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성은 기자] 최근 전공의 처우 문제로 논란이 불거졌던 병원들이 2019년 후반기 레지던트 모집에서 처참한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데일리메디가 전국 주요 수련병원의 ‘2019년도 후반기 레지던트 지원 현황’을 조사한 결과, 전공의 처우 사안이 이슈화됐던 대부분의 병원이 충원에 실패했다.
먼저 전공의 과로사로 홍역을 치른 가천대 길병원은 총 7개 전문과목(흉부외과, 산부인과, 방사선종양학과, 진단검사의학과, 병리과, 가정의학과, 핵의학과)에서 레지던트 10명을 모집했지만 단 1명의 지원자도 없었다.
2017년에 이어 2018년 12월까지 외과 레지던트 과반수 이상이 이탈했던 국립중앙의료원은 외과 전공의 2명을 뽑았지만 한명도 지원하지 않았다.
지난 달 인력부족에 따른 업무 과부하로 내과 전공의들이 파업을 벌인 단국대병원은 지원자가 일부 있었지만 정원에는 한참 모자란 결과가 나왔다.
단국대병원은 7개 전문과목(내과, 소아청소년과, 외과, 정형외과, 가정의학과, 병리과, 핵의학과)에서 9명의 레지던트를 모집했지만 정형외과 2명, 가정의학과 1명 등 3명이 지원해 0.3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교수가 전공의들을 상습 폭행하는 문제가 발생했던 한양대병원도 이번 전공의 모집에서 정원을 상당 부분 채우지 못했다.
한양대병원은 3개 전문과목(비뇨의학과, 핵의학과, 직업환경의학과)에서 각각 1명을, 흉부외과에서 탄력정원을 모집했으나 직업환경의학과에만 1명이 지원해 경쟁률 약 0.33대 1로 미달됐다.
한편, 세브란스병원은 산부인과 교수의 전공의 폭언 및 폭행사건으로 주목받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에도 소위 빅5 병원 효과로 다수 지원자를 모았다.
이번 레지던트 모집에서 세브란스병원은 8개 전문과목(내과, 흉부외과, 신경과, 신경외과, 산부인과, 정형외과, 재활의학과, 영상의학과) 10명 모집정원에 23명이 몰렸다.
세브란스병원을 제외하면 전공의 처우 문제가 발생한 이후 병원의 대처 또한 레지던트 모집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국립중앙의료원은 지난해 외과 전공의 9명 중 5명이 교육 개선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이탈했지만 병원 측은 추가 모집을 하지 않고 나머지 인력에 업무를 분담했다.
당시 의료원 측은 “다른 곳보다 외과에 큰 수술 등이 없기 때문에 운영에 문제가 없는 상태”라고 전했다.
길병원은 지난 5일 근로복지공단이 故 신형록 전공의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했지만 관련 입장 및 향후 대처에 대해 표명하지 않은 상태다. 이에 전공의협의회와 유가족은 길병원과 정부에 사과와 재발방지 대책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유가족 측은 “사건 이후 병원은 유가족과 소통하지 않고 성의 없는 태도로 일관했다. 동생이 사망한 이후 길병원은 유가족에 최소한의 연락도 취하지 않고 있다”며 “마지막 월급과 퇴직금도 아무런 고지 없이 통장으로 입금됐다”고 토로했다.
모집정원의 약 30% 지원자를 받을 수 있었던 단국대병원과 한양대병원에서는 사건이 일단락됐다.
단국대병원 내과 전공의 파업은 전공의 측과 병원 측이 인력부족과 업무과중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하면서 6일만에 마무리됐다.
단국대병원 측은 “보통 전공의들은 어떤 병원에 지망할지 미리 계획을 세우고 지망하는 편”이라며 “전공의 파업이 협의 하에 마무리된 것은 물론이고 최근 사건인 만큼 레지던트 지원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긴 어렵다”고 밝혔다.
실제로 단국대병원 레지던트 지원율은 작년은 정원의 0%였지만 금년은 33%로 작년이 오히려 높아졌다.
전공의들을 상습 폭행한 한양대병원 교수는 지난 8월12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한양대병원 관계자는 “지원율이 낮은 이유는 병원 입장에서는 알 수 없는 사안”이라고 답했다.
한편, 병원계 전반적으로는 후반기 전공의 모집인 만큼 대부분의 병원에서 레지던트 충원율이 낮은 것은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한 수련병원 관계자는 “전반기에 인기가 없어 충원하지 못했던 과가 후반기로 넘어오는 경우가 많다. 군대 혹은 휴직 후 복귀하는 여성 등이 주요 모집 대상자인 것도 이유”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