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정숙경 기자] 강북삼성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세원 의사가 30대 환자 A씨에게 살해돼 사회적인 공분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의료진에게 가해진 모든 폭행을 대상으로 처벌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이 개정됐지만 폭력에 대한 대상이 응급의료에 국한돼 있어 수많은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대한흉부심장혈관외과학회(이사장 오태윤)는 2일 입장 발표를 통해 "의료와 관련된 폭행은 동일하게 '모든 공간'에서 적용될 수 있도록 관련 법이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고 밝혔다.
우선 "동료 의사로서 응급실에서 분투했던 흉부외과 의사로서 참담한 심정"이라고 운을 뗐다.
응급실로 이송된 직후 흉부외과 팀이 투입됐으나 우심실과 대동맥 등 부위가 수차례에 걸친 공격으로 심하게 손상돼 소생이 불가능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학회는 "진료실, 입원실, 응급실을 포함한 모든 공간에서 의료진의 안전은 보장돼야 한다"며 "의료진이 생명 위협을 느끼는 지금과 같은 현실에서는 양질의 진료가 힘들다"고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때문에 관련 법 개정과 함께 일정 규모 이상의 병원에서는 비상 사태에 대비할 수 있는 안전인력 배치 의무화를 촉구했다.
또한 현재 우리나라는 요양기관 당연지정제라는 제도가 운영 중인 만큼 치료 중 발생한 상해와 사망 사건에 대해서는 정부가 일정 부분 책임을 져야 한다는 논리다.
학회는 "예컨대, 건강보험공단이 보상 및 위자료를 배상할 수 있어야 한다"며 "아울러 의협 차원에서도 유족들에게 단순한 위로가 아닌 정신적, 경제적인 지원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신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인에 대한 폭력이 그 동안 끊임없이 발생해 왔다는 점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유사 사건의 발생을 막을 수 있도록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대한정신건강의학과 봉직의협회(이하 협회)도 이날 성명을 통해 일선 현장의 전문가 목소리가 반영되지 못한 정신건강복지법 시행 등을 우회적으로 비판하며 "어찌 보면 예정된 일이었을지 모른다"며 유감을 표명했다.
협회는 "지난 2017년, 수많은 문제점을 안은 채 정신건강복지법이 개정됐다"며 "제대로 된 입원시스템이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환자를 치료 사각지대로 내모는 법이 시행됐다"고 말했다.
당시 중증 정신질환자들이 적절히 치료받지 못하고 환자 자신과 사회 안전망을 위협하게 될 것이라는 정신과 의사들의 우려는 묵살됐다는 성토다.
협회는 "병원은 환자를 가두는 주체가 되면서 치료 시작부터 신뢰는 깨지고 의사는 환자의 적이 돼 버렸다"며 "입원 치료는 잠재적인 범죄로 치부되면서 환자는 치료적 도움을 받을 시설과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사회로 내몰리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잘 치료받은 정신질환자는 위험하지 않다"며 "그럼에도 이제는 중증 정신질환자를 진료하는 것이 두렵다"고 토로했다.
협회는 "대한민국에서 중증 정신질환자를 치료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위험한 일인지 잘 알기 때문"이라며 "의사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다는 점은 모두에게 불행하고 슬픈 일"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의 강제입원 제도를 폐지하고 국가가 치료를 보장하는 사법입원 제도를 도입하라고 촉구했다.
협회는 "지역사회에 환자들이 돌봄을 받을 수 있는 시설과 인력을 확충하고 증상이 악화됐을 때 신속히 환자를 이송할 수 있는 수단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