긴 내과 부활의 신호탄이 될 수 있을 것이라는 ‘장밋빛’ 전망이 이어지는 한편 수련 교육과정 개편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 포함되지 않은 임시방편적 조치일 뿐이라는 ‘잿빛’ 의구심도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7월말 2017년부터 임용되는 내과 전공의 수련기간을 현행 4년에서 3년으로 단축해 내과 전공의 수련체계를 일반전문의(General internist)로 양성하는 방향으로 개편했다.
이는 대학병원급 세부전문가 양성에 치중된 현행 내과 수련체계가 대부분의 내과 전문의가 개원의 등으로 종사하는 현실에 맞지 않다는 지적에 따른 것이다.
● 수련기간 단축 소식에 전공의 ‘당황’→‘기대’
이러한 수련기간 단축에 대해 대한전공의협의회 김현지 평가수련이사(서울대병원 내과 3년)는 “갑작스레 전공의 수련기간 단축이 발표돼 내과 전공의의 한 사람으로서 당황스럽고 서운한 면이 있었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다만 수련기간 단축을 되돌릴 수 없었기에 수련 교육과정 개편에 전공의들의 목소리를 담고자 했다”며 “이에 전공의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고 최근 그 결과를 대한내과학회에 전달했다. 내과학회도 설문조사 결과에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상태다”라고 밝혔다.
대전협이 전국 내과 전공의 285명(추산 총 18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내과 전공의 대다수(85.9%)는 “주치의 1명당 진료환자 적정 인원을 10~20명 정도”라고 답했다.
특히 주치의 1명당 최대 진료환자 적정 인원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는 의견은 95.4%에 달했으며 이들은 수련환경평가위원회 평가 항목으로 삽입해 수련병원 평가에 반영하거나 위반 시 병원을 처벌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는 다수의 병원에서 주치의 1명당 30명 가량의 환자를 돌보고 있는 현실을 개선해야 한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또 전공의들은 외래 파견, 타과 파견, 내시경 및 초음파 실습 등 수련 교육과정 개편안에 포함돼야 한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김현지 대전협 수련이사는 “수련기간 단축에 따라 수련 교육과정 개편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특히 3년차의 경우 주치의로서의 역할보다 외래 진료나 타과 파견, 술기 수련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만 제대로 된 내과 전문의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내과 전공의들은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직접 실습하는 경우가 매우 적다. 간신히 어깨 너머로 배우고 있는 실정”이라며 “이런 가운데 수련기간 단축, 전공의특별법 시행이 이뤄지면 전공의들이 내시경이나 초음파를 배울 수 있는 기회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당연히 수련 교육과정 개편에 이러한 점이 고려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수련기간 단축이 갖는 상징성을 무시할 수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대전협 조영대 사무총장은 “당장 의대생이 내과 전공의를 지원하면 1년이라는 시간을 벌 수 있다. 이와 함께 메이저과인 내과가 의대생들에게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할 수 있어 파급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수련기간 단축 뿐 아니라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도입도 내과 주도로 이뤄진 만큼 내과에 대한 선호도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며 “실제 다른과 전공의들은 내과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부러움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고 전했다.
의대생들에게 1년이라는 확실한 메리트를 쥐어줌과 동시에 함께 내과 전문의로서의 새로운 길(호스피탈리스트)을 제시한 점이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 전공의 지원율 반전…“1년차 전공의 차별 없을 것”
실제 지난해 사상 초유의 전공의 미달 사태를 겪었던 내과는 1년 만에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2017년도 전공의 모집결과 대부분의 수련기관이 정원을 확보했으며 경쟁 구도를 형성한 곳도 다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결과는 당초 예상처럼 수련기간 단축이 내과 전공의 지원율 상승의 호재로 작용했을 뿐 아니라 내과 경쟁력 확보를 위한 다각적인 노력에 대한 전공의들의 기대감이 반영된데 따른 것이다. 즉 내과가 꾸준히 전공의들의 신뢰를 얻은데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김현지 수련이사는 “이번 전공의 모집은 성공적이지만 아직 방심할 단계는 아니다”라며 “결국 중요한 것은 내과학회가 칼을 갈고 준비하고 있는 새로운 수련안”이라고 말했다.
이어 “내과학회는 '내과가 대한민국 의료 최전방이고 제대로 된 내과의사를 키워내지 못하면 대한민국 의료 자체가 위험해진다'는 책임감과 사명감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며 “이런 취지로 수련 교육과정 개편을 접근한다면 분명 제대로 된 수련안이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올해 1년차와 내년 1년차 전공의 간 형평성 문제나 3년 뒤 2배 가깝게 쏟아질 내과 전문의 사안, 호스피탈리스트 제도 정착 문제 등 아직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지적도 있다.
대전협 기동훈 회장은 “올해 1년차 전공의나 내년 군복무에 들어갈 4년차 전공의는 이번 수련기간 단축 논의에서 배제돼 상대적 박탈감 내지는 피해를 볼 수 있다고 느낄 것 같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이들 전공의들은 3년뒤 내년 1년차 전공의와 함께 내과시장에 같이 나오게 된다. 펠로우(전임의)나 공직의 자리에 제한이 있는 가운데 거의 2배수가 나오게 되는 것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들 전공의들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점은 무척 아쉽다”고 말했다.
조영대 사무총장도 “3년뒤 내과 전문의가 지금의 약 1.7배 정도가 나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험기간 조정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확실한 대안은 아니라고 본다”며 “과거에도 4년제에서 3년제로 바뀌었을 때 전문의 공급 문제 회복에 수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번에도 비슷한 길을 걸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현지 수련이사는 “내과학회는 수련 교육과정 개편이 3년 뒤에나 마무리될 것으로 보고 있다”라며 “그렇게 되면 올해 1년차는 앞으로 수련 교육과정 개편 혜택을 못받고 과도기를 겪을 가능성이 높다. 이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나 경쟁 심화에 따른 피해에 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만 내과학회가 1년차 전공의에 대한 차별은 없다고 공헌하고 있고 대전협 역시 예의주시할 예정이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될 것 같다”며 “대전협은 내과학회와 긴밀한 파트너십을 이어가 내과의 밝은 미래를 만드는데 일조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