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상] 4대강 '19조' vs 건보수가 10% 인상 '1조5천억' [기획 하]반면 의료서비스산업 투자로 생기는 일자리는 비교적 양질의 고용 창출이 가능해 소득 재분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전문 의료코디네이터, 병원국제마케팅전문가 등 의료산업관련 전문 인력이 미래 유망 직종으로 떠올라 양성과정 붐이 일어나고 있는 현상이 이를 방증한다.
병원전략경영연구소 이기효 교수(인제대학교 보건대학원 원장)는 “1차→2차→3차 산업으로 중심이 이동하면서 서비스업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는 경향은 선진국으로 가는 자연스러운 흐름”이라면서 “우리나라는 2차 산업을 기반으로 경제성장을 이뤘으나 교육·의료와 같은 서비스 부문은 적자를 기록해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보았다.
문제는 시간이다. 비교적 진행 기간이 짧은 4대 강 살리기 프로젝트에 비해 의료서비스산업은 보다 장기적 관점에서 순차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난제가 있기 때문이다. 당장의 일자리가 절실한 구직자들의 입장에서는 의료서비스산업 육성이란 대과제가 멀게만 느껴지는 추상적 방안으로 그칠 우려가 있다.
이와 관련, 민주당 강봉균 의원은 최근 경제분야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은행 돈줄이 막혀서 임금도 제대로 못주고 멀쩡한 일자리가 대량으로 줄어드는 판국에 정부는 신성장동력산업이다 뭐다해서 수년 뒤에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있을 중장기 구상을 쏟아내니까 국민들이 어리둥절해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질책을 가하기도 했다.
나무보다 숲을 보는 한 걸음 필요그러나 의료서비스산업 육성 과제는 수가 인상과는 다른 차원에서 이미 힘찬 발걸음을 내딛는 중이다.
지난해 정부는 2037년까지 5조 6000억원을 투입해 대전시에 세계적인 첨단의료 클러스터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덕연구단지에 신약개발지원센터, 첨단의료기기개발지원센터, 임상시험센터, 벤처타운 연구기관 등이 차례차례 들어설 예정이다. 부지는 국내외 연구기관 입주단지와 연구센터를 포함해 약 100만㎡ 규모.
정부는 의료단지가 생기면 30년간 생산효과 82조원, 고용창출 38만여명 등의 경제적 파급효과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야말로 30년 앞을 내다보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는 셈이다.
이 같은 정책은 일본 고베시의 의료산업도시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고베시는 대지진으로 초토화된 경제를 살리고 의료복지의 질을 높이고자 정부 지원으로 1999년부터 의료산업도시를 추진했다. 2003년 첨단의료특구로 지정된 고베시는 임상실험, 세포 치료, 의료기기 분야를 집중 육성한 결과 2005년 약 4억달러 규모의 경제효과와 1천 200만달러의 세수증대를 거둘 수 있었다. 의료산업의 급성장이 고베시의 산업 중심축을 바꿔 놓은 셈이다.
굳이 고베의 예를 들지 않더라도, 의료서비스산업에 국한하지 않더라도 장기적 안목으로 묵묵히 추진해 값진 결실을 거둔 성공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우선 단기적으로 수가를 현실화해 절박한 의료계 사정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 장기적으로는 첨단의료클러스터 구축, 전문인력 양성 등을 통해 의료서비스산업 활성화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이 것이 바로 이 땅에 넘쳐나는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을 다시 일터로 불러들이는 길이고, 나아가 의사와 환자가 동시에 웃는 길이 될 것이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9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