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대비 기부금 못받는 '한국 대학병원'
서울대, 9일 심포지엄…법제처 한영수 국장 '제도개선 시급'
2013.05.09 20:00 댓글쓰기

법령 심사 및 해석, 정비와 법제 지원을 담당하고 있는 국정 관리자가 현행 국내 대학병원 기부금품 모집 규제 제도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나섰다.

 

MD앤더슨ㆍ존스홉킨스ㆍ메이요 클리닉 등 선진 의료기관에선 기부금을 통해 수입의 10%이상을 충당하고 있는 만큼 의료기관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라도 근본적인 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서울대학교병원(병원장 정희원)은 9일 소아 임상 제1강의실에서 ‘대학병원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을 주제로 춘계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번 행사의 패널 토론자로 참석한 법제처 한영수 행정법제국장은 “국내 기부 규제와 관련한 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발표에 따르면 현재 기부금품 모집과 사용에 관한 사항은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의해 규율된다. 이 법은 기부금품 모집행위를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국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에 대해선 더 엄격하다. 자발적으로 기탁하는 기부금품도 접수를 제한, 법령에 근거가 있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한 국장은 “국가나 지방자치단체가 아닌 법인이나 단체에도 현행 법령의 엄격한 기부금품 모집 제한이 적용된다. 이로 인해 대형의료기관의 공익 활동이 제약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을 비롯한 선진 의료기관의 연간 기부금 수익은 병원의 주요 수익원으로 이미 자리잡은 상태다. MD앤더슨ㆍ존스홉킨스ㆍ메이요 클리닉 등의 기부금 수익은 병원 전체 수입의 10%이상으로 평균 4000억원 정도다.

 

국내 병원 기부금 모금 활동은 서울성모병원 등을 중심으로 일부 대형병원에서만 간간히 이뤄지고 있으며, 규모 역시 연간 100억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국립대병원의 경우 환자진료 뿐 아니라 공공보건사업을 비롯 공공의료에 이바지하고 있는 현실에도 불구, 현행법상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없도록 제한돼 공공성 강화를 위한 역할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건전 기부문화 활성화 시급-사용 투명성 등 관리 기능 강화"

 

한영수 국장은 “현재 규제는 원칙 금지 예외적 허용 방식을 취하고 있어 나눔문화 확산 등 국가 정책 방향에 역행한다”며 “건전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한 근본적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제도 개선 방향으로 일정 요건을 갖추면 기부금품을 모집할 수 있도록 허용하면서, 모집된 금품 사용과 회계처리 투명성 등 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전환할 것을 주장했다.

 

특히 기부문화 활성화 방안으로 △도로명에 기부자 성명 부여 △세제상 혜택 △공공시설 이용 우선권 부여 △훈포장 등 표창 및 기념비 등 기부자에 대한 사회적 존경과 자긍심 고취를 위한 제도적 장치 마련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현재 김춘진 의원 등이 대표 발의한 서울대병원 설치법 개정법률안이 법제사법위원회에 회부, 국회 계류 중이다. 이 법안은 공익적 성격을 강화하면서 기부금품 모집·사용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마련돼 있다.

 

하지만 주관부처인 안전행정부 반대로 심의가 답보된 상태다. 안전행정부는 개별법에서 ‘기부금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 특례를 규정하는 것은 허용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영수 국장은 “국회 소관 상임위인 안정행정위원회 동의를 받아 기부금품모집법 제3조에서울대병원 설치법 등 국립대학 관련 4개 법률을 추가하는 방식이 바람직하다”며 “기부문화 활성화 논의와 연계해 보다 거시적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서울대병원은 지난 2005년 발전후원회 창립이후 △'서울대암병원' 등 건립기금에 약 200억원 △연구기금에 89억원 △환자 지원 및 의료봉사82억원 등을 지원했다.

 

서울성모병원도 지난 2009년 건립기금 247억원을 모금을 통해 조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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