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와 정부 차원에서 병원들의 의약품 외상 행태 근절책으로 결제기한 3개월 의무화를 추진하고 있는 가운데 병원별 결제기일 조사결과가 나와 관심을 모은다.
대한병원협회(회장 김윤수)는 14일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 114곳을 대상으로 실시한 의약품 대금 결제기간 조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조사는 상급종합병원 24곳을 포함, 종합병원 58곳, 병원 18곳, 요양병원 14곳 등 비교적 광범위하게 이뤄졌다.
조사결과를 보면 조사대상 병원의 62.2%가 90일을 초과해 의약품 대금을 결제하고 있었으며 37.8%가 90일 이내에 대금을 지불한 것으로 나타났다.
종별로는 상급종합병원 144일, 종합병원 177일, 병원 99일, 요양병원 93일로 조사되는 등 종합병원 이상일수록 약품대금을 늦게 지급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현상은 의료기관의 고의적 결제지연이 아닌 현행 제도에서 기인한 문제라고 병원협회는 지적했다.
즉 약제비를 청구하더라도 고가 의약품이나 심사보류 등의 이유로 최대 6개월 이상 심사기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약품대금 결제 지연이 반복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병원들이 약품 구매이후 심평원에 청구하기까지 평균 15일 내지 30일 정도 걸린다. 또한 심평원에서 결과를 통보받으려면 또 같은 기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여기에 국민건강보험공단의 급여비를 지급기간도 비슷하다. 이런 모든 과정을 감안하면 병원이 약품 구입 후
최종 약제비를 받기까지 짧게는 90일에서 100일까지 소요되는 셈이다.
게다가 의료급여나 장애인 진료비의 경우 지방자치단체의 예치금 부족으로 제때 병원에 약제비가 지급되지 않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제약회사나 의약품 도매업체에 대금결제를 제때 할 수 없을 수 밖에 없다는게 병원들의 입장이다.
병원협회는 “의약품 대금 결제지연 책임을 병원들에게만 돌리기 어려운게 사실”이라며 “법제화보다는 원인을 면밀히 분석한 후 자율적으로 문제해결에 접근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최근 의약품대금 조기결제 자율선언을 한 병원협회는 제약협회와 도매협회 등 의약품공급자단체들과 조만간 회동을 갖고 구체적인 실행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