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금년 2월 가천대 길병원 당직실에서 숨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고(故) 신형록(33)씨에 대해 근로복지공단이 산업재해를 인정, 길병원의 향후 대응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대한전공의협회(대전협)는 “제2의 희생자를 막기 위해서도 가천대 길병원은 유족에 사과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약속해야 한다”며 병원의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유가족도 “병원이 사고 이후 계속 소통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대화에 응할 것을 요구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지난 5일 “신씨 유족이 제출한 유족급여 및 장의비 청구에 대해 업무상 질병 판정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산재에 해당하는 업무상 질병으로 인정했다”고 밝혔다.
공단에 따르면 고인은 사망 직전 1주일 동안만 113시간을 근무했다. 사망 직전 12주 동안은 주 평균 98시간을 일해 업무상 과로 기준(주 평균 60시간 근무)를 훨씬 초과했다.
공단은 “고인 사망과 업무상 과로 및 스트레스 간의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됐다”고 설명했다.
유가족은 업무상 과로가 인정된 만큼 병원이 과실을 인정하고 개선 방안 등의 입장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병원이 대화 의지가 없고 오히려 유가족과 담을 쌓고 있다는 주장이다.
고인 누나 신은섭씨는 데일리메디와의 통화에서 “산재 인정을 받은 만큼 병원 측이 제대로 된 입장을 보여주길 바란다. 사건 이후 병원은 유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고 호소했다.
그는 이어 “동생이 사망한 이후 길병원은 유가족에 최소한의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 월급과 퇴직금도 아무런 고지 없이 통장으로 입금됐다”고 말했다.
또 사건을 들은 근로복지공단이 산재신청 절차를 안내하기 위해 유가족 연락처를 수소문했는데, 병원이 연락처를 제대로 알려주지 않으며 비협조적인 태도를 보였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사건 3개월이 지나고 나서 유족연금을 신청하기 위해 근로복지공단에 전화했는데, 앞서 2월 공단이 우리 가족에 연락하기 위해 병원에 연락처를 문의했지만 모른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해 들었다”고 말했다.
공단 관계자에 따르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사건이 산재에 해당되면 산재보험처리 등 관련된 신청 절차를 안내하기 위해 공단이 먼저 연락을 취하기도 한다.
근로복지공단 관계자는 “신형록 전공의 사건을 신문과 방송으로 알게 된 공단 직원이 가족에 연락을 취하기 위해 지난 2월 병원에 문의했지만 연락처를 모른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밝혔다.
또 직접 연락이 어렵다면 내용을 유가족에게 전달해달라고 병원에 말했지만 유가족은 들은 바가 없다는 입장이다.
신은섭 씨는 “그동안 고개를 돌린 태도로 일관했던 병원이 지금부터라도 가족과 대화하려는 의지를 보이길 바란다”고 거듭 강조했다.
신형록 전공의 산재 인정을 위한 시위를 벌인 대전협도 길병원이 적극적으로 대화에 임해주길 바란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승우 대전협 회장은 “신형록 전공의의 과로사가 공식적으로 인정된 만큼, 병원이 사과하고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대책마련에 서둘러 나서길 바란다”며 “앞으로 유가족이 병원과의 대화를 원할 경우 대전협은 이를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공단 결정과 관련해서 길병원 관계자는 "같은 곳에서 일하던 동료에게 안타까운 일이 생겼다. 이번 산재 승인은 매우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고인과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되길 바란다"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