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2, 3, 4년차 레지던트 모집은 이번에도 전멸이었다. 반복되는 ‘0의 행렬’ 앞에 일선 수련병원들은 피로를 호소했다.
24일 마감된 2018년도 후반기 육성지원과목 레지던트 상급년차 모집 결과, 모든 수련기관들이 단 한 장의 지원서도 접수받지 못하고 전형을 마쳐야 했다.
전국 44개 수련기관은 지난 15일부터 일주일간 177명에 달하는 상급년차 레지던트를 선발하기 위해 접수창구를 운영했지만 마감일까지도 지원자는 전무했다.
데일리메디가 마감일인 24일 모집에 나선 수련기관 지원현황을 전수조사한 결과, 대부분의 병원에서 접수된 지원서는 없었다. 외과 3년차 레지던트 1명을 확보한 예수병원이 이번 모집의 유일한 결실이었다.
고려대학교의료원은 전국 수련기관 중 가장 많은 19명의 정원을 배정받고 전공의들의 선택을 기다렸지만 접수된 지원서는 없었다.
가톨릭중앙의료원(18명), 영남대학교병원(12명), 한양대학교병원(12명), 아주대학교병원(10명) 등 두자리 수 충원에 나섰던 병원들의 희망도 처참히 무너졌다.
아주대학교병원 외과의 경우 ‘이국종 신드롬’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공의가 부족해 2년차 3명, 3년차 4명을 충원하려고 했지만 상반기에 이어 후반기에도 실패했다.
지난해 외과 전공의 집단 이탈 등 홍역을 치렀던 국립중앙의료원은 이번 모집에서 2, 3, 4년차 외과 레지던트를 기다렸지만 성과는 없었다.
이러한 결과는 빅5 병원도 예외는 아니었다.
서울아산병원은 외과, 방사선종양학과 전공의 모집에 나섰지만 접수된 원서는 없었고, 방사선종양학과와 흉부외과 상급년차 선택을 기다렸던 삼성서울병원도 바람을 이루지 못했다.
흉부외과, 비뇨의학과, 산부인과 등 대표적인 기피과 상급년차 전공의 7명을 모집했던 세브란스병원 전형창구 역시 일주일 내내 전공의들 발걸음은 없었다.
대부분의 수련기관들은 담담하게 결과를 받아들이면서도 반복되는 처참한 결과에 피로도를 호소했다.
상급년차 레지던트 모집은 수련 중 사직하거나 전공과목 전환을 희망하는 일부 레지던트들을 대상으로 이뤄지는 만큼 구조적으로 지원자가 드물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더욱이 모집 대상과목이 전통적인 기피과인 육성지원 과목으로 제한돼 있는 만큼 당초부터 충원 가능성은 희박했다는 게 전반적인 평가다.
A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서는 고사하고 문의전화 한 통도 없었다”며 “상급년차 레지던트 모집에서 매년 되풀이 되는 현상”이라고 푸념했다.
B수련병원 관계자는 “상급년차 레지던트 모집을 통해 충원한 사례는 극히 드물다”며 “내부 지원자가 없을 경우 외부 충원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고 토로했다.
수 년째 반복되는 현상에 불만도 터져 나왔다. 상급년차 모집 제도 자체의 실효성에 대한 불만이었다.
C수련병원 관계자는 “아무런 효과도 기대할 수 없는 제도를 무엇 때문에 반복적으로 시행하는 지 모르겠다”며 “언제까지 행정력 낭비를 지속해야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D수련병원 관계자는 “지원인력이 극히 제한적인 상황을 감안하면 전형 자체가 무의미하다”며 “상급년차 모집의 프레임을 바꿔야 한다”고 피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