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지금 기회 놓치면 더 혹독한 희생 치러야'
의협 노환규 회장 '진료왜곡 막다른 골목 치달아-대선 앞두고 투쟁 적기' 호소
2012.11.06 20:00 댓글쓰기

“대형병원이 문을 닫지 않는 이상은 정부는 병원 폐업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국민들의 목소리를 등에 업어야 한다. 지금이 아니면 또 다시 기회는 오겠지만 그 때는 더 많은 희생을 치러야 할지도 모른다.”

 

가천의대 길병원에서 지난 3일 개최된 ‘2012년 인천시의사회 연수강좌’에서 대한의사협회 노환규 회장[사진]이 회원들에게 대정부 투쟁을 앞두고 위기감을 언급하면서 동시에 적극적인 지지를 당부하고 나섰다.

 

특히 대선이 40여일 앞으로 다가온 만큼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시기라는 점을 환기시켰다.

 

노 회장은 “이 기회를 놓치면 안 된다. 진료의 왜곡이 막다른 골목까지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의사답게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무엇보다 어렵다”면서 “정당한 대가를 받지 못해 의료인이 행복하지 못하다면 국민들이 결코 행복하겠나”라고 반문했다.


노환규 회장은 “최근 들어 불합리한 법안이 줄줄이 쏟아지고 있다. 그런데 의료정책 수립에 있어 의료 서비스의 수혜자와 함께 중심이 돼야 하는 공급자가 언제부턴가 주변자가 돼 있다”고 짚었다.

 

그는 물론 "수십 년 동안 10만 의사들이 정책과 정치에 무관심했다는 점은 아쉽다"고 말했다.

 

노환규 회장은 “1977년 이후부터 단 한 번도 현실적인 수가가 책정된 적이 없었다”면서 “2000년에 들어서야 정부가 일방적으로 의약분업을 추진, 그제서야 의사들이 분노해 일어섰다”고 떠올렸다.

 

"2000년 이후 수가인상, 임금인상률 절반에도 못 미쳐" 

 

노 회장은 “2000년부터 2012년 현재까지 한국의 임금상승률에 비해 수가인상률은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라면서 “이 같이 불합리한 현실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공정한 기구가 만들어졌어야 했는데 지난 10년간 정부의 갖은 횡포에 휘둘렸던 것이 사실”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왜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제 목소리를 내지 못했는지 안타깝다”며 “더욱이 수가가 결렬됐을 경우, 패널티를 받을 수밖에 없는 구조를 깨기 위해서라도 건정심 만큼은 반드시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고 강조했다.

 

일반약의 수퍼 판매가 허용되기까지 과정과 포괄수가제 의무 확대 시행을 빗대어 건정심에 대해 우회적인 비판도 서슴지 않았다.

 

노환규 회장은 “일반약 수퍼 판매를 담은 법안이 국회를 통과하기 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나. 그런데 이보다 50배는 중요한, 즉 국민의 생명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포괄수가제는 단 몇 명이 모여있는 건정심에서 일사천리로 결정됐다”고 꼬집었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더욱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현행 건정심 구성을 보면 공익대표 8명, 가입자대표 8명, 공급자대표 8명으로 구성돼 있다.

 

문제는 공익대표에 보험자가, 가입자대표에 정부 관계자가 포함돼 있어 결론적으로는 총 24명 중 병협, 치협, 약사회를 제외하고 의사 단체를 대표하는 위원은 단, 2명일 뿐이라는 지적이다.

 

노환규 회장은 “이는 공산주의에서나 가능한 구조”라며 “더욱이 공급자 역시 한정된 파이를 ‘나눠먹기’ 하다 보니 협상 자체가 무리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어떻게 지금까지 방치해왔는지 의심스러울 뿐”이라고 성토했다.

 

"우리나라에서 건정심처럼 의사들에게 불합리한 구조 없어" 

 

그는 “24명과 2명의 의사 단체 대표의 싸움이다. 우리나라 어느 직종에서도 이렇게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는 일은 없다”고 덧붙였다.

 

건정심 구조를 지적한 KDI 보고서에서도 건정심은 의결 기구가 아닌 자문 기구로 기능을 재정립해야 한다는 것이 골자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도 파업에 있어서는 신중한 자세를 견지했다. 의협이 지난 2일부터 6일까지 실시한 대회원 설문 조사 내용에는 파업 동참 여부에 대한 질의가 포함돼 있다.

 

노 회장은 “내주 경 대정부 투쟁이 본격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처음부터 피켓을 들고 병원 문을 닫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더 이상은 의료 왜곡을 방치할 수 없다”고 힘줘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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